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청년간병①] "저에게도 보호자가 생겼어요"

정진명 기자

jeans202@tbs.seoul.kr

2022-01-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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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갑작스럽게 부모님이 아파서 간병해야 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청년 간병인, 일명 영케어러입니다.


    경제력과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이 간병과 생계를 책임지는 등 고충을 겪고 있지만 현재까지 그들을 위한 복지 제도가 따로 없습니다.


    영케어러들의 수치를 내놓은 통계 조차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시민단체가 영케어러 지원 사업을 시범적으로 진행했고, 몇몇 지방자치단체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정진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김율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필라테스를 배웁니다.


    낯설고 힘든 동작을 하지만, 평소에 본인이 하고 싶은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납니다. 


    【 인터뷰 】김율 / 영케어러

    "제가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것에 인색했었어요. 먹는 것도 500원 아끼려고 먹고 싶은 것도 안 먹고. 사람이 소비를 하면서 자기 취향을 알아가는데, 그럴 수 있는 여유가 없었던 거죠. 올해는 그렇게 살고 싶더라구요. 한 번도 안해봤던 운동이라는 거. 1대 1 강습. 그거 했죠. 하고 싶은 거라서."


    김씨는 4개월 전 갑상선 암 수술을 한 뒤 회복이 필요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 인터뷰 】 권하은 강사 / P 필라테스

    "처음 방문했을 때는 수술한 지 얼마 안됐을 때라 수술한 부위나 그 주변이 (근육이) 타이트한 상태셨고, 근력도 많이 떨어져있던 상태였어요.”


    사실 김씨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뇌병변 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간병한 영케어러입니다.


    김씨 아버지는 뇌출혈을 시작으로 뇌경색으로 인한 마비, 정신질환까지 얻었습니다.


    아버지와 단 둘이 살기 때문에 그녀는 그동안 간병과 생계를 혼자 책임졌습니다.


    【 인터뷰 】김율 / 영케어러

    "중 3때부터 아버지 약 챙기고. 어느 날은 아빠 몸에서 오줌 냄새가 나는 거예요. 옷을 안 갈아 입으셔서, 그럼 아빠 옷 갈아입으라고 하고 새 옷 꺼내드리고 빨래하고 이랬죠. 아빠가 혼자서 밥을 못 챙겨드시니까 국 같은 것은 끓여놓고 밥 먹으라하고 학교 가고."


    오래된 간병 생활에 심신이 지쳐있었던 김씨는 영케어러 케어링 위기 지원 사업이 진행된다는 소식에 지원하게 된 것입니다.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 간병하고 있는 청년(영케어러) 17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시범 사업입니다.

     

    청년간병인,즉 영케어러들의 교육비 뿐만 아니라 생계, 간병에 도움되는 지원금 130만 원을 받습니다.


    조손 가정에서 커온 이성은(가명)씨도 보호자인 할머니가 지난해에 소세포 폐암을 판정받아 영케어러가 됐습니다.


    현재 이씨도 간병과 동시에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이성은 (가명) / 영케어러

    "저희는 식료품비와 (할머니 병원)교통비, 자기계발비 세 종류로 지원받았어요. 학원도 된다고 하셨는데, 학원을 다닐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온라인으로 인터넷 강의를 결제해서 듣고 있어요"


    전문가들은 경제력이 없고, 위기 해결 능력이 부족한 영케어러들이 겪고 있는 독박 간병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복지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석재은 교수 /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영케어러들을 일단은 우리가 찾아내야 될 것 같고요. 우리가 사회적으로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영케어러에 대한 특별 대책 이런 부분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3~4시간 일반적으로 주는 도움이라고 하더라도 영케어러들의 경우에는 특별히 두 배 정도의 도움을…."


    또 영케어러들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게 돕는 혜택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인터뷰 】최영 교수 /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지원 서비스도 상당히 왜냐하면은 이게 돌봄 혹은 간병이라는 게 상당히 많은 스트레스 요인이 되잖아요. 그런 걸 완화하기 위한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2~3일 정도 휴가를 갔다올 수 있게 한다든지 이런 제도나 그 다음에 이제 심리 정서적 지원…."


    이런 가운데 서울 광진구, 서대문구 등 몇몇 자치구에서 영케어러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광진구의 경우, 올해부터 요양보호사, 병원 동행, 식사 지원 등 돌봄 서비스를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합니다.


    하지만 영케어러 인구 수를 집계한 통계가 따로 없어 지자체별로 전수조사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등 한계가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현 시점에서 영케어러들의 고충을 해결하는 실질적인 대책이 워져야겠습니다.


    TBS 정진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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