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민심듣귀] “못 잊어요. 못 잊어”…아버지의 눈물

이민정 기자

lmj@tbs.seoul.kr

2021-02-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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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다음 명절을 기약하며 모두가 아쉬운 설을 보내고 있는데요.

    코로나가 끝나도 만날 수 없는 가족도 있습니다.

    [민심듣귀], 오늘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택배노동자 고 김원종 씨의 아버지를 이민정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 기자 】
    【 인터뷰 】김삼영 / 고 김원종 씨 아버지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고 간다더니 이게 언제…지옥에서 사는 것 같아요. 죽을 때까지 못 잊어요. 못 잊어."

    2020년 10월 8일
    세상 떠난 택배노동자 '김원종'

    "김원종. 우리 아들 죽음 헛되지 않게…."

    "아들 생각나서 아침마다 이렇게 떠놓는데 아들 사진 보면 울컥하고…."

    "버리기가 그렇더라고 아들이 입던 옷하고…아끼고 아끼다가 다 못 입고 갔는데…이 회사가 미워…."

    일하러 갔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
    아버지의 시계는 그날에 멈춰 섰습니다.

    "사고 전날에도 밤 11시 10분인가 들어왔는데 사고 난 날 아들이 나가면서 '아빠, 어제보다 더 늦을 거 같다.' 그 얘기 하니까 가슴이…그게 마지막으로 집에서 한 얘기예요."

    "아들이 차를 뒤에다 대면 여기서 문을 열어서 보고 아들 지나가면 저쪽 문 열고서도 보고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밥 차려주면 일어나서 먹고 나갔어요. 지금도 문득 일어나요. 일어나는 버릇이 생겨서 그 시간만 되면…."

    20년 동안 택배노동자로 살면서
    누구보다 성실했던, 자랑스러운 아들이었습니다.

    "힘들다는 소리는 아들 죽을 무렵에 한 번 들어봤어요. 20년 동안 그런 소리 안 하던 아들이 '아휴, 힘들어'하면서 들어오더라고요."

    "성실하게 살았어요. 뉴스에서 과로사니, 질병이니 그런 소리 들으면 속에서 불이 나요. 우리 아들이 감기몸살이라도 앓아보고 약이라도 한번 먹었으면 이런 얘기 안 하겠는데…."

    금쪽같은 아들의 죽음 뒤…
    아버지를 더 화나게 하는 건

    "아들이 죽어서 병원에 있는데 (아들 일했던 회사에서) 컵 몇 개하고 젓가락 몇 개 가져왔어요. 마지막 가는 길인데 돈을 떠나서 인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아들 죽은 지가 몇 달이야? 분류작업 인원 투입하겠다고 하면서 이 핑계 저 핑계…뉴스만 보면 가슴이 뛰고 눈물이 나고 저렇게 하고 어떻게 살았나."

    지난해 세상을 떠난 택배노동자는 16명,
    아버지의 바람은 하나입니다.

    "제가 바라는 건 김원종 우리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그 외에는 바랄 게 뭐가 있겠어요. 정부도, 회사도 시정 좀…택배 기사들 좋아지게 개선 좀 빨리 됐으면 해요."

    아들이 가고 넉 달, 아들이 더 생각나는 설입니다.

    "아들, 거기서는 떡국 먹고 있겠지? 아빠도 엄마 따라 너 따라 갈게. 떡국 많이 먹고…천국에 가 있겠지."

    "저번에 보름달이 유달리 밝더라고요. 달 한참 보면서 저 달 속에 아들이 있겠구나 싶었죠."

    아들 원종이에게

    "여기서 택배 일하느라 고생했으니 편안하게 잘 있어. 아빠하고 약속. 사랑해. 알았지? 아들 사랑해. 아들 사랑해."

    [민심듣귀] 이민정입니다.

    [<민심듣귀>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sim@tbs.seoul.kr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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