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이드] 소고기=메탄 폭탄? 〇〇〇를 먹이면 달라진다

조주연 기자

piseek@tbs.seoul.kr

2022-07-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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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21년 기준, 세계 곳곳에서 사육되는 소는 9억9,600만 마리.

    약 10억 마리의 소가 매일 숨을 쉬고, 트림하고 방귀를 뀝니다.

    그 과정에서 새어 나오는 메탄.

    우리 사람의 트림에는 메탄이 없는데, 위가 네 개로 되새김질하는 반추동물 소는 한 마리당 한 해에 70~120㎏의 메탄을 배출합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와 비교했을 때, 지구를 데우는 온실효과가 단기간에는, 예를 들어 20년을 기준으로는 80배나 높습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총배출량 중 소를 포함한 축산업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1.3% 남짓.

    하지만, 전 세계로 보면 7%, 사료 작물 재배, 제조, 운송, 도축, 가공 등 공급망 전체를 합산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기준으로는 14~18%입니다.

    전 지구적인 위기인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 적다고 할 수 없죠.

    먹으니 나온다. 이 당연한 생리 현상은 막을 수 없습니다.

    소의 사육 두수를 줄인다? 우리의 밥상을 바꾼다? 이 역시 육식을 줄이는 문화의 변화, 사회적 합의, 개인의 노력이 모두 필요한 일이라서 쉽지 않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7,000만 톤의 쇠고기가 전 세계인의 밥상에 올랐죠.

    메탄을 좀 더 '과학'적으로 덜 배출하게 만드는 방법, 없을까요?

    메탄은 소의 소화액 속에 사는 미생물이 사료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소에게 사료를 먹여도 메탄이 덜 나오게 할 순 없을까요?

    우리의 밥상 위 쇠고기에서 시선을 돌려 소의 밥상에서 해결책을 찾아봤습니다.

    ▶ 해조류 섞은 사료, 트림을 줄인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소의 먹이, 사료는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현재 국내외 전문가들이 역점을 두는 일은 사료에 '무언가'를 섞어보는 겁니다.

    해외에선 해조류인 바다고리풀부터 마늘, 감귤, 맥주 효모 등 다양한 물질로 실험 중입니다.

    품종, 환경 등이 달라서 국내에 해외의 실험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긴 힘듭니다.

    그럼, 우리나라의 소 맞춤식 저탄소 식단 연구는 어디쯤일까.

    크게 천연물, 미생물, 화학 합성제 이용으로 나뉩니다.

    이유경 농업연구사 / 국립축산과학원
    "축산과학원에서는 소의 사료에 메탄을 줄일 수 있는 천연물을 첨가해서 섞어서 먹이는 그런 방법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미역, 다시마, 나팔꽃, 대황 등 다양한 천연물이 후보 물질입니다.

    소의 위에서 추출한 소화액에 사료와 후보 물질을 넣어서 배양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의 양을 확인합니다.

    이유경 농업연구사 /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소에서 메탄 생성균이 메탄을 생성하려면 어떠한 원료를 사용해야 하잖아요. 그러면 사용하는 원료를 덜 발생시키는 사료 물질을 넣어준다거나 아니면 메탄 생성균이 메탄을 만드는 과정 중에서 여러 가지 효소 작용을 해야 하는데 그러한 효소 작용을 억제하는 물질을 넣어준다거나 그런 원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메탄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도 중요하지만, 사료에 제2의 어떤 물질을 추가하는 것이니만큼, 그 해조류가, 자생 식물이, 약용 작물이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인지, 가격이 비싸지 않은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 미생물 사료로 위장을 편안하게
    사료에 섞는 무언가가 '미생물'이 되기도 합니다.

    이상석 교수 / 순천대학교 동물생명산업학과
    "반추위에서 다양한 미생물들을 분리하거나 아니면 특별히 기능성 미생물들을 분리해서 이 미생물이 소에게 먹였을 때 얼마만큼 (메탄이) 줄어드는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의 반추위액 1㎖에는 약 1,000억 마리의 미생물이 삽니다.

