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터뷰] 미키 데자키 ‘주전장’ 감독-'역사 왜곡' 일본 우익은 왜 미국을 공략하는가

최형주 기자

hjchoi20@tbs.seoul.kr

2021-03-15 13:45

프린트
'위안부' 문제 조명한 다큐 영화  '주전장'의 미키 데자키 감독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위안부' 문제 조명한 다큐 영화 '주전장'의 미키 데자키 감독 <사진=부산국제영화제>
  • 국내외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위안부' 역사 왜곡 사태를 예견한 다큐멘터리 '주전장'(감독 미키 데자키)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19년 개봉한 '주전장'은 일본 우익과 역사 수정주의자들이 왜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고 숨기고 싶어하는지를 추적한 영화다.

    미국에서 태어난 일본계 미국인 2세 미키 데자키 감독은 3년 동안 한국, 일본, 미국을 넘나들며 심층 인터뷰한 30여 명의 '위안부' 문제 관련 사회운동가, 일본 우익과 진보 학자들의 시각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이 가운데 일본 우익세력의 생각을 대변하면서 미국에서 선전 활동을 벌이는 '원조 램지어'들이 눈길을 끈다.

    영화에 출연한 일본 극우 인사는 '위안부' 문제의 '주전장', 즉 주요 전쟁터는 한국도 일본도 아닌 미국이라고 말한다.

    왜 일본 우익이 역점을 두고 있는 곳은 미국인지 데자키 감독에게 직접 들어봤다.


    ▶ 우선 어떤 계기로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주전장'을 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과 일본 언론에서 나오는 내용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듣는 정보가 너무나 달라 '위안부' 관련해서 논의할 때 항상 싸운다고 생각했다. 물론 서로 좋은 친구인데도 말이다. '위안부' 논란의 전체적인 내용을 다루는 다큐멘터리가 있다면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서로 더 이해하고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 영화가 보여주듯 '역사 왜곡' 시도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이 국내외적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처음 봤을 때는 *'게임이론'을 사용해서 '위안부'가 매춘부였다는 논리를 전개한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 과거에도 램지어가 일본 산케이신문의 영문판 재팬 포워드에 이런 주장을 기고했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의 기고문을 보고 일본 우익을 대변하는 미국 백인 남성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게임이론: 경쟁상대의 반응을 고려해 자신의 최적 행위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결정 행태를 연구하는 경제학 및 수학 이론)

    ▶ 영화에도 '위안부'를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미국인 변호사와 소녀상 얼굴에 봉지를 씌우고 혐한 발언을 하는 '텍사스 대디'라 불리는 유튜버가 나온다. 이들처럼 일본 우익을 대변하는 '제2의 램지어' 또 누가 있나.

    ▷ 미국인 역사학자 제이슨 모건이 있다. 모건이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도와줬다. 모건의 이름이 램지어 교수 논문의 감사글에 있는 것을 보고 산케이신문, 일본 우익과 모두 다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미국 백인 남성들이 일본 우익에게 신뢰성을 더해 준다. 실제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들은 신뢰감을 줄 수 있다. 영화에서 '위안부'를 매춘부라 주장하는 켄트 길버트는 변호사다. 사람들은 그가 변호사라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직접 확인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위안부' 관련 전문가가 아니어도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면 그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여기는데 이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 일본 우익은 어떤 방법으로 이런 다양한 미국 인사를 포섭하나.

    ▷ 제이슨 모건은 책 출판 계약을 맺었다. 책 발간으로 얻는 금전적인 이익이 있을 것이다. 켄트 길버트도 책 출판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고 일본에서 유명하다. 미국인 유튜버 '텍사스 대디'는 집에서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일본에서 유명해졌다. 그도 책을 발간해서 돈을 벌고 있다. 우익은 이들을 통해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우익을 대변하는 이 사람들은 돈과 명성을 얻는다. 이건 서로에게 득이 되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그냥 돈 때문에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한국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일본 우익세력은 그들의 관점을 미국인들에게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항상 찾고 있다.

