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교통 표지판으로 양성 평등? 취지에 안 맞는 성인지 예산

최양지 기자

yangji522@hanmail.net

2020-12-3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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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TBS는 어제 경기도의 지자체가 예산을 먼저 잡아놓고도 제때 집행되지 못하는 사례들을 보도했습니다.

    오늘은 양성 평등을 위해 쓰여야 할 성인지 예산이 엉뚱하게 쓰이고 있는 실태를 전해드립니다.

    최양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기자 】
    경기도 김포의 한 도로에서 교통안전시설물 설치 작업이 한창입니다.

    김포시는 이처럼 시선 유도봉이나 펜스, 교통표지판 등 15억원을 들여 교통안전시설물을 설치했는데, 비용은 성인지 예산으로 처리했습니다.

    가로·보안등 정비 사업도 성인지 예산으로 둔갑했습니다.

    【 스탠딩 】
    김포시 내 가로 보안등 설치와 교체 사업에는 성인지 예산 87억 원이 쓰였습니다.

    사업을 담당하는 지자체도 이 사업들이 양성 평등과 연관성이 없음을 인정합니다.

    【 인터뷰 】 김포시 관계자(녹취)
    "경력단절 여성분을 위해서 사업을 지원한다든지 그러면 성인지 예산에 많이 부합을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이 경우는) 관내 모든 시민을 위해서 하는 거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과의 예산에 비해서는 (성인지 예산과의) 관계가 모호하지 않나…"

    김포시는 또 성인지 예산을 이용해 시청 소식지를 제작하고, 체납 고지서 발행 비용으로 사용했습니다.

    성인지 예산을 입맛대로 쓴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의정부시는 주민 센터를 짓는 데 성인지 예산 20억 원을 끌어다 써놓고도 정작 담당자는 성인지 예산이 무엇지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성인지 예산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인식 부족이 드러나는 지점입니다.

    【 인터뷰 】의정부시청 관계자(녹취)
    "주민센터 같은 경우에는 수유실이라든지 여성을 위주로 하는 부분이 있어서… 저는 성인지라는 걸 처음 들어봤어요. 남녀의 차이에 따른 평가를 해서 반영하는 사업 같은데 저희가 전문적인 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예산은 필수로 편성해야 하다 보니 관련 없는 사업이 관행적으로 선정됩니다.

    【 인터뷰 】이계옥 의원 / 용인시의회
    "아직도 공무원 세계에서는 성인지 예산에 대한 적절성과 필요성에 대한 인지가 조금 되어 있지 않지 않은가…정부 지침으로는 필수적인 예산을 편성해야 되는데 (관행적으로) 증축에다가 예산을 잡았고 저는 성인지 예산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밖에도 고양과 양주 등에서 성인지 예산으로 캠핑장 시설을 개선하고 반려 동물 교육 사업과 개별 공시지가 조사, 심지어 시티투어 운영비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성인지 예산을 본연에 맞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시민 참여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인터뷰 】서민순 대표 /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제도 운영 과정에 이제는 시민들이 거의 부재한 상태다. 특히 결산 심사라든지 이런데 보면 대부분 회계사 중심으로 되어 있다 보니까…그런 과정에 여성들이 여성 전문성을 가지고 들어가서 살펴 봐야 되지 않나(생각합니다.)"

    성인지 예산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성평등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TBS 최양지입니다.

    #성인지_예산 #양성평등 #김포 #의정부 #주민센터 #교통_표지판 #가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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