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5030'에 보행자는 안전해졌지만, 버스기사들은 "죽을 맛"

채해원 기자

seawon@tbs.seoul.kr

2021-07-12 10:49

프린트 63


  • 【 앵커멘트 】
    '안전속도 5030'이 시행된 지 석달 정도 지났습니다.

    제도 시행 취지 그대로 보행 중 사망자는 물론, 교통사고 사망자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안전속도 5030' 시행 이후 버스 기사들은 고충이 더해졌습니다.

    속도를 줄이다보니 운행시간은 늘었는데 배차간격이 그대로라 쉬지도 못하고 운행 횟수를 채우기 바쁘다는 겁니다.

    채해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 인터뷰 】 서울 시내버스 기사
    "앞 차하고 벌어지면 좁히질 못한다고."

    【 인터뷰 】 서울 시내버스 기사
    "○○동까지 1시간 34분 주면 (안전속도) 위반하고 다니라는 얘기지."

    지난 4월부터 전국에서 시행중인 안전속도 5030 정책.

    도심지역 일반도로는 시속 50km까지, 주택가와 같은 이면도로에서는 시속 30km까지 속도를 제한했습니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안전속도 5030 시행 후 한 달간 전국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감소했고, 보행 중 사망자는 1.4% 줄었습니다.

    특히 시행 지역이 많은 특별·광역시의 경우 교통사고 사망자는 27.2%, 보행 중 사망자는 32.2%
    감소했습니다.

    【 스탠딩 】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제한속도가 시속 10km 이상 낮아졌지만 일부 버스기사와 승객들의 안전은
    오히려 더 위험해졌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퇴근길의 한 시내버스.

    1개 정거장을 가는데 5분이나 걸리고 승객들은
    급한 마음에 계단까지 내려섭니다.

    안전속도를 지키다보니 주행시간이 더 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버스의 배차 간격이나 노선은 조정되지 않았습니다.

    【 인터뷰 】 인천 시내버스 기사
    "시간이 부족하면 가다가 과속카메라가 없는 구간에서 과속을 한다든지 승하차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승객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을 닫는다든가…."

    휴게시간은 늘어난 주행시간 만큼 줄었습니다.

    평소보다 덜 막혔는데도 다음 운행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합니다.

    【 인터뷰 】 인천 시내버스 기사
    "14분 남았습니다. 밥 먹고 화장실 갔다오고 물 한 잔 먹고."

    결국 식사는 건너뛴 채 커피 한 잔으로 허기를 달랩니다.

    【 인터뷰 】 인천 시내버스 기사
    "다음(운행) 갔다와서 가스 넣구 남는 시간에 컵라면 하나 먹고."

    또 다른 버스기사는 휴게 시간 내내 뛰어다닙니다.

    식사도 편하게 할 수 없습니다.

    【 현장음 】 인천 시내버스 기사
    "김치고 뭐고 먹을 시간이 없어요."

    결국 몇 젓가락 뜨지 못한 채 버스 운행에 나섭니다.

    【 현장음 】인천 시내버스 기사
    "아이고 아깝네."

    【 현장음 】 인천 시내 버스기사
    "어제도 3분, 3분만에 먹고 갔어."

    긴 노선을 운전하거나 시도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른 버스 기사들의 상황 역시 비슷합니다.

    【 인터뷰 】 서울 시내버스 기사
    "속도는 줄이라고 해놓고 (운행)시간은 그대로 놓고. 위반해서 갔다오라는 소리밖에 안돼요."

    【 인터뷰 】 서울 시내버스 기사
    "앞 차하고 멀어져도 시말서, 붙어도 시말서. 뭐 그래서 애로점이 많아요."

    느려진 운행속도에 대한 불만도 버스기사를 향합니다.

    【 인터뷰 】 서울 시내버스 기사
    "손님들이 늦게 왔다고 막 뭐라고 하고."

    지자체들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지만 딱히 다른 방안이 없습니다.

    【 인터뷰 】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고충) 말씀주신 부분은 저희가 살펴보고 있구요. 증차는 좀 어렵고, 회사에서 기사분들 충원하는 것은 아무래도 비용부담이 있으니까 현실적으로 어려울테고…."

    일부 버스기사들의 이중고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TBS 채해원입니다.

    #안전속도 #5030 #시내버스 #버스기사 #휴게시간_부족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제공 tbs3@naver.com / copyrightⓒ tbs.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63 카카오톡 페이스북 링크

더 많은 기사 보기

개인정보처리방침  l  영상정보처리기기방침  l  사이버 감사실  l  저작권 정책  l  광고 • 협찬단가표  l  시청자 위원회  l  정보공개

03909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 31 S-PLEX CENTER | 문의전화 : 02-311-5114(ARS)
Copyright © Since 2020 Seoul Media Foundation TB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