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마포 소각장 '입지 선정 과정 공개'에도 거세지는 주민 반발 [우.동.라.썰]

서효선 기자

hyoseon@tbs.seoul.kr

2022-09-1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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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포구 일대에 붙은 소각장 반대 현수막<사진=TBS>]  

    "돈 문제는 저희가 원하는 바가 결코 아닙니다." (마포구민 원유만 씨)

    "천억 원이 아니라 2천억 원을 줘도 반대에요." (마포구민 이순이 씨)

    세상에는 가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정의, 자유, 평등과 같은 가치들.

    그리고 또 하나. 최근 서울 마포구 자원회수시설(소각장)을 둘러싼 갈등을 보고 있으면 소각장 또한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아닌 듯합니다.


    ■ 소극적인 정보공개, 논란 키운 서울시

    서울시는 2020년 독립 기구인 입지선정위원회를 꾸려 후보지 물색을 시작합니다. 상암동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는데 시유지이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들지 않고 300m 이내에 주택가가 없다는 점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점수로 보면 상암동은 총점 94.9점으로, 2순위와 근소한 차이를 기록했는데 서울시는 지역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면서 나머지 2위부터 5위까지는 자치구 이름 없이 점수만 공개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논란을 키웠습니다.

    지난 8월 31일 최초 후보지 발표 당시 서울시는 구체적인 항목이나 배점 등을 공개하지 않다가 기자들이 요구한 뒤에야 정보를 공개하면서 주민들을 더 자극했고, 후보지 선정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목소리는 더 커졌습니다.

    주민들의 요구에 서울시는 오늘(15일) 마포 상암동 자원회수시설 터에 대한 타당성 조사 과정을 공개했습니다. 배재근 입지선정위원장 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공고를 통해 선정 과정에 대한 의문과 우려가 해소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지만 주민들의 불만은 더 커진 듯합니다.

    우선, 지역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공개되지 않았던 차순위 후보지들은 이번에도 A, B, C, D로만 표기됐습니다.

    아침부터 서울시청에 달려가 평가 결과를 확인한 주민들은 기존에 자원회수시설이 있는 자치구는 신규 시설 후보지에서 배제하도록 만들어진 '환경기초시설 중복 여부' 항목이 100점 만점에 3점밖에 차지하지 않는 것을 두고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해당 항목(환경기초시설 중복 여부)에서 마포구가 받은 점수는 2.7점. 나머지 A, B, C 후보지도 2.7점을 받았고 D 후보지만 3점을 받았습니다.
    A, B, C 후보지가 상암동과 같은 2.7점을 받은 것으로 볼 때 이들 후보지는 이미 자원회수시설이 존재하는 강남구, 노원구, 양천구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3점을 받은 D후보지만 자원회수시설이 없는 곳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입지 후보지 타당성 조사과정 및 결과 열람자료<사진=TBS>]  



    ■ "얼마를 줘도 안 돼"…분노하는 주민들

    마포구민들은 신규 소각장이 어떤 모습으로 지어지든, 그 대가가 무엇이든, 충분한 소통 없이 갑작스레 진행된 서울시의 발표에 분노합니다. 서울시가 제시한 인센티브에 대해 "얼마를 줘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고수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마포구 주민들은 어제(14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부지 선정 백지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마포에 지역구를 둔 소영철 국민의힘 시의원도 서울시의회 임시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후보지 선정 과정이 비상식적이고 적법하지 못했다"며 "서울시는 소각장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일방통보식 발표에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마포구 소각장 신설 백지화 투쟁 비상대책위원회'는 매일 0시 마포자원회수시설에서 진행하는 '부적합쓰레기 반입저지 투쟁'과 함께, 추석 연휴였던 지난 11일 밤에도 대규모 촛불 문화제를 개최했습니다.

