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돌봄공백 해소' 위해 마련된 늘봄학교, 반대하는 이유는?

이주혜 기자

juhye@tbs.seoul.kr

2024-03-1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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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정부는 올해부터 돌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맡길 수 있는 늘봄학교를 도입했습니다.

    2,700여 개의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2학기엔 전국 모든 초등학교로 또 모든 학년으로 점차 규모를 확대할 예정인데요.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늘봄학교로 인해 업무가 늘어나고 예산과 공간 부족 등의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주혜 기자입니다.

    【 기자 】
    초등학교 1학년에게 예체능, 심리·정서 등 활동 중심의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늘봄학교가 전국에서 진행 중입니다.

    늘봄학교를 통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에 힘쓴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정부가 지난 2월에 늘봄학교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당장 3월부터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는 학교 현장에선 늘봄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늘봄 강사가 뒤늦게 수업에 합류하거나 학생 지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서울 oo초 학부모
    "강사 같은 경우에도 급하게 나중에 한 명이 섭외가 되고 수업이 바뀌고 이래서 아직 좀 혼란스러운 상태인데… 하교 지도 부분에 있어서도 아이가 혼자서 나온다거나 이런 경우가 조금 있는 것 같더라고요…."

    늘봄학교를 신청했다가 예상보다 만족스럽지 못한 수업 환경에 이를 중단한 사례도 있습니다.

    【 인터뷰 】 김현희 / 서울시 은평구
    "처음에 시간표 배정 받고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한 주 해보니까 수업에 대해서 퀄리티가 낮은 것 같아서… 원하는 건 아이가 어떤 걸 배워왔는지 그리고 어떤 시간에 어떻게 보내고 왔는지인데 그런 게 하나도 없어서 그런 게 개선되면…."

    초등교사노동조합은 지난 8일 국회 앞에서 빠르게 추진된 늘봄학교가 점차 확대되는 것을 반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 현장음 】
    "늘봄학교 확대시행 철회하라 철회하라"

    이들은 늘봄학교로 인해 교사의 업무가 늘어나면서 부담이 커졌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일부 교사들은 늘봄학교 수업을 계획하는 것부터 강사를 모집하거나 학부모 민원에 응대하는 등의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 현장음 】 정수경 / 초등교사노동조합위원장
    "교사가 하지 않게 해주겠다던 정부의 약속과 달리 늘봄 업무는 교사가 주가 되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늘봄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 및 책임도 교사에게 있습니다. 늘봄을 담당하는 교사는 수업 시간에까지 '우리 아이 2시 반에는 태권도에 보내주세요'라는 민원을 쪽지와 전화로 쉴 새 없이 받고 처리합니다."

    늘봄학교와 관련된 재정지원의 경우, 인건비를 제외하곤 수업 운영만을 위한 예산은 내려오지 않은 상황

    한정적인 정규 교육과정 예산의 일부를 늘봄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 인터뷰 】 정수경 / 초등교사노동조합위원장
    "정부가 교육부에 제공한 재정은 강사 예산만 제공을 해줬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 운영 예산은 전혀 없는 상황이고요. 프로그램에 대한 준비물이나 그런 예산이라거나 학생들 간식비 이런 것조차 전혀 편성이 안 돼 있는…."

    늘봄학교 수업을 할 공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입니다.

    【 현장음 】 장대진 / 서울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서울의 모 초등학교는 학교에 여유 공간이 없어서 3-6학년이 사용해야 하는 특별교실을 늘봄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날 현장에선 희망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던 늘봄학교가 장애 학생은 배제한단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 현장음 】 장은미 /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위원장
    "장애학생은 특수학급 방과후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늘봄학교 이용을 거부당하는 황당한 사례도 있습니다. 중복 혜택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늘봄학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사의 늘봄학교 업무 부담과 관련해 다양한 경로로 늘봄학교에 필요한 인력을 보충해 이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현장음 】 조희연 / 서울시교육감
    "학교 평생 교육 지원단이 지금 인력풀이 약 309명이 확보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과도 연계해서 늘봄의 인력풀에 부족한 점을 보충하겠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또 늘봄학교 수업 운영에 필요한 예산의 지급 시기가 지연될 뿐 관련 예산은 있다고 답했습니다.

    【 인터뷰 】 홍진호 /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사무관
    "급한 경우에는 학교 예산에서 먼저 지출을 하고 나중에 예산을 보내드리는… 예산은 있어요. 배정이 될 거고 예산이 없는 건 아니고, 그게 조금 늦어진 부분은 있고요. 교재비도 따로 (예산 배정) 돼 있어요."

    수업 공간과 관련해선 추가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공간을 확보하겠다고 전했습니다.

    【 현장음 】 조희연 / 서울시교육감
    "4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늘봄교실 조성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서울의 늘봄학교 참여율은 6.3%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서이초 사건 이후 과도한 업무에 대한 교직 사회의 거부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TBS 이주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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