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밀착취재T] '산불 경고등' 서울이 위험하다

김호정 기자

tbs5327@tbs.seoul.kr

2023-04-0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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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기자 】
    희뿌연 연기가 산과 하늘을 뒤덮더니, 연기 사이로 시뻘건 불길이 치솟습니다.

    헬기가 쉴 새 없이 날아다니며 물을 끼얹어보지만,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습니다.

    【 인터뷰 】서양순/ 부암동 상인
    "실제로 내 눈으로, 두 눈으로 이 빨갛게 타오르는 것을 봤을 때 제 심정은 막 떨리고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불길과 연기가 자욱한 산 자락 아래 군데군데 집들도 보입니다.

    종로구 인왕산에서 불이 나면서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 주민 120가구가 한때 긴급 대피했습니다.

    수락산을 낀 아파트에 사는 신숙이 씨는 2017년 아찔했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 인터뷰 】신숙이/수락산 인근 주민
    "아파트 주민들이 불이 났다고 막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나가봤죠. 그런데 나가니깐 막 번지는 거예요. 밤새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우리 다 죽었다, 큰일 났다’ 그랬는데 진짜로. 여기는 다 산에 둘러싸여가지고. 산하고 건물하고 바로 (가까이 있어서) 불나면 다 붙는거죠."

    당시 밤 9시쯤 시작된 불은 거센 바람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졌습니다.

    수백m의 긴 불 띠가 만들어져 금새 정상 부근까지 타올랐습니다.

    2019년엔 은평구 대조동의 한 모델하우스에 불이 났는데 불씨가 2km 떨어진 북한산으로 날아가 산불로 번졌습니다.

    【 인터뷰 】심정섭/ 북한산 산불 감시원
    "제가 살고 있는 곳이 은평뉴타운인데, 거기까지는 오지 않았지만, 굉장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그마한 불씨가 엄청난 재앙을 일으킨다는 걸 그때 실감을 했으니까…."

    산 가까이에 살고 있지만 산불은 나와는 먼 얘기로 느끼기도 합니다.

    【 인터뷰 】임재술/ 북한산 인근 주민
    "(어느 지역이 떠오르세요. 산불이 많이 나는 곳 하면) 아무래도 언론, 뉴스 같은 걸 보니깐 그 뉴스에서 본 지역들이 떠오르고 그러죠. 작년에 문제 됐던 데가 울진을 중심으로 북쪽으로 가면서 엄청 큰 피해를 입었잖아요. 그런 것이 떠오르고."

    그렇다면 서울은 산불에서 안전할까?

    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산불다발지역지도입니다.

    단순 산불 발생 건수로만 보면 경북과 강원도가 가장 많았지만, 산림 면적 대비 산불이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은 1위부터 7위까지가 모두 대도시였습니다.

    서울은 부산에 이어 두 번째였습니다.

    【 인터뷰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
    "산불 대부분의 원인은 소각행위, 입산자 실화 등 사람의 실수에 의해서 대부분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많이 거주하고 분포하고 있는 지역에서 산불 발생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

    상대적으로 서울에서 산불이 많이 나지 않는다고 느끼는 건 대형 산불이 적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
    "수도권 지역 같은 경우는 인구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조기에 탐지가 가능할 뿐 아니라 신속한 신고가 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진화 여건이 좋습니다. 초동 진화가 상당히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돼 있고..."

    하지만 이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서울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 인터뷰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
    "기존에는 산불이 봄철, 가을철 조심 기간에만 발생했는데, 얼마 전부터는 1년 내내 산불이 발생하는 연중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요.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국한적으로 발생했던 이런 현상들이 점차 내륙 쪽으로 이동을 하고 있는 패턴도 보이고 있습니다."

    TBS 김호정입니다.

    ▶▶ 리포트 영상에 못 담은 상세한 내용, Q&A로 정리했습니다.

    Q. 보통 산불이 가장 많이 나는 곳 하면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강원도와 경북 등을 떠올리게 된다. 실제 발생 건수도 많은 걸로 아는데 정작 산불이 밀집해서 일어나는 곳은 서울이라고요?

    A.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림 면적과 산불 발생 건수를 바탕으로 산불이 어느 지역에 밀집해서 일어났는지를 분석했습니다.


    지난 1991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10,560건의 거리를 측정했습니다.


    산불이 일어났던 곳들 간의 최소 거리를 ‘최근린거리’라고 하는데 산불과 산불 간 거리는 전국 평균 1,224m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서울은 산불 간 거리가 306m로 평균보다 훨씬 짧았고, 부산은 430m로 뒤를 이었습니다.

    또 산불이 얼마나 균일하게 분포됐는지를 보여주는 최근린 지수라는 것도 있는데요. 이 지수가 1을 나타내면 산불 간 거리가 일정하다는 뜻입니다.

    1을 기준으로 1보다 크면 산불이 분산해서 발생했다는 것이고 1보다 작으면 산불이 밀집해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린지수는 서울이 0.25, 부산이 0.35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산불 발생 밀도가 높았습니다.