    "밀실협약 졸속행정 구민들이 분노한다"

    늦은 밤, 거리에서 주민들이 외친 이 구호는 주민들이 원하는 게 단순히 금전적 보상이 아닌 충분한 소통이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누군가는 님비라고 비판할지도 모르겠으나, 상암동 주민들은 이미 15년 넘게 피해를 감수해왔다"면서 "입지선정위원회에 대해 절차적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법적인 조치도 불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유력한 후보지 중 하나였던 강동구 시의원이 입지선정위원으로 참여했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 위원회 자체가 공정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서울시는 "입지선정위원회에 참여한 시의원은 서울시의회에서 추천했다"면서 "서울시는 위원 구성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합니다. 또 "해당 시의원의 개인 사정으로 최종 입지선정 회의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실질적으로 관여한 게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추석 연휴였던 9월 11일 마포자원회수시설 앞에서 진행된 소각장 반대 집회<사진=TBS>]  



    ■ 지하화, 빛 좋은 개살구?

    하남 스타필드와 아파트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하남 유니온 파크'는 겉보기엔 평범한 공원처럼 보입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물놀이장과 생태연못이 있고, 평일에도 농구장과 테니스장 등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지하에서 가동되는 소각처리시설과 폐기물처리시설, 하수처리시설 등 각종 환경기초시설은 냄새도 나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소각장 지하화'를 만능 해결책으로 여기는 건 옳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들이 우려하는 건 크게 두 가지.
    '공기질 문제'와 '화재 위험'입니다.

    전국환경노조는 올 7월 지하화된 하남 환경기초시설에서 유해물질을 측정한 결과, 일부가 배출허용기준을 웃돌았다고 밝혔습니다. 노조 측은 "지하 소각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유해 물질을 직접 흡입하기 때문에 건강을 위협받는다"고 주장합니다. 또 "지하 소각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지상보다 밖으로 빠져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인명 피해가 커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남유니온파크<사진=TBS>]  



    ■ 자원회수시설 지하화만이 능사?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우리가 보기 싫은 건 다 숨겨 놓는데 그 만큼 관리비가 많이 들고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적"이라면서 "지상에서 최대한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하고, 선진국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자원순환 등 순환 경제와 자원 활용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분리 배출과 재활용을 통해 소각량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서울시가 과연 천톤 규모의 소각장이 정말 필요한지 쓰레기 행정을 살펴봐야 한다며, 다시 공론화 과정을 통해 갈등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 '마포 기존 시설 2035년 철거' 가능?

    서울시는 마포 상암동에 2026년까지 일일 처리량 1,000톤 규모의 신규 자원회수시설을 짓고 750톤을 처리하고 있는 기존 시설은 2035년에 철거한다는 방침인데요. 윤재삼 서울시 자원회수시설추진단장은 "마포 주민들에게 한 약속은 그대로 이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철거된 부지에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선호시설을 짓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기존 시설이 철거되면 여기서 처리한 양(750톤)을 어디에서 처리하냐는 겁니다. 오는 2026년부터는 수도권 매립지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서울시는 양천, 노원, 강남 등 기존 자원회수시설을 현대화해 처리량을 늘린 뒤 초과량을 감당하게 한다는 계획인데요. 양천구는 현대화를 통한 처리용량 증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구요. 강남구와 노원구도 마포구처럼 새로운 시설을 짓는 방식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 신규 소각장, 과연 만들 수 있을까?

    소각장은 반드시 지어야 합니다. 시간도 많지 않습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2026년부터 수도권매립지에 생활폐기물을 매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서울 내 자원회수시설 용량 초과로 인천매립지에 매립하는 서울의 폐기물은 하루에 천 톤. 그러니까 서울시는 적어도 2026년까지는 지금보다 천 톤의 쓰레기를 더 소화할 준비를 마쳐야 합니다.

    '마포구 외에는 플랜 B도 없다'는 서울시는 이제부터 마포구, 그리고 해당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마포구는 "공고 내용을 토대로 행정적, 법적 절차를 검토하겠다"면서 맞서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쉽지 않은 신규 자원회수시설 조성.

    새 자원회수시설을 최첨단 시스템 기반의 한강 명소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과연, 순항할 수 있을까요?

    (취재기자 : 서효선)

    ≫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유튜브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포에 또 소각장…"일방 추진" VS "공정한 선정" [변상욱의 우리동네 라이브 9/15(목)]
    https://youtu.be/Lz0ZYwEro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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