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불덩이 '뚝뚝' 방음터널 화재 위험, 서울도 예외 없다

지혜롬 기자

hyerom@tbs.seoul.kr

2023-01-1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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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12월 29일 경기도 과천시


    5명이 숨졌고

    41명이 다쳤다



    【 인터뷰 】시민
    "한 달에 2~3번은 이용하는 길이거든요. 거기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의 피해가 특히 컸던 건 '아크릴'로 불리는 PMMA 소재 때문이었습니다.

    【 인터뷰 】유용호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불에 잘 타는 그런 가연성 소재이고요. 280도 정도가 되면 화재가 급격하게 확산될 수 있는…."





    소음을 차단하는 방음터널은 서울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요.

    대부분 아크릴 같은 플라스틱 소재가 사용돼 불이 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방음터널의 방음판은 주로 PMMA 폴리메타크릴산메틸, 또 PC로 불리는 폴리카보네이트, 그리고 강화유리 이렇게 3가지로 만들어집니다.

    이중 PMMA, PC는 불이 잘 붙는 플라스틱 소재입니다.




    전국적으로 방음터널은 200여 곳, 서울에만 모두 19곳인데 이중 15곳에 플라스틱이 쓰였습니다.

    【 인터뷰 】유용호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비교적 아크릴 소재들이나 그런 소재들이 비교적 값이 좀 싸죠. 경제적으로 조금 싼 가격의 소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안전에 대한 부분은 조금 소홀했고…."

    안전하지 않은 소재들이 마구잡이로 쓰이고 있지만 이를 막을 규정은 따로 없습니다.

    【 인터뷰 】인세진 / 우송대 소방안전학부 교수
    "방음 터널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터널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소방청에서 만든 화재 안전 기준의 적용을 받지 않는…."




    전문가와 함께 서울 시내 방음 터널을 점검해 봤습니다.

    소재도 제각각, 소화 시설의 유무도, 터널의 형태도 모두 달랐습니다.

    【 현장음 】조성일 / 르네방재정책연구원 원장
    "여기 지금 잘 안 보이는데 물 분무 시설이 보이질 않죠. 대피문을 만들기도 좀 어렵죠."

    현재 국토교통부는 운영 중인 방음 터널, 방음벽에 대해 불에 타지 않는 재질로 교체하라고 지시한 상태.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방음판을 교체하는 것뿐만 아니라 터널이라는 구조 자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 인터뷰 】 조성일 / 르네방재정책연구원 원장
    "연기가 위가 막혀 있으면 빠져나갈 구멍이 없으니까 질식사의 위험이 더 커진다. 이걸 불연재로 바꾸는 건 대책이 아닐 수 있다. 이 안에 연기가 차거나 열기가 옆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위를 확실하게 열어주는 게, 이런 위험 시설물들을 도시에서 가능한 줄이는 게 더 분명한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사고가 난 뒤에야 드러난 도로 위 안전 사각지대 '방음터널'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 서울 방음터널 실태와 안전 대책에 대해 Q&A로 정리했습니다.


    Q.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의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플라스틱 소재의 방음판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서울 방음터널 상황은 어떤가요?

    A. 서울 시내 방음터널 6곳 정도를 직접 살펴봤는데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불이 나면 언제든 더 큰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요. 저희가 서울시에서 입수한 자료를 분석해 봤더니 서울에 모두 19곳의 방음터널이 있었고요. 이중 15곳에 플라스틱 소재가 사용됐습니다. 강화유리로 만들어진 곳도 4곳 정도 됐는데 불이 나면 터널에 연기가 가득 차기 때문에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요. 결국 지금 방음터널은 다 위험하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플라스틱 방음판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A. 방음터널을 만들 때 가장 고려됐던 게 안전보다는 보기 좋은 것, 값이 싼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크릴 같은 플라스틱 소재가 쓰였고요. 사실 방음터널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경고는 계속돼왔습니다. 특히 방음터널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중에서 PMMA, 아크릴에 대한 경고가 가장 많았는데요. 2012년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이 낸 보고서에서 PMMA 사용의 위험성을 제기했고요. 2018년에도 이 소재는 화재확산 위험이 있어 방음터널에 사용하기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안전하지 않다는 경고는 곳곳에서 제기됐지만 무시돼왔습니다.


    Q. 2020년에도 경기도에서 비슷한 화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왜 이렇게 관리나 규제가 안 되는 건가요?

    A.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방음터널은 소음 차단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화재 안전에 있어선 사각지대에 놓여있는데요. 1999년 도로설계편람 초판에는 불연성, 준불연성이어야 한다는 방음벽의 기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2년 개정판에선 삭제됐고요. 또 소방법상 일반터널도 아니어서 화재 안전 기준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소화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안전 점검, 안전 진단 대상에도 빠져 있습니다. 이렇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데 왜 관리가 안된 건지 국토부에 물어봤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작년 감사원 지적에 따라 용역을 진행하고 기준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사고가 났다면서 그동안 규정이 미비했음을 인정했습니다.


    Q. 국토부와 서울시에서 내놓은 대책이 있습니까?

    A. 일단 관련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이번 사고 전까지 국토부나 서울시에선 방음터널이 몇 개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습니다. 국토부도 처음에는 전국에 150여 곳으로 추정된다고 했다가 최근 전수조사를 통해 200여 곳이 있다고 파악했고요. 서울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16곳이라고 했는데 최근 저희가 단독 입수한 자료를 보면 19곳입니다.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현황 파악조차도 안 되고 있었던 건데요. 국토부는 일단 이번 사고 이후 불에 타는 소재는 방음터널에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다만 언제쯤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Q. 전문가들은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던가요?

    A. 우선 지금 불에 잘 타는 소재가 많이 쓰이니까 이 소재를 바꾸자는 주장이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불에 안 탄다고 해서 100% 안전한 건 아닙니다. 화재로 인한 열과 연기가 터널 안에 갇힌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소방·대피시설을 잘 갖추자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이 역시 완벽한 대안은 될 수 없습니다. 방음터널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일반터널을 비교해 보면 일반터널은 보통 천장에 바람길을 만들어 환기 시스템을 갖춥니다. 플라스틱이나 강화유리로 만들어진 방음터널은 이 역시 어렵습니다. 좀 더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인데요. 앞서 영상에서도 언급됐는데 방음터널 위를 걷어내자, 방음터널 대신 저소음 포장도로를 설치하는 등 보다 안전하게 소음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보자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 지혜롬
    영상취재 : 차지원, 류지현
    편집기자 : 이아름
    그래픽·CG : 김지현,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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