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장애인에겐 일상이 사치인가요? [우리동네 다시보기]

류밀희 기자

you@tbs.seoul.kr

2021-12-1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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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멘트 】
    일상생활 속 자치사례를 살펴보는 우리동네 다시보기 시간입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이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이죠.

    그런데 우리의 관심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가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마음껏 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죠.

    이런 가운데 자치단체의 이색 사업으로 조금이나마 스스로 이 사회에 한발 내딛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류밀희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기자 】

    【 현장음 】
    "오른팔! 왼팔! 오른팔! 왼팔!"
    "그렇지~ 그렇지~ 그렇지!"

    화면을 보며 춤을 추기도 하고,

    【 현장음 】
    "누르시고 뒤로빼셨다가 톡~!"
    "오~~ 좋아요!"
    "누르고 있다가~ 나, 둘, 셋! 오케이~!"

    무거운 공을 들지 않고도 볼링을 즐깁니다.

    코로나로 외출이 망설여지는 요즘, 장애인들은 더 갈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활발한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도 주로 도심에서는 먼 곳에 있다 보니 접근하기 힘든 것이 현실.

    안산에 있는 전국 최초의 장애인 전용 e-스포츠경기장이 각광받는 이유입니다.

    와스타디움 1층에 170㎡ 규모로 마련됐는데, 하루 40~50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입니다.

    【 인터뷰 】 박준규 / 안산시 e-스포츠경기장 이용자
    "이게(야구) 제일 재밌고 볼링도 재밌었어요. (이런걸 다른 데서 해보신 적 있으세요?) 없었어요."

    특히나 장애인 전용 시설이고, 예약제로 운영되다보니 보호자들도 만족합니다.

    【 인터뷰 】 한결 / 발달장애인주간보호시설 사회복지사
    "여기 계신 분들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 있으시고 지원해주실 때도 기다려주시는 부분이 있어서 저희가 활동하기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두꺼운 패딩을 골라 입는 이훈재 씨.
    신발도 단단히 조이며 외출 준비를 합니다.

    따분하고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바람을 쐬러 가는 길.

    가까운 거리야 전동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지만 멀리 갈 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개조된 차량을 이용해야하기 때문에 여행이 쉽진 않습니다.

    1시간가량 차를 타고 이동한 곳은 오이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이마져도 이 씨에겐 사치입니다.

    통로가 좁거나 경사로가 없으면 휠체어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현장음 】
    (조개구이, 칼국수, 회)
    (먹을 게 많네. 그런데 휠체어가 들어갈만한데가...)
    "잘 찾아야지 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식당을 찾은 이훈재씨는 메뉴를 기다리며 잠시 추억도 회상해봅니다.

    【 현장음 】
    (부산 송도가서 해상케이블카 탔었데요. 그때가 몇 년 전이야, 오래됐지.)
    "진짜 되게 오래됐네."
    (그럼요. 한 3년? 2년? 코로나 전이잖아.)

    장애인 가운데 여행을 한 번도 안 가본 경우가 75%에 달할 정도로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여행 경험조차 적습니다.

    하남시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 특수차량을 제공해 원하는 여행지에 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훈재 씨는 오랜만에 찾은 바다를 그저 멍하니 바라만 봅니다.

    【 현장음 】
    (무슨 생각하세요?)
    "물이 안 빠진 상태가 더 좋았을 거라고요."
    (물이 차 있는 바다 모습이 더 좋으시군요)
    네.

    예리한 눈빛과 야무진 손.
    썩은 곳 없는 지 살펴봅니다.

    새싹 삼을 재배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노혜리 씨.

    지적장애인이지만 썩은 삼을 구별하는 능력만큼은 뛰어납니다.

    【 현장음 】
    (어떤게 썩은 거예요? 어떻게 알 수 있어요?)
    "이런건 썩었잖아요."
    (색깔이 변한거요?)
    "네, 색깔이 갈색으로 (변한거요,)"
    (근데 그게 그렇게 잘 보여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주변의 시선이 차가워 한두달 다니고 그만둔 직장이 여럿이지만 이곳에선 6개월 정도 일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노혜리 / 사회적기업 '해피팜협동조합' 취업자
    "사람들이 말하는 것에 상처를 쉽게 받고 그래서 거기도 그만두고 안 되겠어서 또 다른 쉼터에 들어가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처음엔 마음을 열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재입니다.

    【 인터뷰 】 박영보 교육이사 / 사회적기업 '해피팜협동조합'
    "처음에 한 2주 정도는 낯가림을 했어요. 그런데 뭐 어디가나 마찬가지잖아요. 아주 잘 하고 있었고 점점 잘해서 이제는 우리가 스쳐가는 것도 아주 꼼꼼하게 보는 성격인지라 ‘이거 빠졌네요’ 라고 저희한테 AS까지 얘기해 줄 정도로 아주 잘 하고 있고…."

    장애인을 돕기 위한 복지사업도 좋지만 직접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날을 꿈꾸는 이들.

    노혜리씨는 그런 분들에게 희망이자 조언자입니다.

    일하고, 운동하고, 여행 가는 게 자유로고 당연한 비장애인들에 비해 장애인들에게는 사치일까요?

    이들을 위한 더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해보입니다.

    우리동네 다시보기, 류밀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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