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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한반도 '운명의 날'…2018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제언은?'
지혜롬
tbs3@naver.com
2018-04-27 10:46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출연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사진=안경원 기자>
* 내용 인용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2부 [인터뷰 제 1 공장]
한반도 '운명의 날'…2018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제언은?
-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김어준 : 오늘 첫 번째 게스트입니다. 2차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대북 특사였었죠. 2차 정상회담 성사를 시킨 대북 특사로 오늘 나오신 분입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정동영 : 네, 안녕하세요.
김어준 : 당시 통일부 장관이셨죠?
정동영 : 예.
김어준 : 오늘은 민주평화당 얘기는 아니고요, 지방선거얘기도 아니고, 남북정상회담 얘기만……. 감회가 새로운 분들, 남다른 분들이 여러 분 있겠지만 의원님도 감회가 남다르시죠?
정동영 : 예. 오래 기다렸죠. 65년 기다린 겁니다. 휴전 협정일이 며칠인지 아세요?
김어준 : 생일하고 같다고…….
정동영 : 53년 7월 27일인데 제가 태어나서도 휴전체제, 제 아들들이 군대 갔을 때도 휴전체제, 65년 만에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바꾸는 첫걸음이죠.
김어준 : 의원님 생일도 7월27일이라면서요.
정동영 : 그러니까 그날이 제가 태어난 날이에요. 제 개인적으로도 운명적 전환이지요.
김어준 : 오늘만 기억하고 잊겠습니다, 의원님 생일은. 그런데 우선 그 얘기부터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만나신 거잖아요. 3박 4일인가, 2박 3일 동안 만나신 거죠?
정동영 : 그때는 갈 때는 특사가 아니었고요, 하도 남북관계가 막혀있었고, 참여정부 출범하고 나서 절반이 지났는데 남북 관계는 얼어붙어있었어요. 그때 여러 가지 북미관계도 험악했고 그때 북한은 이블이었잖아요, 이블. 악이었단 말이죠, 악의 축.
김어준 : 그리고 경제사정도 굉장히 어려웠잖습니까.
정동영 : 그렇죠. 그래서 이걸 뚫어보려고 6·15 5주년 기념행사에 정부대표단이 끼어서 방북한 거죠. 그때 김정일 위원장도 이제 나와야 되겠다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겠죠. 그래서 이제 만남이 성사됐고 그래서 이제 그 전후해서 전략적 결단, 뭐냐면 ‘정상회담을 해야 되겠다’, 그다음에 ‘비핵화 협상에 나서야 되겠다.’ 이렇게 해서 바로 직후에 2005년 9·19 핵포기 합의까지 이루어진 거죠.
김어준 : 제가 궁금한 것은 이제 이렇게 알려진 거 말고 안 알려진 내용들이 있을 것 아닙니까.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특사였고 또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있는데 둘만 나눴던 얘기를 공개할 수 없다거나 이런 거 있었지 않습니까?
정동영 : 밝혀지지 않은 내용은 그거죠. 정상회담 장소, 지금 트럼프 김정은 정상회담 장소가 아직 결정이 안 됐는데요, 원래 2차 정상회담은 2000년 6·15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에 6·15 합의문에 적혀있어요. ‘조속한 시일 내에 서울에서 2차 정상회담을 한다.’
김어준 :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양 갔고 그다음에 서울로 와라, 이렇게 하고 끝났죠.
정동영 : 합의가 된 건데 5년 동안 지켜지지 않았거든요. 2차 핵위기가 발생해서 험악해졌기 때문에 도저히 분위기로서는 서울 답방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이제 또 걸림돌이었어요. 그래서 가서 이 문제를 풀었죠. ‘서울 안 와도 좋습니다. 장소는 위원장께서 결정하시고 시기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지금으로부터 3개월 내에 개최를 희망합니다.’ 했는데 만남 끝나고 밥 먹으러 가는데 저한테 귓속말로 그러더라고요. ‘곧 좋은 소식을 내려 보내겠습니다.’
김어준 : 그게 사진에 찍힌, 귀에다 대고…….
정동영 : 그게 이제 사람들이 무슨 말이냐고 자꾸 물어봤었는데…….
