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랑] 수십 년째 외계인 찾고 있는 책방 주인

백창은 기자

bce@tbs.seoul.kr

2022-07-08 09:52

프린트 94

  • ▶ 관측 천문학자 이명현

    백창은> 구독자 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이명현> 안녕하세요. 저는 이명현입니다. 이렇게 새롭게 멋진 과학 채널을 만들게 되어서 진심으로 축하드리고요. 너무 재밌게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

    백창은> 선생님께서 전파 천문학을 연구하셨다고 들었어요. 전파 천문학이 뭔가요?

    이명현> 천문학자라고 하면 보통 이론을 하는 이론 천문학자가 있고요. 관측을 하는 관측 천문학자가 있어요. 저는 관측을 하는 관측 천문학자였어요. 그런데 관측하려면 도구가 필요하잖아요. 망원경이. 보통 눈으로 이렇게 보는 망원경을 광학망원경이라고 해요. 그렇게 연구하시는 분도 있고 저는 전파 안테나를 사용해서 나선 은하를 관측하는 연구를 했어요. 그런 사람들을 전파 천문학자라고 부르는 거예요. 전파 천문학을 하게 되면 천체로부터 오는 전파 신호를 받아서 분석하거든요. 보통은 은하라든지 별이라든지 이런 걸 연구를 하는데. 한편에서는 외계 지적 생명체들이 인공적인 전파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신호를 찾는 작업을 많이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외계 행성이라는 게 있는데 자연스럽게 지구 같은 행성들이 있을까? 그런 곳에 지적 생명체가 있을까? 이런 쪽에 관심이 가잖아요. 그래서 원래 처음 관심은 외계 지적 생명체가 보내는 전파 신호인데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외계 행성에 관심이 가게 되는 거죠.

    ▶ 금성이 궁금했던 아이

    이명현> 동네에서 골목길에서 놀다 보면 한 명씩 저녁 먹을 때 (부모님이) 데리고 들어가잖아요. 그런데 거의 끝에 남는 아이 중 한 명이었어요. 그러니까 늘 초저녁이 되어서 별이 한 개씩 보이기 시작할 때까지 남아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초승달이랑 너무 친해졌어요. 초승달을 보고 좋아하고. 금성이라는 천체가 서쪽 하늘에 밝게 빛나잖아요. 그래서 그걸 맨날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별이 금성인 줄은 몰랐죠. 당연히. 친구들한테 물어봐도 모르고 부모님도 모르고. 그런 게 너무 알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운이 좋게도 초등학교 2~3학년 무렵에 우리나라에서 한국 아마추어 천문 협회를 만든다는 것을 <학생과학>이라는 잡지에서 보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가입했죠. 최연소. 문방구에 가서 렌즈 두 개를 사서 마분지를 말아서. 렌즈를 움직이면서, 초점 맞추는 것인지도 모르고 눈에 잘 보이게 맞춰서 금 그어놓고 마분지를 갖고 와서 풀로 붙이고 해서 망원경을 만들었죠. 그래서 그거 갖고 달을 봤는데 분화구도 보고 그랬어요.

    ▶ 외계 행성, 발견의 시작

    백창은> 외계 행성, 그러니까 태양계 바깥에 있는 행성을 말하는 건데 외계 행성이 처음 발견된 게 언제였나요?

    이명현> 외계 행성을 발견했다고 주장한 사람들은 1917년부터 있었어요. 그게 다른 천문학자들에게서 확인이 되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확인이 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주장에 그쳤죠.

    이명현> 펄사라는 천체가 있어요. 태양보다 무거운 별이 죽으면 중성자별이 되는데 그 중성자별 중에서 빨리 회전하는 중성자별이 있어요. 1초에 천 바퀴도 돌아요. 그런 별을 펄사라고 불러요. 그러니까 펄사는 굉장히 특이한 별이죠. 그 펄사 주변에서 지구와 질량이 비슷한 행성이 1992년에 발견됐어요. 그리고 확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게 처음으로 확인된 외계 행성이에요.

    백창은> 1992년이면 진짜 얼마 안 된 거네요.

