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현 임차인과 새 임차인 모두 울린 깡통전세 사기 [우.동.라.썰]

정진명 기자

jeans202@tbs.seoul.kr

2022-10-2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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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금 우리 동네는? 지역을 들끓게 하는 뜨거운 이슈를 풀어놓습니다. [우리동네 라이브 '썰']



    ■ 깡통전세 늘면서 전세보증금 반환사고도 덩달아 증가

    집값과 전셋값 하락으로 곳곳에서 '깡통전세'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깡통전세는 전세보증금이 매매 가격과 비슷하거나 높아 임대차계약 만료 시에 임대인이 집을 팔거나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주택을 말합니다. 



    빌라 수백 채를 갭투기로 사들인 후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가로챈 '세 모녀 전세 사기'가 대표적인 깡통전세 사기 사례입니다. 건축주, 알선브로커, 공인중개사, 임대인이 공모하는 식으로 조직적인 사기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깡통전세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사고도 늘고 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사고 건수를 보면, 2018년 370여 건이었던 사고 건수가 올해 9월 기준 이미 8배가 넘는 3천 50건으로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사고액은 790억 원대에서 6천4백억 원대로 8배 이상 뛰었습니다.



    ■ 수도권 깡통전세 위험 지역, 실제 가봤더니 공통적인 특징은?

    서울 강서구와 금천구, 인천 미추홀구 등 깡통전세 위험이 높다는 지역들을 둘러봤더니 주로 연립, 다세대 주택, 신축 빌라 등이 많이 밀집돼 있었습니다. 이들 주택은 아파트와 다르게 적정 시세를 확인하기 어렵고, 전반적으로 전세가율도 높은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었습니다.

    깡통전세 위험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인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서면 '빨간 불'이 들어왔다고 볼 수 있는데요.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지난 6월에서 8월까지 3개월 간 전세가율을 보면, 서울 강서구와 인천 미추홀구의 연립·다세대 주택의 전세가율은 각각 86.4%, 93.3%였습니다. 지난 8월 서울시가 발표한 올해 2분기 연립·다세대 전세가율 수치에선 강서구가 무려 96.7%를 기록했습니다. 금천구가 92.8%, 양천구 92.6%로 뒤를 이었고요. 전체 평균도 80%를 훌쩍 넘는 84.5%를 나타냈습니다.


    ■ "나는 깡통전세 사기 피해자입니다"

    "나는 깡통전세 사기 피해자입니다" 김혜지 서울시의회 의원은 지난 달 28일 열린 서울시의회 임시회 본회의 5분 발언에서 깡통전세 사기로 고통받고 있는 시민들을 위해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신처럼 깡통전세 사기로 힘들어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면서 말입니다.


    김 의원은 결혼을 하게 되면서 원래 살던 집의 전세를 빼야 하는 상황에서 피해를 입었습니다. 

     "'오피스텔 빼겠습니다' 했는데 일주일 동안 연락이 안 되는 거예요. 근데 일주일 후에 전화가 오더니 자기가 상중이었다면서 감정에 호소를 하시더라고요. 그럼 '다음 임차인을 구하겠다'고 해서 임차인을 구해서 계약을 시키고 잔금까지 다 들어갔어요, 임대인한테.저한테 보증금을 반환해주면 새 임차인한테 열쇠를 넘겨주면 되는데 그게 안 된 거예요. 새 임차인한테 돈을 받아놓고 바로 잠적을 한 거예요."



    새 집주인은 갭투자로 집을 매매했는데, 매매가격이 김 의원의 전세보증금보다 낮았습니다.

    "제 전세가보다 낮게 매매가 된 거였죠. 그렇다 보니 경매를 해도 100%는 못 받을 것이라는 말이 있었어요. 저는 전세보증보험 통해 반환받는 게 최선이겠구나라고 생각을 했죠."

    하지만 보증보험에서는 전세 만기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세계약 중도 해지 합의서를 받아와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집 주인은 연락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경찰에도 찾아갔지만 민사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김 의원은 현재 살고 있지도 않은 집의 전세 대출 이자를 내며 전세 계약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임차인의 '재산 보호'와 '주거 안정' 지원한다는 정부와 서울시 대책은?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피해 방지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국토부는 악성 임대인의 정보와 적정한 매매‧전세가, 임대보증 가입 여부 등 임대차 계약에 필요한 정보가 담긴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을 내년 1월에 출시하기로 했습니다. 또 현재는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가도 임차인의 보증금보다 우선적으로 변제되는 체납 세금이 얼마인지 임대인 협조 없이는 확인하기 어려운데, 임차인이 선순위 권리관계를 확인할 수 있게 하기로 했습니다.


    아파트와 빌라 등의 전세가율도 수도권의 경우 읍면동 단위까지 확대시켜 공개할 방침입니다.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최우선 변제 금액을 올리고 대항력 효력이 발생하기 전 임대인이 매매나 근저당을 설정하지 않겠다는 특약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서울시도 전세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1인 가구 전월세 안심계약 도움 서비스와 청년 전세보증금 반환 지원 사업입니다. 1인 가구 전월세 안심계약 도움서비스는 사회초년생, 부동산 정보에 취약한 어르신 등에게 주거안심매니저가 전월세 상담을 해주거나 집을 보러 갈 때 동행해주는 서비스입니다. 기존에 5개 자치구에서만 시행됐는데, 최근 14개 자치구로 확대됐습니다.


     

    두 번째는 서울시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상품에 가입해 보증료 납부를 완료한 청년들에게 보증료 전액을 돌려주는 사업인데요. 나이, 주택 보증금액, 연소득 기준이 충족된 경우 보증료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서울시는 전세가격 상담센터를 통해 시세 대비 전세가격이 적정한지 상담을 해주고요. 분쟁 조정이나 법적 대응이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 상담도 제공합니다.


    ■ '세입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 제도 손봐야

    취재 과정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들은 하나같이 세입자들을 보호하는 식으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구로구 A 공인중개사는 "세입자에게 최우선으로 우선권을 주고 법으로 보호해줘야 한다"라면서 "집주인이 마음만 먹으면 임차인과 계약서를 쓰고 있을 때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현 부동산 시장의 제도적 허점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인천 미추홀구 B 중개사는 "보증금을 주택 가격의 일정 부분 이상 받지 못하게 하는 식으로 법을 개정하고,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까다롭게 강화하면 세입자들이 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깡통 주택을 계약하지 않고 이를 역이용하는 악덕 임대인도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현재 나오는 대책은 사후적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모든 위험이 임대인이 아닌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빌라나 오피스텔 신축업자들이 전세제도가 돈이 되기 때문에 자신들의 사업모델로 활용하고 있는데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전세자금 대출이나 전세보증보험 금액을 확대해 무분별하게 전세가를 올리는 정책은 손봐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청년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지수 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은 "단순히 매매 시세나 악성 임대인 정보를 알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임차인의 대항력 효력이 발생되기 전 임대인이 매매나 근저당을 설정하지 않겠다는 강제성 없는 특약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깡통전세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전세 사기에 대한 처벌과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취재기자 : 정진명)

    ≫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유튜브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깡통전세 사기' 집중된 서울 서남부 지역의 공통적 특징 [변상욱의 우리동네 라이브 10/20(목)]
    https://www.youtube.com/watch?v=TiH8p3tuo1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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