    소 안에 존재하는 하나의 미생물 생태계죠.

    미생물을 사료에 첨가하는 건 우리가 유산균을 챙겨 먹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상석 교수 / 순천대학교 동물생명산업학과
    "(첫째로) 사료가 잘 이용돼야 하고, 두 번째는 메탄 생성균이 작용을 덜 할 수 있도록 기존의 좋은 미생물들이 우점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는데…. 우리가 좋은, 유용한 미생물을 집어넣어서 전체적인 큰 틀에서 메탄 생성균을 억제하고, 반추위의 여러 가지 좋은 미생물들이 잘 작용할 수 있게끔 하는…."

    몸속 유익균을 늘려 소의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 화학 합성제 "속았지? 메탄 못 만들지?"

    또 무얼 섞을까요? 마지막으로 화학 합성제입니다.

    김경훈 교수 / 서울대학교 국제농업기술대학원
    "지금까지 가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검증된 것이 화학 합성제예요. 그래서 이 합성제를 국내에 들여오는 부분도 있겠지만 먼저 우리가 자체적으로 한 번 개발을 해보자 하는 차원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화학 합성제는 3-NOP(니트로옥시프로판올).

    이 화학 물질은 메탄을 만들 때 필요한 메틸코엔자임 M과 구조가 비슷합니다.

    3NOP가 메틸코엔자임M인척 효소와 합성이 돼버리면, 진짜 메틸코엔자임M은 방치되고, 결국 미생물은 메탄을 생성할 수 없죠.


    방향은 이렇게 어느 정도 잡혀있지만, 여전히 과제는 많습니다.

    "(사료에 섞은 첨가물이) 남아서 나중에 독성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사료의 섭취량이 저하된다든가 어떤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데…."

    "A라는 물질을 첨가했는데 처음에는 미생물들이 당황해서 메탄이 적게 나왔어요. 근데 어느 순간 되니까 적응을 하는 거죠. 일주일 보름 후에는 효과가 없어져 버리는…."

    독성 잔류, 섬유소 소화율 저하, 미생물 적응 등의 이유로 아직은 해외에서도, 국내에서도 실용화된 기술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검증' 절차도 아직 부족합니다.

    "헤드 챔버 형식이기 때문에 저희는 주로 입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를 측정하고 있고요…."

    "(소가) 호흡하는 가스 즉 우리가 관심 있는 메탄가스를 24시간 전량 다 포집해서 (메탄가스가 입에서) 얼마만큼 나오는가를 측정할 수 있는 그런 기계입니다."

    소가 얼마나 메탄을 내뿜는지, 우리의 여러 후보 물질이 얼마나 메탄을 줄였는지, 측정해줄 이 기계. 국내에 몇 개 없습니다.

    김경훈 교수 / 서울대학교 국제농업기술대학원
    "국내 검증을 위한, 검증에 의한 실험 결과들이 충분히 쌓여 있지 않고…. 감축량을 인정받기 위해서 전문가들에 의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죠."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이 더 알려지고, 더 확산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입니다.

    ▶ 환경 생각하면, 돈 된다!

    그래도 다행인 건 축산업의 경우, 환경에 좋은 게 돈도 덜 든다는 겁니다.

    소가 섭취한 사료 에너지의 2~12%가 장내 발효에 따른 메탄 발생으로 '손실'됩니다. 메탄을 줄이면 소를 키우는 과정에서 허공으로 사라지는 에너지도 아낄 수 있습니다.

    사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는 곧 소의 메탄 트림을 줄이는, 우리 지구를 위한 연구입니다.

    지속 가능한 우리의 밥상을 위해서는, 먼저 탄소 발자국을 지우는 축산 시스템 변화부터 필요합니다.

    TBS 조주연입니다.

    취재·구성 조주연
    영상 취재 차지원 고광현
    영상 편집 김희애
    뉴스그래픽 김지현 장예은
    CG 김진하
    연출 맹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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