    이명현> 얼마 안 됐죠. 더구나 1992년에 발견이 됐는데 약간 논란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펄사는 굉장히 특이한 천체라고 했잖아요. 일생을 한 번 살고 죽은 천체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관심 있는 건 태양계 같은 곳에 행성들이 있을까, 이런 거잖아요. 1995년이 되어서야 흔히 말하는 주계열성이라는 별들이 있는데 태양 같은 별들이에요. 한창 활동하는 별. 그런 별들 주위에서 행성이 발견됐어요.

    ▶ 지구와 비슷한 외계 행성을 찾으려면?

    백창은>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 행성이 5천 개가 넘는데 이 중에서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을 찾으려면 어떤 조건을 만족해야 할까요?

    이명현> 외계 행성에 외계 생명체가 어떤 식으로 살고 있을지 우리가 모르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많은 가능성이 있겠지만 할 수 없이 지구를 표본으로 삼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첫 번째 조건은 지구와 비슷한 행성. 지구보다 조금 크거나 지구랑 비슷한 행성이 있는가. 질량이나 크기가. 질량은 중요해요. 질량이 너무 작으면 대기를 붙잡고 있지 못해요. 달은 질량이 너무 작아서 우리가 아무리 공기를 넣어도 날라가 버리거든요. 그래서 질량이 지구 정도는 되어야 하고요.우리가 태양으로부터 좀 떨어져 있는데 금성만 해도 너무 뜨겁고 화성만 해도 춥거든요. 그래서 자신이 속해 있는 행성계에서 자기의 엄마별로부터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어서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흐르는. 이런 것들이 한 가지 조건이고요. 더 나아가면 자전축이 좀 삐뚤어져 있어야 해요. 그러면 계절이 생기거든요. 계절, 뭔가 변화가 있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징조예요. 변화가 없고 너무 안정되면 생명이 탄생할 이유가 없잖아요.

    백창은> 너무 안정적이어서요?

    이명현> 그렇죠. 안정적이라는 얘기는 물질 상태 그대로 안정적인데 뭔가 다른 걸 할 이유가 없잖아요. 불안정해져야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든가 결합한다든가 이런 게 생기잖아요. 그래서 자전축이 좀 기울어 있어야 계절이 생기거든요. 그러면 적도 지방 근처는 조금 더 따뜻할 것이고. 생명체가 생길 조건들이 굉장히 많이 생기거든요.

    백창은> 그중에서도 선생님이 집중하고 계신 건 외계 지적 생명체인 거죠?

    이명현> 네. 외계 생명체라는 것은 박테리아나 미생물 이런 것들이잖아요. 그런 것들이 지구 생명체와 비슷하게 태어날 수 있는 조건을 지금 말씀드린 거고요. 지적 생명체는 문명을 건설한 생명체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찾냐면 지구와 비슷하거나 비슷한 환경 조건을 갖춘 행성들이 발견되면 전파 망원경으로 관측을 해요. 거기에서 혹시 인공적인 전파 신호가 있을까 찾는 방법이 하나가 있고요. 또 한 가지는 분광 관측이라고 스펙트럼 관측을 해요. 지구 대기 스펙트럼 관측을 하면 지구에는 산소도 있잖아요. 오존층도 있고. 그러니까 산소 스펙트럼이 나타날 거예요. 그리고 생명체가 뿜어내는 것들에 대한 신호 같은 게 보이거든요. 그런 것을 바이오 시그니처라고 하는데 생명체가 뿜어내는 신호 같은 것들이 있는지를 분광 관측을 통해서 스펙트럼을 살펴 보거든요. 그런데 외계인, 외계 지적 생명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그것에도 관심이 있지만 뭐 예를 들어서 이런 거죠. 오염물질 같은 걸 찾아요.

    백창은> 지적 생명체가 더럽혔을 것 같은 물질이요?

    이명현> 그렇죠. 자연 상태에서는 만들어지지 않지만. 우리가 만약에 타이어를 많이 쓴다든지 공장을 가동했기 때문에 생기는 그런 물질들이 대기 중에 떠돌아다닐 거 아니에요. 그러면 분광 관측을 통해서 그런 물질이 있는지를 보고. 그러면 얘네가 오염시켰구나, 지적 생명체가 있구나, 이렇게 찾아보려고 해요. // 그래서 외계 생명체를 찾는 과학자들하고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사람들이 같은 관측을 해도 관점이 달라요. 이쪽은 바이오 시그니처를 찾으면 되는데 이쪽은 말하자면 테크노 시그니처를 찾는 거예요.