김어준 : 그때 무슨 말을 했느냐가 장소에 대해서 곧 좋은 소식을 내려 보내겠다.
정동영 : 그런데 이제 특사가 왔어요, 북에서 그 뒤에. 왔는데 뜻밖에 제3국에서 하면 어떠냐는 얘기를 했어요.
김어준 : 그러니까 평양은 한 번 왔으니까 평양을 또 오라는 건 그러니까, 그리고 서울은 올 상황이 안 되니까 다른 나라에서 하자는 제안을 북한에서 했었어요, 그때?
정동영 : 그렇죠. 그때는 그 의미를 몰랐어요. 그래서 제가 대답한 것은 ‘한반도 내에서 합시다. 2차 정상회담을 제3국에서 하는 것은 맞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 남북 간의 문제를 국제화하는 의미가 있고 하기 때문에 이건 부담이 된다. 그러니 백두산도 좋고, 한라산도 좋고, 금강산도 좋고, 개성도 좋고, 어디라도 좋으니 한반도 내에서 하자.’하는 답을 준 거죠. 그런데 나중에 저희들이 파악해 본 걸로는 러시아였습니다. 블라디보스톡이었어요.
김어준 : 러시아에서 하자? 왜 블라디보스톡이죠?
정동영 :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푸틴 대통령이 적극적인 후견인 역할을 하고 싶어 했고, 특히 동시베리아 개발에 대한 신동방정책과 연결해서. 또 당시 핵심, 지금도 북한의 핵심관심사는 에너지입니다. 핵문제의 뿌리를 파고 들어가 보면 경수로 에너지 문제가 있거든요. 앞으로 비핵화에서도 최대의 걸림돌이 경수로 문제입니다. 에너지 문제에요. 그런데 이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 중에 하나가 러시아에 천연가스 있잖아요.
김어준 : 가스관 얘기가 그때부터 나온 거군요, 그래서. 결국은 그러면 제3국은 안 되겠다고 해서 ‘차라리 그러면 우리가 평양을 한 번 더 갈게.’ 이렇게 된 겁니까?
정동영 : 아닙니다. 그러고 나서 비핵화 6자회담을 돌리면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이걸 결말로 이끌고 가려고 했던 게 우리 구상이었는데, 남북정상회담은 유예된 상태에서 9·19 합의가 된 거죠. 그러니까 전략적 결단을 내렸어요. 북한의 핵 포기.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개발 중인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 abandon 이에요. 94년에는 동결, freeze고 이번에는 dismantlement에요. 이번에는 핵 폐기하라는 거죠. 그때는 포기라는 단어를 썼어요. 아시다시피 전략적 결단을 내렸는데, 그러고 나서 북한이 약속을 어겼다고 언론들은 씁니다만 중요한 건 사실이잖아요. 사실은 미국이 찢은 겁니다.
김어준 :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설명 좀 해 주십시오, 그때.
정동영 : 9월 19일 날 북한과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관계정상화에 합의했단 말이죠. 북미수교 해 주기로 한 거예요. 그리고 북한은 비핵화에 합의한 거예요.
김어준 : 지금 우리가 하고자 하는 루트를 간 거죠.
정동영 : 그렇죠. 그때 이미 합의한 거죠. 북한은 핵을 내려놓고 미국은 수교해 주고. 그런데 미국의 강경파 네오콘 입장에서는 이걸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죠. 그래서 바로 다음 날 ‘미국은 불량국가, 깡패국가다.’ 그리고 마카오에 있는 BDA, 불법 자금을 조사해야 된다. 결국 그래서 모든 게 틀어진 거죠.
김어준 : 그게 컸습니다, BDA. 소위 거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건데, 핵을 포기하고, 그다음에 북미수교를 하고, 결국 지금 원하는 건 똑같은 겁니다. 핵을 포기하고 체제보장을 얻고. 그런 약속을 그때 얻어냈는데 그 다음날 터진 뉴스가 마카오에 있던 북한 계좌를 동결해 버린 거 아닙니까, 미국이.
