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동네 다시보기] 혼자가 아닌 사람들

류밀희 기자

you@tbs.seoul.kr

2021-07-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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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하자마자 분주하게 주방으로 향하는 김지환 씨.

    저녁으로 먹을 불고기를 굽습니다.

    그 사이 아이들은 학습지를 풀고, 온라인 강의도 듣습니다.

    아이들 공부 챙기랴, 식사 준비하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랍니다.

    김 씨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미혼부.

    【 인터뷰 】 김지환 / 미혼부
    "저는 솔직히 이게 적성에 맞아요. 애 보고 음식하고 치우고 하는 게 밖에서 돈 버는 것보다 편해서. '돈 벌래? 살림할래?'하면 저는 '살림할래'예요. '돈 벌래? 애 키울래?'하면 '애 키울래'고요. 애들이 좋아요."

    김 씨는 그나마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아이를 돌보기 편한 축에 속합니다.

    【 인터뷰 】 김지환 / 미혼부
    "프리랜서다 보니까 들쭉날쭉하고요. 웬만하면 밖에서 하는 일을 아이들 학원 갔다오기 전에 끝내보려고 애는 쓰는데 안 될 때가 더 많고요."

    미혼모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미혼부는 다릅니다.

    그나마 일부 지자체에선 미혼모와 마찬가지로 미혼부를 지원합니다.

    대부분 상담과 양육, 직업 교육을 제공합니다.

    또 자립정착금이나 양육비를 지원하는 곳도 있고, 일부는 아이를 돌보거나 집안일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미혼부에게 이런 지원조차 쉽지 않은 것은 아직까지 엄마의 동의 없이는 사실상 출생신고도 어렵기 때문.

    주민등록번호조차 없다보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를 보내지도 못합니다.

    때문에 미혼부들은 각종 지원보다도 아이에게 주민등록번호부터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 인터뷰 】 김지환 / 미혼부
    "출생신고가 된 이후에는 '한부모 지원 정책'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것들이 고스란히 적용이 되는 반면에 출생신고가 안 돼 있는 가정 같은 경우는 그것도 지원을 받는 가정과 못 받는 가정으로 또 나뉘어요."

    김 씨는 미혼부단체를 설립하고 출생신고를 위한 법적 절차를 돕고 있지만 현실적인 고충을 전부 해결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워킹 대디'로 쉴 틈조차 없지만 미혼부들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이유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네에서 미혼부인 아빠들이 출근해 아이가 혼자 남겨지면 김 씨의 집은 공동육아터가 됩니다.

    【 인터뷰 】 김지환 / 미혼부
    "본인(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아픔과 막연한 그리움, 이런 것들을 안 아프게 해 줄 수 없어요. 옆에서 어른들이 아무리 잘해줘도 100% 채울 수 없는 부분이고 그러다보면 어른들이 밉기도 할 것이고…."

    【 인터뷰 】 김지환 / 미혼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 빨리 많이 만나서 더 도와줘야 하는데 (혼자 하다 보니) 속도의 문제도 있고, 민간단체든 공적 기관이든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 많이 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사회생활을 시작한 송희석 씨.

    송 씨는 그 전까지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나이가 차서 더 이상 시설에서 지낼 수 없게 된 '보호종료아동'입니다.

    송 씨처럼 울타리 밖 세상으로 나온 이들을 위해 지자체에선 자립을 지원합니다.

    학업이나 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거나, 자립할 수 있도록 비용을 주기도 합니다.

    또 일부 지자체에선 살 곳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임대 보증금을 지원하거나 금융 컨설팅도 제공합니다.

    【 인터뷰 】 송희석 / 보호종료아동
    "보호종료예정인 아동들을 위해서 서울아동자립지원사업단이 있어요. 고등학교 1학년부터 교육을 시키는 거예요. 인턴십 과정을 통해 사회경험을 일찍 쌓아볼 수 있게 하고, 독서모임이나 대화법을 많이 배웠어요."

    송 씨는 지자체의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손길에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 인터뷰 】 송희석 / 보호종료아동
    "자립정착금, (후원자와 지자체가 저축해주는) CDA통장으로도 도움을 많이 받았고, 아름다운가게에서 시행하는 자격증 취득에 도움을 주는 사업에도 신청해서 회사 업무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는데도 도움 받았고…."

    보호종료아동이라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질 수밖에 없지만 불편하거나 피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 인터뷰 】 송희석 / 보호종료아동
    "저는 '보육원 퇴소 아동'이라는 수식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오히려 그게 저한테 이점을 줬으면 줬지 마이너스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인터뷰 】 송희석 / 보호종료아동
    "혼자라고 생각 안했으면 좋겠어요. 주변에 도와줄 수 있는 분들이 정말 많으니까 요청할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고 또 그런 도움을 많이 받았을 때 스스로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최근 미혼부와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제도가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환경을 탓하지 않고 용기를 낸 사람들,
    그들의 홀로서기를 응원합니다.

    우리동네 다시보기, 류밀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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