    이명현> SETI라는 게 외계 지적 생명체를 탐색하는 걸 통칭해서 부르는 거예요. 근데 SETI 코리아라고 하는 조직이 2009년에 만들어졌거든요. 외계인의 신호를 포착해서 그걸 분석하거나 외계인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하는 이런 작업이 사실은 소통의 문제잖아요. 그러면 소통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뭐가 맞아야 하는데 이런 걸 프로토콜이라고 부르거든요. 그런데 이거를 우리는 수사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수사학을 전공하시는 분이랑 협업해서 우주 수사학이라는 것을 하고 있어요. 외계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수사학적으로 분석하고 우리가 받을 메시지들도 분석하는 이런 작업….

    ▶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어디까지 볼까

    백창은> 나사가 100억 달러를 투입해 개발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지난해(2021년) 12월 발사됐잖아요. 나사 국장이 이 망원경으로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능력치, 어디까지 가능한 건가요?

    이명현> 허블 우주 망원경이랑 흔히 비교하는데요. 허블 우주 망원경의 반사경 크기가 2m가 조금 넘어요. 그런데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6m 되거든요. 그러니까 크기가 3배가 되면 면적은 9배가 되니까 엄청 멀리 있고 어두운 빛을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이게 더 성능이 좋냐고 하면 몇천 배 이상 훨씬 더 좋다 이렇게 말을 할 수 있어요.

    백창은> 그러면 선생님께서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관측할 것 중에 가장 기대되는 게 있다면 어떤 게 기대되세요?

    이명현>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하려고 하는 게 몇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은하라고 하는 게 있는데 은하가 태어날 때 그 과거까지 가서 볼 수 있어요.

    백창은> 과거까지요?

    이명현> 네. 우주 속에서 은하가 처음 생기는 그 시점까지도 관측할 수 있어서 은하의 형성에 대한 비밀을 캘 수 있고요. 또 하나는 태양계 같은 별이 있잖아요. 그런 별이 생성되는 것들, 우주 최초의 별 이런 것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외계 생명체와 관련해서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워낙 좋다 보니까 대기 관측을 할 수 있어요. 굉장히 자세하게. 지상에서 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자세하게. 그러면 지상에서는 뭐가 있네, 이 정도이지만 실제로 다른 것과 다른 것이 어떤 비율로 있는가 이런 걸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서 외계 생명체의 바이오 시그니처를 찾아보려는 게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예요.

    백창은> 그렇게 하면 정말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찾을 수가 있을까요?

    이명현> 흔적을 태양계 내에서 찾는 것들이 있어요. 금성 대기 50㎞ 상공에서 포스핀이라고 하는 물체를 찾았는데 그게 생명체가 있을 때 많이 생겨나는 것이거든요. 그런 식으로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발견했는데 그게 생명체에 의해서 생긴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작용에 의해 생긴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그걸 구분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지금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그런 구분을 제일 잘 할 수 있는 망원경이에요.

    ▶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아서

    백창은> 그러면 지금까지 저희가 알고 있었던 생명체가 있는 행성은 지구밖에 없었는데 만약 그런 흔적을 찾아낸다면 지구뿐만이 아니라, 그러니까 하나가 아니라 둘이 되는 거잖아요. 그 의미가 굉장히 클 것 같아요.

    이명현> 네, 하나라고 하는 건 샘플이 하나니까 선을 그을 수가 없잖아요. 이렇게 2개가 되면 선을 그을 수가 있고 3개가 되면 통계를 낼 수 있잖아요. 그래서 하나와 둘의 의미는 유일한 것에서 보편화시킬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거든요. 그래서 만약 외계 행성에서 바이오 시그니처가 생기거나 또는 태양계 내 화성 같은 데서 박테리아가 발견되면 우리는 이제 두 가지 경우를 가지고 비교하고 분석해서 전체 우주에 적용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가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천문학에서는 하나, 둘, 셋, 넷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 둘, 여섯 이렇게 간다고 보시면 돼요. 그래서 두 번째 경우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백창은> 그러니까 두 번째를 찾았을 때 우리뿐만이 아니구나 하고 보편성을 가질 수 있는.

