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지난해 8월 서울백병원이 82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았다는 소식, 저희가 전해드린 적 있습니다.
서울백병원 자리를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두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데요.
"기존 백병원 터를 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하겠다", "그건 안 된다", 서울시와 중구, 그리고 병원 재단 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 내용, 최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해 8월 1,7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문을 닫은 서울백병원.
진료는 끝났지만 백병원 터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합니다.
"서울시 종합의료시설 결정 철회하라!"
"철회하라. 철회하라. 철회하라!"
"준비도 안 된 사업을 가지고 무슨 사업 계획을 합니까?"
"사업 계획이 아니고 시설 결정이라고요."
해당 지자체와 소유주인 학교법인 인제학원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
백병원 터가 위치한 중구는 인제학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백병원지부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최근 설명회에서 기존 백병원 터를 계속 병원 자리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백병원 폐원 후 중구에는 상급병원이나 민간 종합병원이 전무한 상황.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유행이나, 인근에 예정된 재개발로 중구에 유동 인구나 거주 인구가 늘어나면 발생할 응급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겁니다.
【 현장음 】박찬호 / 중구 도시관리계획 용역 상무
"중구 내 유일한 대학병원이자 감염병 전담병원인 서울백병원 폐원 결정에 따른 의료 기능 부재가 우려돼 종합의료시설 결정을 통해 서울시 및 중구의 도심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도시관리계획안이 수립되었습니다."
앞서 서울시는 도심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서울 시내 3,000㎡ 이상 병원의 터는 모두 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의료시설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는데,
중구는 이번 백병원 터 일부 공간에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성형외과나 치과, 피부과 등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입니다.
【 현장음 】박찬호 / 중구 도시관리계획 용역 상무
"보시는 바와 같이 별관동은 비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해서 1종 근린생활 중의원이나 치과의원이 입지 가능하도록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종합의료시설 지정에 인제학원 측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백병원 반경 2km 안에 다수의 종합병원이 있어 의료 공백이 우려되지 않는다는 것.
또 서울백병원 터는 본래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어 약 3천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알려졌는데
종합의료시설로 용도를 지정하면 구매하려는 수요자가 적어 자산 가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겁니다.
인제학원은 당초 서울백병원 터 판매 수익을 나머지 4개 형제 병원에 투자할 계획이었습니다.
【 현장음 】성권제 / 인제학원 경영전략팀장
"그동안 서울백병원 누적 적자를 보존하기 위해서 계속된 형제 병원의 투자를 미뤄왔던 것에 대한 투자가 정말 시급한 상황입니다."
또 과거 컨설팅에서 더 이상 이 자리에서 병원을 운영하긴 어렵다는 결과를 받았다는 점도 반대하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 현장음 】성권제 / 인제학원 경영전략팀장
"현 부지는 의료 관련 사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폐건물로 방치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요약하면 종합의료시설 결정으로 기대할 수 있는 공익보다 부지 소유주인 인제학원의 피해가 훨씬 중대합니다."
인제학원은 중구 측에 결정을 재고해달라며 교직원과 가족을 비롯한 2만 2,000여 명의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
【 현장음 】부산백병원 직원 대표
"우리는 정말 생존을 위해서 이 결정을 했다는 거를 공무원들이 한 번 더 살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합니다. 그런 결정이었다는 걸 살펴본다면 정부가 도와줘야 되지 않겠습니까? 서울시가 도와줘야 되지 않겠습니까?"
【 현장음 】서상혁 / 중구 도심정비팀장
"공익과 사익과의 어떤 비교나 이런 걸 통해서 과연 이게 실효성이 있고 적합한지 여부는 추후에 저희가 심의 시에 충분히 검토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중구는 종합의료시설 결정을 다음 달 중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중구에서 이번 결정안을 제출하면 서울시는 심의를 거쳐 부지 용도를 최종 결정할 예정입니다.
TBS 최가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