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민심듣귀] 택배노동자의 호소…"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이민정 기자

lmj@tbs.seoul.kr

2020-10-3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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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택배 물품들이
    오가는 서울 송파구의 물류센터입니다.

    한창 일할 시간인데
    택배 노동자들이 이렇게 거리로 나와
    처우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심듣귀], 오늘은 택배 노동자들의 목소리 들어보겠습니다.

    택배 노동자 박정민 씨.

    택배 일을 한 지 4년이 넘었는데 요즘 이대로는 도저히 못 살 것 같다는 생각뿐입니다.

    【 인터뷰 】박정민 / 택배 노동자
    "평균적으로 16시간 이상 일합니다.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빨리 끝나야 밤 9시, 10시, 어떨 때는 밤 12시까지, 새벽까지 한 적도 허다하고요. (밤 9시에 끝난 날은?) 행복한 거죠."

    지난 9월 한 달 동안 6천 건이 넘는 물품을 날랐습니다.

    장시간 노동을 하다보니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고

    【 인터뷰 】박정민 / 택배 노동자
    "순간적으로 어지러워서 차에서 쓰러진 적이 있었거든요. 사람이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사람이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있잖아요. 제 일은 한계를 넘어선 일이에요."

    논리라고는 통하지 않는 노동 환경에

    【 인터뷰 】박정민 / 택배 노동자
    "산재보험 제외 신청서를 쓴 적이 있습니다. 단체로 죽 나눠주면서 적어라고 했는데 뭔지도 모르고 적었습니다. 저희는 계약서도 없잖아요. 계약을 해도 지켜지지 않고 구두로 다음달부터 (한 건당 배송 수수료) 20원 깎아하면 깎이는 것이고…."

    억울한 일도 많습니다.

    【 인터뷰 】박정민 / 택배 노동자
    "박스는 멀쩡한데 안에 깨져 있는 거예요. 고객은 물건이 파손돼 있으면 변상해 달라고 요구를 하죠. 저희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월급 명세서에 파손이라고 귀책사유가 적혀 있으면 황당하죠."

    매달 화물차 할부 요금에, 유류비에, 이런 파손 책임까지 떠안게 되면 100만원 넘는 돈이 순식간에 나갑니다.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버틸 수밖에 없는 건 누군가의 아들이고, 또 아빠이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박정민 / 택배 노동자
    "집에 가면 (아이들에게) 아빠는 튼튼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힘 안 든다고 거짓말하죠. (애들한테 괜찮다고 말 하지만?) 안 괜찮아요. 솔직히 말하면 안 괜찮아요."

    8년째 택배 노동자로 살아온 최지나 씨.

    하루에도 수십 번 위험한 순간을 견디다보니

    【 인터뷰 】최지나 / 택배 노동자
    "아침에 가면 컨테이너에 물건이 가득 들어있어요. 발판이 없어서 기사들이 많이 떨어지는데 스파이더맨처럼 '우리가 스파이더맨이냐' 이야기 하는데 이렇게 올라가서…."

    상처 투성입니다.

    【 인터뷰 】최지나 / 택배 노동자
    "손발 다 긁히고 허벅지는 여름에는 다 멍 자국이죠. 다치건 뭐하건 무조건 갖고 가는 거예요."

    공짜 노동이라 불리는 분류 작업부터 배송까지

    일이 많아 밤늦게 첫 끼를 먹는 건 일상이고

    【 인터뷰 】최지나 / 택배 노동자
    "분류작업이 몇 시에 끝나느냐에 따라 저희 퇴근시간이 정해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집에 퇴근하면 밤 8~9시에 첫 끼 먹고 소화 못시키고 그냥 바로 자고…."

    허기를 달래려 마시기 시작한 커피는,
    하루 10잔을 마시는 게 습관이 돼 버렸습니다.

    누군가는 쉴 틈 없이 많이 배달하면
    돈 많이 벌어서 좋은 것 아니냐고 하지만

    【 인터뷰 】최지나 / 택배 노동자
    "13~14시간씩 일하는데 이 금액은 정당하지 않은데 새벽 6시부터 밤 10시~11시, 퇴근 때까지 앉을 수 있는 건 차에서 이동하는 시간밖에 없어요."

    휴일 하루만 보고 사는데, 쓰러져 자고만 싶고

    아이들에게 미안한 게 많은 엄마입니다.

    【 인터뷰 】최지나 / 택배 노동자
    "(아이들) 학교에도 가야 되는데 (가는 건) 거의 꿈이라고 생각해요. 일을 접지 않는 이상에는…아이들 졸업식도 평일에 하니까 주말이 아니니까 갈 수가 없었죠."

    가족과 먹고 살기 위해 하루하루 버티지만

    【 인터뷰 】최지나 / 택배 노동자
    "다른 분들 돌아가시고 하는 거 보면 나도 갑자기 저렇게 되면 어쩌지, 이번에 나면 어떡하지 그 생각을 안 할 수 없어요."

    노동자들이 잇따라 숨진 뒤에야 나오는 대책들

    【 인터뷰 】박정민 / 택배 노동자
    "저는 사실 1도 안 믿습니다. (그동안) 약속만 지켜졌다면 또 다른 희생자는 안 나왔겠죠."

    불안한 마음이 큽니다.

    지난 사흘간 수수료 원상회복과 상하차비·벌금 제도 폐지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던 롯데택배 노동자들은 내일(31일) 일터로 돌아가지만

    제대로 된 노동환경으로 가는 길은 아직 멉니다.

    【 인터뷰 】유성욱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사무처장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롯데택배 측에서) 우리들의 요구안을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서 전격적으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택배 회사들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법과 제도를 통해서 택배 현장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생각입니다.)"

    택배 노동자들이 적은 글귀들입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

    더 이상의 희생 없이 이 당연한 요구가 실현되는 날, 언제쯤 올 수 있을까요?

    민심듣귀, 이민정입니다.

    [<민심듣귀>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sim@tbs.seoul.kr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택배 #택배노동자 #택배기사님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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