    이명현> 두 번째를 발견했는데 지구와 유사하다면 전체 우주에 지구와 비슷한 생명체가 많다고 얘기할 수 있는 거고. 다르다면 우주에는 정말 다양한 형태의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잖아요. 지금은 그런 말을 하나도 할 수가 없죠.

    백창은> 화성 탐사선도 얼마 전에 본격적인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고 기사가 났더라고요. 화성에서도 생명체의 흔적이 발견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명현> 지금 퍼시비어런스라고 하는 미국의 탐사선이 (화성에) 가 있는데 굉장히 구체적이에요. 막대한 양의 메탄가스가 주기적으로 나와요. 화성에서. 그런데 메탄가스가 나오기 위해서는 화산 작용이라든가 운석이 떨어질 때인데 (화성에는) 그런 게 별로 없기 때문에 생명체가 (메탄가스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퍼시비어런스는 굴착기를 가져갔어요. 땅을 파는 거죠. 지금 겉에는 흐르는 액체의 물이 없는데 땅속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것이라고 여러 가지 관측적인 증거들이 가리키고 있어요. 그래서 땅을 파면, 몇 m를 내려가면 흙이 젖어 있겠죠. 그 젖어 있는 흙 속에 메탄가스를 만들어내는 미생물이 존재할 것이라는 게 지금까지 이제 결과들이 가리키는 화살이에요.

    ▶ 인류는 외계인과 조우할 수 있을까

    백창은> 화성 탐사도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이겠네요. 이렇게 여러 가지 관측과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데 선생님께서는 인류가 결국 외계 생명체와 조우할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이명현> 박테리아나 이런 애들은 화성에서 발견이 되거나 금성의 대기에서 발견이 된다면 우리가 채집해 올 수도 있고 가서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흔히 말하는 외계인이라고 하는 존재들, 외계 지적 생명체는 우리가 가서 보는 것은 지금 우리 문명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봐요. 일단 우리가 가지고 있는 로켓이 너무 느리고. 다른 외계 행성들이 있는 곳은 너무 멀기 때문에 우리가 몇 세대를 거쳐 가도 못 도달하는 그런 거리거든요. 그래서 조우 자체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 (외계 지적 생명체가) 왔을 때 조우할 가능성은 있겠지만, 그들도 마찬가지로 우리랑 비슷한 문명 수준이라면 못 올 것이고. 우리보다 엄청나게 발전한 문명이라면 그들에게 지구라고 하는 게 관심의 대상이나 될까, 그런 걸 생각해보면 지구에 구태여 나타날 확률은 없는 거잖아요.

    백창은> 굳이 관심을 안 가질 수도 있죠.

    이명현> 그런 시간과 공간의 어긋남 같은 게 있어서 (외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것 같긴 한데 우리가 영화나 SF에서 보듯이 그런 식의 조우, 조우하려면 어떤 조건이라든가 관심사가 맞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게 너무 다르거나 또 비슷한 쪽은 서로 가보지 못하는 기술적으로 그런 게 있어서 조우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명현> 외계인이나 외계 지적 생명체라고 하면 막연한 것 같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는 지구인인데 우주 속에 우리밖에 모르고 있단 말이죠. 그런데 여기 있는 수소나 안드로메다 은하에 있는 수소나 다 같은 원소이고, 환경 조건도 비슷하다면 (외계 지적 생명체가) 있을 것 같아요. 결국 외계 생명체,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다는 행위는 또 다른 나를 찾는 행위라고 생각하고요. 보통 타자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잖아요. 친구를 통해서 자신을 보기도 하고 부모를 통해서 보기도 하고 자신과 생각이 굉장히 다른 대척점에 있는 사람을 통해서 자신을 반추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외계인을 찾는 것은 정말 궁극적인, 근원적인 타자를 찾는. 그것을 통해서 우리 인간의 정체성을 다시 보게 되는. 그런 근본적인 행위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외계 생명체나 외계 지적 생명을 찾는 행위는 결국은 인간에 대한, 우리 자신을 위한 가장 궁극적인 행위다, 이렇게 생각해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이 기원에 대한 문제잖아요. 미국의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같은 곳에서 내세우는 큰 프로젝트 이름도 다 오리진(Origin) 프로젝트예요. 기원 프로젝트. 두 축이 있는데 하나는 우주의 기원, 하나는 생명의 기원. 이 생명의 기원도 우주 생명의 기원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것들이 투영된 게 외계 지적 생명체를 궁극적인 타자로 보고 찾아보려는 노력이에요. 다 일맥상통하는 거죠.

