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무늬만 청년센터? 청년 인권 없는 청년센터 수두룩

서효선 기자

hyoseon@tbs.seoul.kr

2021-08-27 00:01

프린트 63


  • 【 앵커멘트 】
    수도권 곳곳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청년들을 위해 마련한 청년지원센터가 있습니다.

    좋은 시설과 청년들을 위한 각종 콘텐츠들 덕에 겉으로 보기엔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하지만 정작 청년센터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노동권과 인권을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효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복사기라던가 컴퓨터 같은 것은 정규직만 쓸 수 있게 한다던가 허락을 받고 쓰게 하는…"

    "간식 같은 걸 제공 하잖아요. 그런 것을 '여기를 이용하는 청년들을 위해 만든 것이지 너희들 먹으라고 준게 아니다…'"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1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를 해야하는데 1주일에 12시간 근무를 시켜가지구."

    "제가 경험한 최악의 노동환경이었어요."

    【 스탠딩 】
    이 내용은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청년센터'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증언입니다.

    성남시 '청년이 봄', 수원 '청년바람지대', 고양 '청취다방'.

    모두 그럴듯한 이름과 겉으로 보기엔 좋아보이는 시설을 갖췄지만, 이곳에서 일했던 청년들은 수도권의 많은 청년센터가 '무늬만 청년센터'라고 비판합니다.

    6개월 간 경기도의 한 청년센터에 종사했던 20대 A씨는 근무하는 동안 초과수당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 인터뷰 】 청년센터 종사자 A씨
    "초과되는 일들을 계속 주는거에요. 단기간에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그런 일들을 시킨 거죠. 초과가 발생하는데, 아니면 퇴근하고 집에서 마지막 잔여 업무를 해야되는게 있는데 그거에 대해서도 받지 못하는거죠."

    제대로 된 자리 조차 없이 센터 여유 공간을 떠돌며 일하다가 실업 급여도 받지 못한 채 센터를 떠난 경우도 있습니다.

    【 인터뷰 】 청년센터 종사자 B씨
    "180일 이상 하면 실업급여를 줘야 되는데 6개월만 해서. 이게 실제 근무시간이어야 되더라구요. 6개월이면 24주니까 60일이 모자라는…."

    청년유니온 자료를 보면 A씨와 같이 무급으로 초과노동을 한 경우가 응답자의 4명 중 1명 꼴이었습니다.

    퇴직금을 주지 않았거나 퇴직금을 피하기 위해 편법으로 계약한 경우도 11%로 집계됐습니다.



    컴퓨터도 없이 일하면서 '다음번에는 노트북 있는 사람을 뽑아야겠다'는 무시까지 견뎌야 했던 이들이 쉽게 입을 열지 못한 이유는, 지금까지 살아온 터전에서 다시는 일자리를 얻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청년센터 종사자 A씨
    "(센터를 운영하는) ***재단 자체가 **에서 큰 재단이고. 어쨌든 저는 **에서 쭉 살아왔거든요. 계속 뭔가 껄끄러운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 혹시나 조심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거죠."


    ■ 끊이지 않는 청년센터 문제…반복되는 이유는?

    상식 선에서 벗어난 직장 내 괴롭힘과 노동권 침해가 벌어지는 이유를 묻자 청년센터 종사자들은 공통적으로 '위탁운영' 체계를 꼽았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경기도에 위치한 A 청년센터는 위탁운영사에서 파견한 정규직 직원이 센터장을 맡습니다.

    그 아래에는 2년제 계약직 3~4명, 6개월 공공일자리와 그보다 짧은 기간 일하는 초단기일자리 직원들 5~6명으로 꾸려지는 피라미드 구조가 형성돼 있습니다.



    스스로를 '피라미드의 최하위 계층'이라고 칭하는 청년들은 근무 기간 갑질을 두 번 당하는 구조였다고 회상했습니다.