정동영 : 그렇죠. 뉴스가 아니라 정책이에요. 미국의 정책이 이걸 조사하겠다는 거죠. 그러니까 비핵화 정책이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가 목표가 아니라 북한을 계속 불량국가로 묶어두는 거죠. 네오콘 내부에 이런 토론이 있었다고 해요. 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동북아에서 우리는 another North Korea가 필요하다. 또 다른 North Korea가 필요하다고 하는 거죠. MD망 구축을 통해서 이른바 중국 포위 전략을 거대한 세계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었던 그때 부시 정부 내부의 네오콘 입장에서는 북한 문제를 그렇게 김정일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으로 비핵화로 가는 것을 원치 않았던 거죠. 그 뒤에 확인된 것은 크리스토퍼 힐 미국 대표에게 나중에 제가 물어봤어요, 몇 년 뒤에. 2012년 대선 때 크리스토퍼 힐 대사를 국회 사랑지에서 만났어요.
김어준 : 그때 왜 그랬냐고…….
정동영 : 그때 물어봤어요. 그때 뭐라고 그랬냐면 ‘당시 미국에는 두 개의 정부가 있었습니다.’ 이게 힐 대사의 답변이었습니다. 합의한 것은 협상파·대화파가, 크리스토퍼 힐, 콘돌리자 라이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거고, 찢어버린 것은 강경파 네오콘 딕 체니, 럼스펠드, 졸 볼튼, 볼튼이 지금 어디 있습니까. 지금 워싱턴이죠.
김어준 : 그러니까요. 지금 트럼프한테 다시 가있는데, 그때 그게 하루 만에 찢어진 거군요. 그리고 그게 이제 설득이 된 거고요.
정동영 : 지금 알려진 것은, 언론들이 얘기하는 것은,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도 말하는 것은 ‘북한은 매번 약속을 어긴다.’라고…….
김어준 : 전문가 아니에요. 종편에나 이런 데 나와서 만날 얘기하는 변호사나, 이런 분들.
정동영 : 중요한 건 사실관계에요.
김어준 : 남북관계에 대해서 실무에 뛰어본 적 한 번도 없는 사람들이 나와서 만날…….
정동영 :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거죠.
김어준 : 그런데 실제 벌어진 일은 그런 거였다. 그게 과거인데요, 그럼 이번에 희망적인 점은 뭐고 우려되는 점은 뭡니까?
정동영 : 저는 잘 될 거라고 봅니다.
김어준 : 남북관계를 직접 뛰어본 선수, 그 외 인사들이 이번에는 잘 될 것 같다고 하긴 하시더라고요.
정동영 : 왜냐면 북이 단군신화에 빗대면 동굴에서 마늘과 쑥을 씹고 살아왔거든요. 그런데 이제 햇빛이 비치는 광장으로, 국제사회의 성원으로 참여하겠다고 전략적 결단을 내린 거예요. 김정은 시대에 두 번 내렸는데 두 번 다 실패했어요. 밖에서 봉쇄했기 때문에, 못 나오게. 나오라고 해 놓고 밖에서 막으니까 나올 길이 없죠.
김어준 :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미국 정권이 바뀌었고.
정동영 : 미국 정권이 바뀌어서 한 번 막힌 거고요, 2005년에는 네오콘이 막아버린 거고, 입구를 막았어요. 이번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나오려고 하는데 그 손을 잡아준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이죠. 그리고 이번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뒤에 배치돼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밖으로 나올 수가 있는 거죠.
김어준 : 그때는 북미 정상회담을 확정해 놓고, 지금도 확정은 아니지만 거의 되어 가는 분위기니까, 그렇게 정해놓고 그때 제기된 건 아니었습니다.
정동영 : 그렇죠. 그때는 김정일 위원장은 수동적인 입장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이끌어낸 건데, 이번에 차이는 아버지보다 아들이 훨씬 공세적이고 적극적이에요. 좀 스케일이 큰 측면도 있고, 이번 경우는 남북정상회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제안, 시진핑 주석에 대한 제안을 전부 지금 공세적으로……
김어준 : 굉장히 대담합니다.
정동영 : 그렇죠. 김어준 스타일인 것 같아요.
김어준 : 그다음 모라토리움을 이렇게 스스로 빨리 선언해 버릴 것은 예상 못했잖습니까, 다들?
정동영 : 그렇죠. 비핵화로 가는 역이 4개 역이 있어요. 첫 번째 역이 유예, 모라토리움이고, 두 번째 역이 동결이에요, 프리징. 그리고 세 번째가 불능화예요. 그리고 마지막 종착역이 폐기죠. 그런데 벌써 두 번째 역을 통과하고 있어요.
