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민심듣귀] "'정리해고'라는 말 처음 들었습니다."

이민정 기자

lmj@tbs.seoul.kr

2020-09-1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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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위기에 처한 전세버스를 구제해 주세요"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국민청원입니다.

    코로나19로 이동을 멈춘 사람들, 그래서 시동을 끌 수 밖에 없는 버스업계가 살 수 있게 도와달라는 호소였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렵다, 힘들다는 분들 많으시죠.

    그래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으려 합니다.

    오늘 처음 마련한 <민심듣귀>,
    첫 번째 시간으로 버스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봤습니다.

    이민정 기자입니다.

    【 기자 】
    서울 송파구의 탄천 공영주차장입니다.

    전세버스가 빽빽하게 줄지어 서 있습니다.

    전세버스는 주로 학교 통학과 회사 통근, 주말에는 단체 행사용으로 많이 쓰이는데요.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이동이 줄면서 전세버스도 함께 멈춰선 겁니다.

    전국적으로 전세버스의 수는 약 4만 대, 80% 가량이 운행을 멈춘 상태입니다.

    1986년부터 버스를 운전하며 자녀 셋을 키운 변진섭 씨도 30년 만에 운전대를 놔야만 했습니다.

    【 인터뷰 】변진섭 / 전세버스 기사
    "(하루를 어떻게 보내세요?) 뭐 하루 보내는 게…너무나도 평소와 다르게 차이가 나니까…근심도 했다가 술도 마셔봤다가…."

    지금은 휴직 상태에서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버티지만 지원금이 끊기고 일자리를 잃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 인터뷰 】변진섭 / 전세버스 기사
    "그동안 빚진 것도 조금 있고 여러가지가 곤란에 빠지니까…."

    이 상황을 마냥 지켜봐야 하는 업체도 힘들긴 마찬가지.

    【 인터뷰 】이용석 / 전세버스 업체 대표
    "제일 힘든 건 끝이 안보인다는거죠.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이 60일 추가 연장됐지만) 코로나가 길어지면 직원을 다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에요."

    보시면 이렇게 번호판이 없는 차들도 있는데요.

    한달에 30만원, 1년이면 350만 원 정도 되는 보험료를 아끼려고 번호판을 떼서 지자체에 반납한 겁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세버스의 39%, 전국적으로 만6천대의 번호판이 떨어졌습니다.

    【 인터뷰 】이용석 / 전세버스 업체 대표
    "어떻게 보면 이게 이름표인데 이름표를 떼서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마음이 아프죠. "

    이렇게 멈춰서는 차들이 늘면서 올해 예상되는 손실은 역대 최악입니다.

    【 인터뷰 】이병철 /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
    "보통 3조 정도 매출을 올리는데 실질적으로 가동률이 떨어지다보니 2조 정도 손실이 났다고 봐야 돼요. (정부가) 근본적으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대책을 세워 줘야 되는데…."

    각 지역을 잇는 고속버스터미널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승객이 70% 정도 줄었다고 하는데요.

    터미널은 텅 빈 채, 이렇게 대기하는 버스들만 가득합니다.

    이대로 가면 버스기사들은 거리에 나앉게 될 처지라고 말합니다.

    19년 차 기사 최상영씨는 정리해고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습니다.

    【 인터뷰 】최상영 / 고속버스 기사
    "정리해고도 염두에 두고 있다, 회사가 그런 입장을 1차적으로 표명했어요. 코로나19 사태로 처음으로 버스노동자들한테 정리해고라는 단어가…."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한숨은 더 깊어갑니다.

    【 인터뷰 】조동선 / 고속버스 기사
    "임금이 삭감돼서 대출을 받으면서 생활을…큰 꿈을 안고 입사했는데 이렇게 되니까 사실 좀 굉장히 많이 불안한 상태입니다."

    비대면 추석 분위기도 걱정입니다.

    【 인터뷰 】박성희 / 고속버스 기사
    "많이 어렵습니다. 저희가 1년 중에 특송기간이라 해서 설날, 추석 이렇게 보고 있는데…."

    기다리는 건 정부의 추가 지원.

    【 인터뷰 】최상영 / 고속버스 기사
    "저희가 주장하는 건 악화되기 전에 고용유지지원금을 (더) 지원받아야 할 시점이다…."

    일단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을 두 달 더 연장하는 방안을 담아 4차 추경안을 편성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임시방편.

    코로나19 사태가 더 길어진다면 대책은 원점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할 처지입니다.

    앞만 보며 열심히 운전하면,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처럼,
    앞만 보며 열심히 살다보면,
    꼭 행복할 거라고 믿었던 버스 노동자들, 그들은 내일이 두렵습니다.

    안녕할 수 있는 내일을 희망하며 여러분의 목소리를 기다립니다.

    팍팍한 세상살이, 나도 힘들다, 제안할 것이 있다, 이런 분들은 메일(sim@tbs.seoul.kr)로 제보해 주세요.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저희가 찾아가겠습니다.

    민심듣귀, 이민정입니다.

    #전세버스 #고속버스 #버스노동자 #정리해고 #실업 #코로나19
    #제보 #민심듣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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