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민심듣귀] 마스크 공장의 한숨…"불나방 같은 인생"

이민정 기자

lmj@tbs.seoul.kr

2020-10-1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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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마스크가 무척 귀했던 올해 초부터 '마스크 사업은 절대 안 망한다'는 꿈을 좇아 마스크 제조 공장들이 잇따라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청와대 국민청원)
    "마스크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죽어나갑니다."

    "한국 마스크 공장들을 위한 대책을 바랍니다."

    "한국 마스크 시장 교란상태! 이대로 가면 안 된다"

    고사 위기에 처한 업체들이 많습니다.

    <민심듣귀>, 이민정 기자가 마스크 업체들의 빛과 그림자를 들여다보겠습니다.

    【 기자 】
    경기도의 한 마스크 생산업체입니다.

    석 달 전부터 마스크를 만들기 시작한 곳인데요.

    10여 대 정도 되는 기계에, 60명의 직원이 주·야간으로 돌아가면서 마스크를 쉴 새 없이 만들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마스크가 80만 개 정도 됩니다.

    원래 하던 사업이 잘 안 돼 시작한 마스크공장, 같이 일하던 직원들과 살아남기 위해 택했습니다.

    【 인터뷰 】진정필 / 마스크 업체 대표
    "두려움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판매율 등을 볼 때 좋은 미래가 있다고 판단했고…."

    사업을 시작한 지 석 달,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 인터뷰 】진정필 / 마스크 업체 대표
    "(하루에 마스크가 얼마 정도 나가요?) 일주일 단위로 내 보내고 있습니다. 400만 개 정도 예상하고 매주…. 올해까지는 (사업이) 괜찮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제조업을 하면서 터득한 원칙을 지키며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현실을 직시한 결과입니다.

    【 인터뷰 】진정필 / 마스크 업체 대표
    "저희에게 맞는 걸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장의 생산량을 하루아침에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없기 때문에 꾸준하게 적은 양이라도 조금씩 늘려가는 게…."

    코로나 이후 마스크 생산업체는 3배 넘게 급증해 식약처 인증을 받은 곳만 489곳,

    여기에 인증을 받지 않은 곳까지 합하면 마스크 업체는 천 곳이 넘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입니다.

    대부분 만들기만 하면 다 팔린다는 소문에, 희망을 품고 너도나도 공장을 차린 사람들

    【 인터뷰 】이성술 / 유통 업체 대표
    "만들어 놓으면 팔린다, 다 팔겠다, 이런 소문들이 굉장히 무성했거든요. 마스크 공장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장 큰 이유…."

    하지만 잘 되는 곳은 극히 일부입니다.

    또 다른 마스크 업체의 재고창고입니다.

    판매처를 찾지 못해서 이렇게 마스크를 그대로 쌓아두고만 있는데요.

    두 달째 쌓여만 있는 마스크가 200만 개, 금액으로 따지면 2억 정도 된다고 합니다.

    기계는 멈췄고 자재들은 그대로 쌓여만 있습니다.

    【 인터뷰 】신은범 / 마스크 업체 대표
    "두 달째 바이어들은 오는데 주문을 받은 게 없어요. 주변에 보면 기계를 10대, 5대, 2대, 하다못해 1대 가지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너무 많이 생기다 보니…."

    포화 상태에 이른 시장에서 버티기도 힘든데

    엎친 데 덮친 격, 지난여름에 일어난 산사태

    【 인터뷰 】신은범 / 마스크 업체 대표
    "폭격 맞은 것처럼, 폭격 맞은 거야 완전히…. 이게 다 흙탕물에 젖어 있던 기계인데요. 현재 다 복구를 하고 저 원단 거는 것도 새로 다 만들고…80% 정도 회복된 상태입니다."

    산사태 흔적이라도 빨리 지우면 잘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 인터뷰 】신은범 / 마스크 업체 대표
    "하루빨리 복구 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대로 가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공장은 늘어나는데 마스크 가격은 내려가고

    그래서 이미 공장 문을 닫았거나 폐업까지 고려하는 공장들이 부지기수

    【 인터뷰 】신은범 / 마스크 업체 대표
    "1~2개월 보다가 안 되면 계속 투자를 할 수 없는 입장이라 자본 한계도 있고 접어야 하는 상황까지도 가지 않겠나…."

    【 인터뷰 】이성술 / 유통 업체 대표
    "판로가 없는 업체들은 (마스크를) 50~60원에도 팔고…."

    현재 마스크 시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입니다.

    막힌 판로, 중국산 박스갈이, 그리고 진짜 같지만 사실은 가짜인 구매의향서가 돌아다니며 소문만 무성한 곳

    【 인터뷰 】이성술 / 유통 업체 대표
    "진짜처럼 소문이 들려요. 어떤 회사에서 100억 장 정도 수출했다더라, 20억 장을 요구하는 바이어는 굉장히 많다. 허위 매물을 내놓고 허위 정보를 올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 소문에 홀려 뛰어들었다 마스크 재고에 몸살을 앓고 텅 빈 공장만 지키는 사람들이 많은데

    믿음은 사라졌고 풀어야 할 숙제만 가득합니다.

    【 인터뷰 】최병진 / 마스크 업체 상무
    "KF(마스크) 같은 경우 50% 규제가 있어서 200만 장을 생산해야 100만 장을 수출해요. 나머지 100만 장은 국내 소비가 되지 않으면 계속 악성 재고로 가지고 가야 하는 거죠."

    【 인터뷰 】김지훈 / 유통 업체 대표
    "새로 생긴 공장 중에서 5~10%만 살아남지 나머지 공장들은 죽어가죠. 어떻게 보면 마스크(업체 운영) 하는 분들이 불을 쫓는 불나방 같은 인생인 거예요."

    공급 과잉을 해결할 수 있는 정부의 대책이 필요한 실정,

    하지만 그에 앞서 가장 중요한 건

    【 인터뷰 】신은범 / 마스크 업체 대표
    "(마스크) 몇백 억장 있다. 이런 말들에 현혹되지 마시고 현실을 제대로 보셔야…."

    【 인터뷰 】진정필 / 마스크업체 대표
    "허황된 것만 보지 말고 제조의 가장 기본 원칙을 지킬 수 있어야…."

    <민심듣귀> 이민정입니다.

    [<민심듣귀>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sim@tbs.seoul.kr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마스크 #마스크공장 #코로나특수 #폐업 #재고 #국민청원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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