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바이러스가 휩쓴 소아과…"아픈 아이 갈 병원이 없어요"

백창은 기자

bce@tbs.seoul.kr

2021-07-2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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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아이가 아플 때 바로 달려갈 수 있는 동네 소아과, 부모들에게 꼭 필요한 곳이죠.

    그런데 저출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문을 닫는 소아과가 속출하고 있고, 큰 병원에 가도 소아과 의사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습니다.

    백창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인천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한때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던 대기실이 텅 비어 있습니다.

    【 인터뷰 】이승민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코로나19 이전에는) 대기줄도 좀 있고 그랬죠. (하루에) 100명 이상. 초반에 직원들을 많이 정리했었고요. 지금은 운영하기가 많이 어려운 상태예요. 50명을 넘기기가 힘들어요. 하루에 20~30명…."

    코로나19로 집단 활동이나 바깥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소아과를 찾는 아이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이승민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아이들이 와서 울고 웃는, 그런 거 보고 싶어요. 계속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일하고 싶어요."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소아과도 많습니다.

    【 스탠딩 】
    20년 넘게 운영해오던 소아과인데 지난달 문을 닫았습니다. 지금은 문이 굳게 잠겨 있고 이렇게 우편물만 쌓여 있습니다.

    지난해 폐업한 소아과 의원은 154곳, 1년 전보다 57% 늘었습니다.

    아예 소아과가 없는 시·군도 있습니다.

    동네 소아과가 없어질 때마다 부모들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 인터뷰 】A씨 / 의정부시 신곡동
    "어디로 가야 하나 당황스럽기도 하고 생각하지도 못해서. 근처에 소아과가 여기 말고 다른 데는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 인터뷰 】B씨 / 고양시 관산동
    "2주 전에 아기가 콧물이 자꾸 나서 왔는데 갑자기 없어진 거예요. 할 수 없이 옆동네 가서 진료받았거든요. 차로 한 30분 거리, 큰 마트에 있는 소아과를 가고 있어요."

    어려움을 겪는 건 동네 소아과뿐만이 아닙니다.

    교수로 남지 못하면 개원해도 폐업 걱정을 해야 하는 현실에 지난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32%에 그쳤습니다.

    특히 비수도권에 있는 종합병원은 대부분 한 명의 지원자도 받지 못했습니다.

    【 인터뷰 】 조병욱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우리나라 미숙아들은 다 대학병원에서 태어나요. 일반 개원가에서는 받지 않으니까. 그런데 전공의가 없으면 교수가 날마다 당직을 서면서 신생아를 돌봐야 하는데 그게 사실상 불가능하잖아요. 의료를 유지할 수가 없게 되는 거예요."

    국내 소아 의료 체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 인터뷰 】양임용 총무이사 /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소아 백혈병 진단이 됐다, 선천적 심장 기형이 있다면 지금은 지방에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몇 군데 있지만 그마저도 사라질 가능성이 많아서…. 몇몇 대학병원에서 전국 환자들을 전담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죠."

    최근 외과 전문의 시험에서는 소아외과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소아 관련 모든 전공이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것입니다.

    환자 수가 줄어도 병원 운영에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 인터뷰 】양임용 총무이사 /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다른 과와 다르게 보험 진료 위주라서 (환자) 수가 중요한 과이기 때문에 수가 늘고 줄고에 따라 타격을 많이 받거든요. 성인 진료와 다르게 시간도 많이 들어가고 인력도 많이 필요하고. 근본적인 수가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소아 의료 체계가 무너지기 전 의료 수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TBS 백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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