수도권

[취재 그 후] 부적합 판정 아파트 이상무?..자치구 감사 '민낯'

이예진 기자

tbsnews@tbs.seoul.kr

2020-10-1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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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저희 TBS는 서울시민 절반이 살고 있는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실태에 대해 연속 보도해 드렸습니다.

    끊이지 않는 아파트 관리비 문제.

    문제가 있는 공동주택을 행정지도해야 할 자치구들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현장에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이 내용 취재한 이예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요즘 층간 소음에서부터 관리비, 경비원 문제까지 아파트와 둘러싼 문제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자치구 실태조사라 그러면 주로 어떤 내용들이 지적됩니까?

    【 기자 】
    보다 자세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한 아파트의 관리실태 점검결과를 보시겠습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서울 자치구 실태조사에서 가장 큰 금액의 과태료가 부과된 곳인데요.

    그 내용을 보면, 엘리베이터와 같은 아파트의 주요 시설을 수리하거나 교체할 때 필요한 돈인

    장기수선충당금 사용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나오는데, 그 규모가 3억 원에 이릅니다.

    또 미화용역사업자를 선정하는데 최저가라는 이유로 입찰무효사유 업체를 선정하고,

    민원도 천5백 건 가까이 발생했다고 나옵니다.

    【 앵커멘트 】
    생각 외로 많은 문제점들이 있는데요. 실제 이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도 이 문제들을 알고 있습니까?

    【 기자 】
    안타깝게도 제가 만난 아파트 입주민 대다수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먼저, 주민들 얘기 들어보시죠.

    【 인터뷰 】A 아파트 입주민
    "충당금은 쌓아놓는데, 그 충당금을 어디다 쓰는지 우리가 다 알 수가 없고…참 그렇다 하는 얘기를 가끔 하긴 하는데 이런 문제가 있긴 있었네요."

    【 인터뷰 】
    "(이사 온 지)6년 됐죠. 자료가 나왔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사실 아파트 일에 별로(관심이 없어요)."

    【 기자 】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주민들은 매달 적게는 몇 만원 많게는 수십만 원의 관리비를 내고 있지만, 사실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아는 사람들을 만나긴 쉽지 않은데요.

    바로 이런 무관심 속에서도 아파트 관리가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든 제도가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외부회계감사' 제도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니 2018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전국 만여 곳의 단지 가운데 무려 260여 단지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앵커멘트 】
    그렇다면 서울 공동주택의 상황은 어떤가요?

    【 기자 】
    먼저, 저희 TBS가 입수한 지난해 공동주택 관리실태 실적을 토대로 만든 지도 보시겠습니다.

    지난해 자치구들이 실태조사를 나간 횟수는 통틀어 169회인데요.

    서울 공동주택 2천4백여 단지 중에 6%만 들여다본 셈입니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강남구가 24회로 가장 많은 실태조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실태조사를 한 번도 나가지 않은 자치구도 있었습니다.

    바로 구로구인데요.

    저희 취재 결과, 구로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직까지 한 번의 실태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앵커멘트 】
    그렇다면 자치구별로 가장 문제가 많은 곳은 어디일까요?

    【 기자 】
    자치구의 행정처분은 크게 행정지도와 시정명령, 과태료로 나눠집니다.

    이 가운데 과태료가 관리주체와 입주민 모두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인데요.

    공교롭게도 지난해 과태료 1, 2위가 모두 은평구에서 나왔습니다.

    A 아파트에 5천만 원, B 아파트에 2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 걸로 나오는데요.

    하지만 이 금액들은 실태조사 직후 자치구가 최초 부과한 금액이고,

    이의 제기와 행정소송 등을 통해 A 아파트와 B 아파트에 각각 5백만 원과 3백만 원이 최종 부과된 걸로 파악됐습니다.

    【 앵커멘트 】
    그럼 이 과태료들은 내는 주체는 어떻게 됩니까? 고스란히 입주민이 내야 되나요?

    【 기자 】
    사안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크게 관리주체가 낼 수도 있고, 입주민이 낼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저희 취재 과정에서, 관리주체. 즉, 아파트 관리소 직원들의 회사가 내야할 과태료를 관리소장이 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과태료 부과된 이유가)위탁 사유라서 저희가 냈어요. 솔직히 제가 부담을 한 거예요. (회사에서)구상권이 들어오니까. 관리 소장들 오죽해요. 퇴직금을 왜 받냐면 벌금 내려고…저도 퇴직금으로 (과태료를)내야 하는 거예요."

    【 앵커멘트 】
    아파트 관리비를 감사하는 외부회계법인이 감사를 제대로 하면 해결되는 일 아닙니까?

    【 기자 】
    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 뒤에 중요한 발견사항을 적게 돼 있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들어보시죠.

    【 인터뷰 】신재우 회계사 / 서울시 감사위원
    "감사를 하게 되면서 알게 되는 꼭 회계가 아니더라도 알게 되는 그런 사안들에 대해서…합리적으로 잘 처리하는 부분이 있으면 조언을 해줄 겸 뒤에 개선 권고 사항을 적는 겁니다."

    먼저, 이 감사위원의 말처럼 감사인이 권고한 사항들이 반복되지 않게 관리주체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문제는 회계감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단지들이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아도, 여기에 대한 행정지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저희 TBS가 서울 공동주택의 2017, 2018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2년 연속 부적합 판정을 받은 서울 공동주택은 모두 19개 단지였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19개 단지 모두 지난해 자치구 실태조사 명단에서는 빠져 있었습니다.

    【 앵커멘트 】
    자치구들이 실태조사를 안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 기자 】
    서울시 관계자는 공동주택관리법상 회계감사에서 부적합이 나와도 감사를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는 법률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상장기업의 경우, 회계감사에서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상장 폐지 사유에 해당될 만큼 문제의 소지가 큰데요.

    공동주택관리법에는 회계법인의 감사는 강제성을 띠지만, 자치구의 실태조사는 강제성이 명시돼 있지 않았습니다.

    【 앵커멘트 】
    그렇다면 아파트 관리, 제대로 하기 위한 대안은 없을까요?

    【 기자 】
    결국 법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한 달간 이 문제를 함께 들여다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교흥 의원은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국회 국토위의 서울시 국감은 다음주 화요일(20일 10시)에 진행됩니다.

    또 저희 공동주택 관리실태 보도가 나간 뒤 관련 제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아파트 관리비로 분쟁을 겪고 계신 분들은 아래 나가는 주소(tbsnews@tbs.seoul.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앵커멘트 】
    아파트 등 공동주택 입주민들이 매달 관리비를 내는 만큼, 적어도 같은 문제는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법이 마련되기 전이라도 자치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이예진 기자였습니다.

    【 관련기사 】
    ▶【 단독 】2019년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비 실태조사 6%뿐‥감시망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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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2년 연속 '부적합' 판정 받았는데도‥실태조사는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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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관리비 10억 원 횡령에도 '적정' 판정‥회계사 "시군구 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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