김어준 : 그러니까요. 보통 협상에 써먹을 건데 협상하지 않고 미리 선언해 버렸으니까.
정동영 : 스케일이 크다는 얘기 하나 했고, 그다음에는 결국 불신 문제입니다. 특히 북미 간에, 미북 간에 뿌리 깊은 불신 있잖아요. 미국은 북한을 전혀 믿지 않습니다. 북한 또한 핵개발의 4단 논법이 있잖아요. 첫 번째, 미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뒤집어진다. 두 번째, 미국은 두려운 존재다. 우리를 압살하려고 한다. 특히 핵무기로 위협을 한다. 세 번째. 그래서 우리가 생존하려면 최우선 과제는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거다. 그런데 미국은 관심이 없다. 들은 체 만 체 한다. 결국 우리는 미국의 그런 압살 위협에 맞서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로 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협상할 때가 올 것이다. 이렇게 4단 논법에서 마지막 단계, 핵무력 완성 선언과 함께 유턴한 거라고 판단하는 것이 저는 상식적이고 합리적 판단이라고 봅니다.
김어준 : 거기까지 이해했고요, 직접 이렇게 뛰어본 선수들이 얘기를 하면 다릅니다, 확실히. 북한 관계 관련해서는 종편 보지 마시고……. 너무 많은 변호사님들이나 한 번도 이런 걸 해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 나와서 뇌피셜이라고 하죠. 자기 상상 속의 이야기를 해요, 대부분. 오늘 이야기를, 저희가 6분밖에 이제 안 남았습니다. 오늘 어떤 순간을 주목해야 되고 어떤 합의나 선언이 나오면 큰 성공이라고 봐도 좋습니까?
정동영 : 일정 발표에서 제가 주목한 부분은 그거예요. 합의문 서명이 있고 공식만찬이 있더라고요. 그거는 이미 성공을 확인했다는 얘기죠, 일정배치로 봐서.
김어준 : 그래요?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아, 그렇군요.
정동영 : 1·2차 정상회담하고 정리하는 데 하룻밤 꼬박 걸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당일치기 회담이잖아요? 이미 합의문은 돼 있다고 봅니다.
김어준 : 그렇군요.
정동영 : 그 중에 문구 수정이 조금 있겠지만 결국 어제 청와대 임종석 실장이 ‘비핵화 의지 명문화’가 들어가면 회담 성공이다, 하는데 비핵화 명문화가 돼 있단 얘기죠, 그 말은.
김어준 : 이렇게 김을 빼면 어떡합니까, 이렇게?
정동영 : 오늘 산책이 하이라이트죠.
김어준 :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산책.
정동영 : 그건 누구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지만 기가 막힌 거예요.
김어준 : 저도 기가 막힌 아이디어라고 봅니다.
정동영 : 2000년 1차 정상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이 갑자기 김정일 위원장 차에 동승했잖아요, 아무도 없이 둘이만. 갖가지 억측이 많이 난무했죠.
김어준 : 그런 시간이 중요한 거거든요.
정동영 : 그게 중요하거든요. 그것을 이번에 차 탈 시간은 없는 거니까 산책 시간으로 만든 거죠.
김어준 : 저도 그거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봅니다. 자연스럽게 밥 먹고 나무 심고 산책 잠깐 한다. 그렇죠?
정동영 :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 중에 가장 울림이 큰 얘기, 김정은 위원장의 얘기 중에 가장 주목해야 할 얘기가 한 마디씩 있습니다. 지난번에 청와대 자문회의 가서 그 얘기를 했어요.
김어준 : 원로자문회의 가셨죠, 참?
정동영 : 원로는 아니고요, 제가.
김어준 : 그런데 원로 자문회의에 왜 가셨습니까, 원로도 아니시면서.
정동영 : 저는 장년…….
김어준 : 어쨌든 원로 자문회의를 했었고, 거기 가셨는데?