    【 인터뷰 】 청년센터 종사자 B씨
    "시가 갑이되요. 위탁 운영사는 을이 되거든요. 을 밑에서 고용된 저희들은 병이에요. 또 인턴을 뽑는데 인턴분들은 정이거든요. 갑질이 심할 수 밖에 없어요."

    위탁 운영이 초래하는 문제는 또 있습니다.

    청년 센터에 설사 정규직으로 취업을 해도 센터가 아닌 위탁운영사에 취업을 하는 것이어서, 기간이 종료되면 고용을 이어갈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속되는 고용 불안정에 시달려야 하는 겁니다.

    서울시 A 자치구에 위치한 청년센터 역시 그동안 위탁운영을 해오던 업체가 재위탁에 실패하면서 지난 6월을 끝으로 휴관에 들어갔습니다.

    관할 자치구는 오는 9월 새로운 위탁 업체가 들어오기까지 2달 간의 공백기를 직영 체제로 채우는 대신 코로나 상황이 맞물려 휴관했다고 설명했지만, 종사했던 직원들의 고용은 모두 승계할 수 없었다고 시인합니다.

    【 인터뷰 】 A 자치구 관계자
    "당연 해지죠, 당연 퇴사로 볼거에요 아마 그게. 다만 만약에 이 사람이 꼭 필요하다고 할때는 고용 승계의 조건을 달 수 있어요. 많은 사람들을 구제해주고 싶지만 위탁 업체가 그건 어렵잖아요."


    ■ "청년센터를 청년에게" 뻔하게 들리지만 쉽지 않은 해결책



    그렇다면 직영으로 전환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되는 걸까.

    위탁운영 체제 아래 청년센터를 이끌고 있는 문지원 경기내일스퀘어 안산 상상대로 센터장은 위탁 운영사가 가진 '전문성'은 분명한 장점이라고 인정합니다.

    【 인터뷰 】 문지원 센터장 / 경기내일스퀘어 안산 상상대로
    "아무래도 현행 공무원 조직, 행정 조직같은 경우는 창의성을 발휘하거나 이런 것에서 보수적인 측면들이 존재하는 것 같고. 민간 영역에서는 전문성을 갖고 있고 사업을 벌여내는 것들이 창의적이고 잘한다…."

    다만 노동권 침해 문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위탁사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와 운영사의 책임있는 자세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 인터뷰 】 문지원 센터장 / 경기내일스퀘어 안산 상상대로
    "민간위탁으로 운영을 하게 되면 고용 승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거나, 위탁운영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것들이 반영 되면 조금 더 나을 것 같아요."

    뻔한 말로 들리기 쉽지만, 청년센터를 청년에게 돌려주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는 조언도 나왔습니다.

    【 인터뷰 】 정채연 위원장 / 청년정의당 경기도당
    "청년정책은 취지랑 특성상 탑다운이 아니라 바텀업 방식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 관점을 가지고 있어야하는데 기존에 행정이나 관료주의를 익숙해하시는 분들은 탑다운 방식을 지속시키려는 경향이 강하세요. 청년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실제 청년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더 생생한 목소리일 수 있는데도 잘 반영이 안 되는 거죠."

    전문가들은 또, 우수 공간 선정이나 프로그램 참가자 수와 같은 '실적'을 향한 노력은 성과주의를 청년 정책에 대입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청년 정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TBS 서효선입니다.


    #서울 #경기 #성남 #고양 #수원 #판교 #청년센터 #노동권 #인권 #청년인권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제공 tbs3@naver.com / copyrightⓒ tbs.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63 카카오톡 페이스북 링크

더 많은 기사 보기

개인정보처리방침  l  영상정보처리기기방침  l  사이버 감사실  l  저작권 정책  l  광고 • 협찬단가표  l  시청자 위원회  l  정보공개

03909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 31 S-PLEX CENTER | 문의전화 : 02-311-5114(ARS)
Copyright © Since 2020 Seoul Media Foundation TB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