    Q. 서울, 부산 등 대도시 근처에서 산불이 많이 나는 원인으로 사람이 많이 살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죠?

    A. 서울, 인천 같은 경우는 인구 밀집도가 높은 편이어서 산림과 인접해 거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산림이 분포한 면적에 대비해 인구가 많으니 그만큼 불씨를 소홀히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Q. 불씨를 소홀히 관리한다는 얘기는 산 주변에서 쓰레기를 소각한다거나 담뱃불로 산불이 발화된다는 뜻인가요?


    시도별 산불 발생 원인 <CG=TBS>  


    A. 국립산림과학원의 산불 발생 통계 현황을 보면 지난 1991년부터 2015년까지 발생한 산불의 원인 가운데 입산자의 실화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전체 산불 건수의 41.6%를 차지했는데요. 입산자 실화로만 표현되는 이유는 화재 원인을 명확하게 지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산불 무인감시카메라 등이 운용되고 있지만, 산림 전체를 비출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부산과 울산, 인천을 비롯한 대도시권역과 강원 내륙에서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번째 화재 원인은 논이나 밭두렁 소각이었고요. 이어 쓰레기 소각, 담뱃불 실화 등으로 확인됐습니다.

    Q. 요즘에는 숲세권, 숲 복지라고 해서 산이나 숲 근처에 있는 집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산과 인접한 주택가들은 산불에 정말 취약할 텐데, 서울 시내에 산불에 취약한 지역은 얼마나 될까요?

    A. 취재 과정에서도 북한산이나 수락산 일대에도 산 옆에 있는 아파트나 빌라, 주택 등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 산불다발지역지도 <CG=TBS>  

    서울의 산불다발지역지도를 살펴보면 25개 자치구 가운데 산불다발 위험도가 '주의' 또는 '경계' 단계인 자치구는 성동구와 영등포구, 중구, 용산구 네 곳뿐입니다.

    나머지 21개 자치구의 산불다발위험도는 모두 '심각'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21개 자치구 안에 모두 산들이 인접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서울시는 산불이 나면 위험한 취약 지역을 24개소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북한산 일대는 종로구, 은평구, 서대문구 등 8곳, 북악산은 종로구, 성북구 등 4곳입니다. 도봉산 일대는 도봉구 4곳, 수락산 일대는 노원구 4곳, 관악산 일대는 관악구 2곳, 청계산 일대는 서초구 2곳입니다.

    Q. 서울 인근에는 산속에 요양원이나 요양 병원이 있는 곳들이 있는데, 산불이 나면 이런 시설들은 대피가 어렵지 않은가요?

    A. 서울시는 산 인근의 요양원과 복지센터, 주유소, LPG 충전소 등 17곳을 취약계층 이용시설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들 시설 가운데 산속에 있는 시설도 있고, 산과 10~30m 밖에 떨어지지 않는 곳들도 있습니다.

    특히 요양원이나 복지센터 등은 거동이 불편한 분들도 있어, 산불이 나면 신속한 대피가 어렵기 때문에 소방당국과 지자체 등은 사전에 대피를 유도하는 등 안내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Q.상대적으로 서울 등 도심권은 대형 산불로 번지지 않은 시스템들이 잘 갖춰져 있다고 했는데 어떤 예방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나요?

    A. 서울시는 지난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는데, 기존 130명이던 산불감시인력을 확대해 130여 명을 추가 투입하여 산불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큰 산이 인접한 자치구는 산불 감시 드론도 운용하고 있습니다.

    드론을 이용해 산불 예방 캠페인을 벌이거나, 산불 발생 빈도가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드론 순찰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올해 드론에 소화 약재를 장착해 산불을 초동 진화하는 드론 운용 계획도 내놨는데, 기체 안전성 검사 문제로 아직은 투입하지는 못하고 있어, 4월 말쯤 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산불 감시를 위한 무인감시카메라와 블랙박스 추가 신설하고, 소방호스를 산 정상부까지 연결해 불을 끄는 고압수관장비함도 기존 111개에서 9개소 더 늘리기로 했습니다.

    Q.인왕산에서 불이 났던 4월 2일에는 전국에서 서른 곳이 넘는 곳에 불이 났습니다. 상대적으로 서울이 초동 진화가 잘 된다 하더라고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불이 나면 대응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A. 산불 진화 시 우선 고려되는 점은 인명과 재산 피해 방지입니다. 서울 등 대도시 지역에는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있어 인명 피해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진화 장비들을 우선 투입하게 됩니다.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청과 소방청, 지자체 등은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를 구성하게 되고 이곳에서 산불 진화 우선 지역을 선별해 진화 전략을 수립하게 됩니다.

    덧붙여서 산불 진화는 주로 헬기로 이뤄지는데, 서울의 경우 소방헬기 3대를 비롯해 유관 기관인 산림청과 소방청, 경기도 등 모두 29대의 진화 헬기를 동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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