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검정받지 않은 앱 미터기가 택시에 장착돼 운행되고 있는 것을 저희가 단독 확인했습니다.
택시 기사 A씨는 얼마 전 전기식 미터기에서 앱 미터기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새로 단 앱 미터기에서 카드 결제를 했더니 오류 화면이 뜹니다.
바꾼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새 미터기인데도, 먹통이 된 겁니다.
【 인터뷰 】 A 씨 / 택시기사(음성변조)
"이거 주행(버튼) 눌러주는 것도 안 됐는데요. 아침에 내 카드로 시험을 해봤는데 카드가 결제가 안 되고. 내가 지금 얼마를 손해 봤는지 모르는 거야."
앱미터기 요금이 부정확하게 산정된다는 불만도 나옵니다.
【 인터뷰 】 박순덕 / 택시기사
"(요금이) 정확하지 않고 틀려요. 틀리기 때문에 제가 이제 이건 안 되겠다 싶어서 이제 일을 며칠 안 했어요. 안 하고 있다가 이제 또 일을 해보니까 또 똑같이 요금이 차이가 나길래 이건 안 되겠다..."
앱미터기는 GPS 수신정보를 기반으로 택시 요금을 산정하고 터널이나 지하 도로 등 GPS 활용이 어려운 곳은 바퀴 회전수를 반영해 요금을 결정합니다.
이 때문에 요금이나 거리 산정 오차가 기존 전기식 미터기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요금 체계가 바뀔 때마다 일일이 떼어내 수작업으로 조정을 해야 했던 전기식 미터기의 불편함도 없습니다.
탄력적으로 요금을 적용해야 할 때 앱 업데이트를 통해 바로 반영할 수 있고 시외 구간을 이동할 때 할증도 자동 적용되는 것이 장점입니다.
서울에서만 7만여 대.
전국 25만여 대 택시 가운데 10만 대 넘는 택시가 앱미터기로 교체했는데 이런 잡음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택시 전기식 미터기입니다. 이 두 단말기는 서로 업체와 모델명이 다른 앱 미터기입니다.
이 3대의 미터기를 놓고 같은 거리를 달렸을 때 과연 요금에 차이가 있을지 직접 실험을 통해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각기 다른 3대의 미터기에 뜨는 요금의 오차는 없을까, 앱미터기는 검정 기준을 제대로 통과한 것일까.
전기식 미터기는 바퀴 회전수를 세는 방식으로, 앱 미터기는 GPS 기반으로 요금을 계산합니다.
다만 GPS 수신이 불안정할 때는 바퀴 회전수를 추가해 요금을 보완합니다.
[A업체 해명 <사진=TBS 우리동네라이브 캡쳐>] 이에 대해 A 업체 측은 "자사 앱미터기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의 택시 앱미터기 검정 기준을 충족하고 있고, 바퀴 회전수 신호를 연결하지 않고 앱미터기를 설치하면 아예 작동하지 않도록 설계돼 오류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앱미터기는 각 지자체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시계외 할증이 자동 적용되도록 설계됐지만 수도권 일부 지역, 예를 들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주변은 공동영업구역으로 보고 할증을 미적용하도록 해당 지자체가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며 "시외 할증을 일괄적으로 자동 적용하는 경우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국토부 규정과 지자체 조례가 충돌하는 이 부분에 대해 공단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다른 문제는 A 업체가 공동영업구역에서 자동 할증이 적용돼 승객들의 항의를 받으니까 수동으로 버튼을 눌러 할증이 적용되지 않도록 개조했습니다.
그런데 개조한 앱미터기 검정은 받지 않았습니다.
이를 알게 된 한국교통안전공단은 해당 앱미터기에 대해 복구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있는 앱미터 단말기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데 사전에 제대로 검정은 된 것일까.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앱 미터기 소프트웨어에 국한해 검정을 진행했다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이는 앱 미터기 검정 기준에 맞지 않습니다.
[앱 택시미터 검정기준 <사진=TBS 우리동네라이브 캡쳐>] 앱 미터기 검정을 진행할 때는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확인할 수 있는 구성도를 살펴봐야 하지만, 공단은 이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교통안전공단은 해당 업체의 택시미터 앱이 A단말기에서는 제대로 작동하는 것으로 검정했지만 B 단말에서 해당 앱이 구동되는지는 확인하지 않은 겁니다.
게다가 공단은 B 단말기에서 구동되는 앱미터기가 시중에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 인터뷰 】 오관교 / 한국교통안전공단 모빌리티플랫폼처 책임연구원
"저희도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제품이었거든요. 그래서 제작사로부터 저희가 버전 정보랑 설치 단말 확인을 요청한 상황입니다. 이후 제품과 설치 모델에 대해서 저희가 추가 검증 과정을 거칠 예정입니다.”
결국 어떤 단말기에서든지 택시 앱미터가 제대로 구동되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부분을 놓친 겁니다.
이렇게 검정을 제대로 받지 않은 앱 미터기에 대한 법적 책임은 고스란히 택시 기사가 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검정 앱 미터기 사용자는 1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내야 하고, 제작업체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국토교통부는 검정 기준에 단말기 관리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며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현장음 】 국토교통부 관계자(음성변조)
"단말기 모델에 대해서 별도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고 되어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냥 앱 미터기 프로그램을 검증하는 걸로 돼 있습니다. 이제 단말기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이렇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이 있는 건지 좀 검토가 필요할 것 같아요."
[국회 국토교통위 김민철 위원(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진=TBS>] 국회 교통위원회 소속 위원도 택시 앱 미터기 검정의 사전 준비가 부족했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 인터뷰 】 김민철 /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국토부에도 앱미터기 검정과 관련돼서 관리 감독을 강화하도록 요청할 생각이고요. 그리고 교통안전공단에도 검정 지침이 좀 세밀화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보완을 요청할 생각입니다."
투명한 요금 산정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시작된 택시 앱 미터기.
허술한 검정 체계와 시장 선점에 급급한 공급업체 때문에 택시 기사들의 가슴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TBS 이용철, 정유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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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 이용철, 정유림
▶ 영상취재: 윤재우, 류지현, 김용균, 허경민, 전인제
▶ 영상편집: 이아름
▶ CG: 김진하, 홍해영
▶ 음악: 조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