정동영 : 문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어요. ‘내 운명을 어떻게 남에게 맡기나.’ 이게 핵심입니다, 핵심. 핵심이에요. 길라잡이 정상회담이라고 낮춰서 겸손하게 말하지만 사실 중심은 오늘 이 자리입니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이 자주 ‘지정학’이라는 세 글자를 씁니다. 그런데 그 말 중에 ‘한반도가, 조선반도가 지정학적 피해국에서 지정학적 수혜국으로 나서야 한다.’ 이 말이 있어요.
김어준 : 그런 표현을 했습니까?
정동영 : 이거는 역사의식이 담겨있는 말이에요. 지정학적 피해국. 지난 100년 동안 일본의 식민지, 노예, 전쟁, 분단, 가난, 지난 100년을 통과해 왔잖아요. 지정학적 수혜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말에 짝이 될 수 있습니다. 내 운명을 어떻게 남에게 맡기나.
김어준 : 지정학적 수혜국이 되어야 된다는 표현을 썼어요?
정동영 : 그렇습니다. 김정은의 직접 워딩입니다. 이번에 4월 20일 날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이렇게 말하잖아요. ‘인민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
김어준 : 문명국가라는 표현도 썼고요.
정동영 : 사회주의 문명국가, 사회주의 경제 강국, 그다음에 지난 6년 동안 22군데 경제 개발 구역을 지정하잖아요. 이것과 문재인 대통령이 제기한 한반도 신경제 지도, 목포에서 새만금으로, 신의주까지 가는 서해안 제조 물류 교통 벨트. 동해안에 부산에서 원산에서 블라디보스톡으로 이어지는 동해안 자원 에너지 벨트. 이 구상과 사회주의 경제 강국, 인민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지 않겠다.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 주겠다는 말과 짝을 이룹니다. 김정은의 꿈은 아버지 김정일의 꿈보다 큰 것 같아요. 아버지는 삼시세끼가 꿈이에요. 삼시세끼 먹는 사람을 뭐라고 그러죠, 집에서?
김어준 : 삼식이요?
정동영 : 그것도 북에서는 굉장히 호사스런 꿈이었는데, 그 꿈이 아니라 그 꿈을 넘어서서 베트남의 길을 가보자는 거죠. 공산당 일당 독재를 하지만, 그러나 수십 년 동안 고도성장하잖아요? 미국과 15년 전쟁했습니다. 60년에서 75년, 그리고 95년에 관계 정상화하고 시장 개방하고, 베트남의 길. 매력적인 길이지요. 이것을 도보산책하면서 ‘내 운명을 어떻게 남에게 맡기나.’라는 얘기와 지정학적 수혜국.
김어준 : 1분 남았는데요, 의원님은 이 남북문제 얘기할 때 진짜 빛납니다. 남북 얘기만 하세요, 당분간. 지방선거 얘기하지 마시고……. 그런데 1분 남았는데 그러면 이제 이게 어떻게 되는 겁니까? 사실상 공식적으로 양국 체제가 되는 거 아닙니까, 한반도 양국 체제가 되는 거 아닙니까?
정동영 : 2국 2체제로 가는 거죠. 오늘 합의문을 국회에서 동의하면 그게 법률의 효력을 갖는 남북 기본조약이 되는 셈이에요.
김어준 : 과거에는 북한도 우리 남한도 다 서로를 괴뢰라고 했지 않았습니까?
정동영 : 그 시대를 넘어가는 거죠.
김어준 : 그래서 각각 하나의 체제,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는 거잖아요,
정동영 : 정전체제 하에서는 괴뢰고, 평화체제 하에서는 2국 2체제, 남북 연합시대로 들어서는 거죠.
김어준 : 그럼 갈 때 여권 내고 가야 되는 겁니까?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정동영 : 그렇죠. 동서독 기본조약이 72년에 맺어졌을 때 서독 내에서도 저거 괴뢰인데 제재해서 압박해서 붕괴시켜야 할 대상을 어떻게 국가로 인정하느냐, 하고 브란트 수상에 대한 불신이 많이 제출됐어요. 2표 차이로 브란트가 재신임 됐습니다마는, 그때 안 됐으면 달라졌죠. 자, 이제 72년에 맺었던 동서독 기본조약시대가 이제 남북한에 기본협정시대로 우리 앞에 있는 겁니다.
김어준 : 정동영 의원이었습니다. 또 모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동영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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