    영화에 나온 한 여성을 보면 미국인 기자를 매수해서 일본에게 유리한 기사를 작성하게 한다. 사쿠라이 요시코(일본 극우파 기자)도 같은 미국인 기자를 매수한다. 그녀는 그냥 백 달러 정도가 아닌 수천 달러를 지불하고 미국인 기자에게 친일 기사를 쓰게 한다. 램지어 교수 정도의 사회적 위치가 있는 사람이 (극우세력으로부터) 엄청난 돈을 받고 있어도 난 놀라지 않을 것 같다.

    ▶ 그런데 일본 우익은 왜 미국을 공략하려 하는 것일까.

    ▷ 세계 권위 있는 역사학자들은 일본 우익세력의 역사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이런 상황에서 우익의 주장에 의구심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학 학위가 없어도 양복을 입은 백인 중년남성들이 지지하는 우익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어 보일 수 있다. 백인우월주의, 그러니까 백인 남성의 사회적 위치, 그들의 권위를 통해 우익은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실으려고 한다. 일본 우익은 이를 위해 마치 미국에서 제작된 것처럼 영어로 웹사이트를 만들기도 한다. 영어로 된 자료를 확인하고 백인들이 우익의 관점을 옹호한다는 것을 보게 되면, 사람들은 우익의 시각이 옳다고 생각하게 된다. 미국을 통해 일본 우익의 관점을 일본인의 마음에 굳히려 하는 것이다. 일본군이 여성을 성노예화 하지 않았다는 왜곡된 역사를 각인 시키는 것은 사람들이 일본은 잘못한 것이 전혀 없고 항상 옳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 최근 하버드대 학생들 대상으로 진행된 '위안부' 영화감상회에 '주전장'이 상영되었다고 들었다. '주전장'을 본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나.

    ▷ 하버드대 학생들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한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또 학생들은 램지어 교수처럼 켄트 길버트 변호사, '텍사스 대디' 같은 미국인도 관여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학생들은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램지어의 논문에 대해 비난하지 않으면 그의 논문이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우익은 '위안부' 피해자들과의 싸움에서 램지어의 논문과 발언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램지어의 주장이 무기가 되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하버드대 학생들은 램지어 교수가 켄트 길버트 변호사, '텍사스 대디', 역사학자 제이슨 모건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램지어 교수는 권위가 있는 백인 남성에다 하버드대 교수다. 일본 우익은 램지어를 이용해서 쉽게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누가 하버드대 교수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하겠나.

    ▶ 램지어 교수의 '역사 왜곡' 논문 논란에 대해 일본 젊은 층의 반응은 어떤가.

    ▷ 램지어는 '위안부' 문제 외에도 재일 한국인에 대한 인종 차별적인 글들을 썼다. 일본 내에서는 그가 쓴 오키나와 사람들과 역사적으로 천민 집단인 부라쿠민에 대한 글들이 '위안부' 논문보다 더 관심을 받고 있다. 일본 젊은 층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일부 아는 사람들은 일본 우익 언론을 통해서 안다. '주전장'을 본 일본 청년들은 충격을 받았다. 이들은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에 알고 있는 신념과 모든 것들에 대한 의문이 들고, 일본 정부를 향한 의구심이 생겼다고 한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일본 우익의 편협한 정보에만 노출된 일본인들을 탓할 수 없지만 그들에게 진실을 확인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또 '주전장'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위안부' 문제를 단지 한일 간 외교 갈등이 아닌 여성 인권의 보편적인 문제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제공 tbs3@naver.com / copyrightⓒ tbs.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카카오톡 페이스북 링크

더 많은 기사 보기

국제 추천 기사

인기 기사



개인정보처리방침  l  영상정보처리기기방침  l  사이버 감사실  l  저작권 정책  l  광고 • 협찬단가표  l  시청자 위원회  l  정보공개

03909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 31 S-PLEX CENTER | 문의전화 : 02-311-5114(ARS)
Copyright © Since 2020 Seoul Media Foundation TB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