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민심듣귀] "30년 넘게 지킨 시장…이젠 힘드네요"

이민정 기자

lmj@tbs.seoul.kr

2020-09-2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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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영등포의 전통시장입니다.

    추석 명절이 돼도 썰렁한 전통시장, 하루 이틀 된 얘긴 아니죠.

    대형마트와 백화점, 온라인 몰에 치여 체감 온도가 더 떨어진 이곳에 코로나19까지 한기를 몰고 왔는데요.

    서울시내 전통시장 중에서도 특히 더 어렵다는 영등포전통시장.

    오늘 <민심듣귀>에서는 수십 년간 이곳을 지킨 상인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취재했습니다.

    한때는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사람들이 많이 찾던 시장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주변에 백화점과 마트들이 하나 둘씩 생기면서 점차 활기를 잃어갔습니다.

    【 인터뷰 】김태원 / 영등포전통시장 상인회장
    "10~15년 전 명절 앞두고는 여기가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어요. 진짜 명절 앞두고 시장이 이렇게 한산하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지난해 추석만 해도 좋았습니다.

    【 인터뷰 】박상희 / 반찬가게 상인
    "그때는 (주문량을) 셀 수 없을 정도였죠. 계속 손님이 오시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렵다는 올해, 그나마 추석이라 사람 발길이 뜸했던 시장도 모처럼 북적인다는데,

    이 시장에서 추석 대목은 옛말입니다.

    【 인터뷰 】박상희 / 반찬가게 상인
    "하루에 10건 정도 들어왔다고 하면 지금은 1건…혹시나 찾으실까봐 준비는 (더) 하는데…."

    한산한 건 다른 가게도 마찬가지,

    10년 전 가격을 불러도 찾는 사람이 드물고

    【 인터뷰 】박미경 / 한과가게 상인
    "올려서 팔면 안 사갈까봐 10년 전 가격으로 계속 팔고 있어요. 5천 원, 3천 원, 1만 원"

    추석 선물용으로 많이 찾는 과일 상자도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 인터뷰 】홍명희 / 과일가게 상인
    "(몇 상자 정도 준비하신거에요?) 합하면 50상자 정도 될 것 같은데…지금 한 2짝 팔았나…."

    연이은 태풍에 크게 오른 과일 값,

    제때 못 팔면 손해를 보고서라도 팔아야 하는데

    다음 임대료 내는 날이 걱정입니다.

    【 인터뷰 】홍명희 / 과일가게 상인
    "(사과) 한 짝에 5~6만원에 사왔던건데 지금 14만원에 사오니까, 영 하나도 안 팔려…가게세도 못낼 것 같아요."

    30년 넘게 시장을 지킨 백년가게도, 시장에서 인기있는 식당도 모두 코로나 충격을 고스란히 안았습니다.

    그나마 단골 손님 덕분에 버티는 상황.

    【 인터뷰 】장옥화 / 참기름집 상인
    "(단골 손님들이) 찾아와 주세요. 감사하게도…그러니까 유지를 하는 것 같아요."

    【 인터뷰 】김숙자 / 식당 주인
    "오늘은 조금 (손님이) 있는 편이었어요. 대부분 단골 손님들이죠. (평소에는) 너무 손님이 없어요. 3분의 2가 줄었어요."

    다른 시장에 비해 발전이 더딘데다 코로나19까지 강타하면서 사람들이 점점 찾지 않는 영등포시장.

    상인 대부분은 평균 20~30년 이 곳에서 장사를 하며 아이를 키우고 생계를 이어왔는데

    추석 대목을 즐겨야 할 이때.
    누군가는 어쩌면 시장에서 마지막 추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고

    【 인터뷰 】황경숙 / 콩나물가게 상인
    "여기가 터전이었는데 재개발 때문에 (가게를 옮겨야 하는데) 마땅한 곳도 없고 비싸고 장사도 안 되고 하니까 (그만하려고요.)"

    누군가는 화재의 위험도, 어려운 현실도 그냥 버텨야 한다는 생각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갑니다.

    【 인터뷰 】박미경 / 한과가게 상인
    "2년 전 가을 이맘때 여기 뒤편에서 (불이) 났었어요. 작은 불이 아니었거든요. 불안하죠. 보험 가입할 돈도 없고 여기 노점 같은데는 (화재) 보험 가입도 안 되고…."

    【 인터뷰 】오상임 / 옷가게 상인
    "하던 일이라 손 놓을 수 없으니까 나와서 하는 거지. 정말 안 되고 어려워요. 버텨야 하니까 죽을 수는 없잖아요."

    70년 세월을 보낸 영등포시장은 다음 달부터 시설 현대화 공사를 시작으로 새롭게 태어나 제2의 전성기에 도전할 예정인데

    서울시내 350여 개 전통시장 중에는 아직도 열악한 시장이 더 많습니다.

    【 인터뷰 】편정수/ 서울시상인연합회장
    "(전체 시장 중에서) 영등포전통시장 같은 곳이 한 50%, 아예 어려운 시장이 20% 정도 됩니다. 상인들 자체적으로 자구 노력을 하고 부족한 것은 정부에 요청을 해서 현대화 시설로 정비하고 정부와 상인이 소통을 잘 해야 시장이 발전할 수 있다고 봐요."

    영등포시장에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이렇게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썰렁했던 시장통과는 전혀 다른 세상 같습니다.

    추석 명절을 코앞에 둔 상인들.

    올 추석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코로나 사태 이전만 같으면 좋겠습니다.

    <민심듣귀>, 이민정입니다.

    [<민심듣귀>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sim@tbs.seoul.kr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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