    ▶ 천문학자, 책방 주인이 되다

    백창은> 선생님께서 천문학자이신데 굉장히 다양한 문화 활동도 하고 계시잖아요. 어쩌다 책방을 운영하시게 된 거예요?

    이명현> 책방 운영하는 건 되게 우연히 생긴 건데요. 이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됐어요. 그런 이야기를 저랑 서울대학교에서 생명 철학하시는 장대익 교수님이랑 둘이 제주도에 가는 길에 그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서 제주도에서 저희가 2박 3일 머무는 동안 그럼 이거 갖고 뭐 할까 그냥 별의별 얘기를 하다가 서울에 와서 저희랑 같이 친하게 지내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들, 예를 들면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라든가 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님, 경희대학교 김상욱 교수 이런 분들을 모아서 뭐 할까 얘기하기 시작하다가 이렇게 모이는 사람이 열댓 명이 됐을 때 이 사람들의 어릴 때 꿈이 책방 주인을 하는 거였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럼 우리 첫 번째 프로젝트, 책방을 하자.

    백창은> 다들 과학을 하시는 분들인데 책방 주인이 어렸을 때 꿈이었다는 게 너무 신기한 것 같아요.

    이명현> 다들 책에 빚을 졌잖아요. 저희 어릴 때는. 과학자들은 책을 내거나 방송을 하거나 그렇게 하지 않거든요. 과학 저널을 통해서 결과를 내죠. 근데 그런 것을 일반인들이 보기는 힘들잖아요. 과학의 용어로 쓰여 있는 과학적인 발견을 통역한다고 해야 할까요? 통역하고 해석해서 일반인들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백창은> 선생님 마지막으로 10년 후 나에게 한마디를 한다면 어떤 말씀을 해 주고 싶으세요?

    이명현> 10년 후에 제가 그냥 어디에 있다면 저는 그럴 것 같아요. 저는 순간순간을 중요시하고 살고 있어서 10년 후에 이렇게 돌아보면서 그런 때가 있었나 그렇게 생각을 할 것 같아요.

    백창은> 10년 전에 내가 이렇게 인싸랑이랑 인터뷰했었나? 이렇게요?

    이명현> 네. 그래서 저는 과거에 제가 잘하거나 잘못하거나 이런 것에 대한 후회라든가 뿌듯함, 이런 게 별로 없어요. 예를 들면, 제가 10년 전에 강연을 했거나 인터뷰했는데 틀린 소리를 막 하는 거예요. 그때 잘 몰라서. 나중에 보면 창피하잖아요. 근데 창피하기는 한데 그것 때문에 괴롭거나 그걸 바꾸려고 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그때 나는 어렸고, 그때 나는 서툴렀고 뭘 몰랐고.

    이명현> 저는 모든 사람이 하늘을 쳐다봐야 한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하늘을 쳐다보는 게 너무 좋지만, 어떤 사람들이 꽂혀있는 것을 저는 아무리 들어도 기억에 안 남을 수 있잖아요. 그걸 강요할 수는 없는데 제가 강연을 하거나 책을 썼을 때 천 명 중 한 명, 만 명 중 한 명이라도 보고 ‘이런 것도 있었어?’ 하면서 같이 동참해서 동지가 되면 좋겠다….

    연출 맹혜림
    취재 백창은
    촬영 윤재우 손승익
    CG 김진하
    뉴스그래픽 김지현 장예은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제공 tbs3@naver.com / copyrightⓒ tbs.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94 카카오톡 페이스북 링크

더 많은 기사 보기

개인정보처리방침  l  영상정보처리기기방침  l  사이버 감사실  l  저작권 정책  l  광고 • 협찬단가표  l  시청자 위원회  l  정보공개

03909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 31 S-PLEX CENTER | 문의전화 : 02-311-5114(ARS)
Copyright © Since 2020 Seoul Media Foundation TB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