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고단함을 채워줄 그 집이 지옥같이 돼버렸습니다."
"깡통전세는 사회적 재난이다…."
서울, 인천, 경기, 부산 등 일파만파 퍼져가고 있는 전세 사기 피해.
여기에 2~3년 사이 집값이 치솟았다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세입자가 전셋값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보증사고는 올해 1분기에만 전국에서 3,474건 발생했습니다.
지난달에만 1,385건이 집계됐는데 이는 역대 가장 많은 수칩니다.
피해자와 피해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정부와 지자체는 지원센터를 꾸리고, 피해 주택 경매를 유예하는 등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은 세밀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요.
【 현장음 】안상미 /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원장
"진행되는 대책을 좀 같이 얘기하고 논의해 주시면 안 되나요? 저희 너무 불안해요."
제2, 제3의 '빌라왕'과 '건축왕'을 막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 논의가 필요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 전화 인터뷰 】이현석 /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유형이 다양하고 피해의 정도도 다양하고 또 임대인, 임차인 외에도 채권자들도 관련돼 있잖아요. 바로 단순하게 해답을 내놓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근원적인 고민들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시한폭탄이 돼버린 전세 사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 전세 사기 피해 현황과 관련 대책 등에 대해 Q&A로 정리했습니다.
Q. 서울 강서구 화곡동과 인천 미추홀구에서 대규모 전세 사기가 벌어졌는데, 이들 지역 전세 사기의 공통점이 있다고요?
A. 네. 이른바 빌라왕, 건축왕으로 불린 이 전세 사기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집주인 외에 조직적으로 가담한 인물이 있다는 건데요. 경찰은 현재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사건의 주범인, 건축왕 남모 씨를 조사하고 있는데 확인된 공범만 61명입니다. 여기에는 공인중개사, 건물 임대인, 중개보조원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전세 사기로 입건된 피의자 중 400명가량이 공인중개사였는데 가짜 임대인 다음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Q. 이런 전세 사기 외에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A. 통상 집 주인은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의 보증금을 받아서 나가는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는데요. 2~3년 사이 집값과 전셋값이 폭등하지 않았습니까?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전세와 매매가가 모두 하락하고 있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보다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의 보증금이 낮아지는 '역전세', 집값이 보증금보다 낮아지는 '깡통전세'가 많아지고 있고요. 집주인이 여유 자본이나 대출 여력이 없다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Q. 서울에서도 이렇게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나요?
A. 지난해에만 서울에서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한 경우가 1,870건 발생했고요. 자치구별로 보면 강서구가 710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사전에 이런 사고를 막겠다며 서울시가 자치구와 함께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공인중개사무소를 대상으로 합동 조사를 벌였는데요. 여기에서 불법 행위 72건이 적발됐습니다.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해 드리자면, 한 부동산컨설팅 업체 직원이 인터넷 광고를 보고 찾아온 이에게 이사비용을 원하겠다며 현혹해 시세보다 비싸게 전세 계약을 체결했고요. 깡통전세 중개를 성공한 대가로 건축주로부터 돈을 받아 챙겼습니다. 이런 수법으로 피해를 본 이들은 모두 2030 세대로 파악됐습니다.
Q. 피해자들은 어떤 대책을 바라고 있나요?
A. 전세 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다,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대책을 찾아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또 각각의 사례가 다양한 만큼 면밀히 살펴 달라고 촉구하고 있는데요. 제가 만난 피해자들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잘 듣고 그 목소리를 반영한 맞춤형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Q. 조금 전 정부가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방안을 발표했는데요. 어떤 대책이 나왔나요?
A.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자를 위한 종합 지원 방안이 담긴 특별법을 발의합니다. 여기에는 거주하고 있는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내용 등이 포함되고요. 경매로 낙찰받으면 취득세를 면제하고 재산세는 3년간 감면해줍니다. 또 기존주택에서 계속 거주를 희망하지만, 주택 구입을 원하지 않는 피해자는 LH에서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로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정부는 일정 기준에 따라 전세 사기 피해자에게 생계비와 저금리 신용대출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정부는 특별법 시행 1개월 안에 하위 법령을 제정한다는 계획이고요. 특별법은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됩니다.
Q. 서울시에서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요?
A. 우선 서울시 의회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25개 자치구에 설치된 주거 안심 종합센터에서 피해에 대한 법률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또 청년들이 주택에 대한 적정한 가격 등을 알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개정한다는 계획입니다. 서울시는 피해 위험 지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자치구별 전세가율을 공개하고 있고요. 지난 2월 전월세 종합지원센터를 개소해 피해 지원을 돕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김중헌 / 서울시 주택정책실 주택금융지원팀장
"서울시 전월세 종합지원센터에서 전문가들이 어떻게 법적 대처를 해야 하는지 상세히 알려드리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02-2133-1200~8번까지 전화하시면 변호사, 법무사, 공인중개사 등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분들이 계시니까 상세히 알려주실 거고 필요할 경우에는 방문하실 수도 있어요. 계약서나 등기부 등본 같은 부분들을 챙겨서 방문하시면…."
Q.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을까요?
A. 쉽진 않아 보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4년 전, 2년 전에 이뤄진 전세 계약이 이제 문제가 터지는 것이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까지 전세 사기가 고점을 찍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전세 제도 자체에 대한 고민과 투명하지 않은 정보 제공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는데요.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 전화 인터뷰 】이현석 /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임차인들이 중개인들에 대한 정보도, 임대인에 대한 정보도 별로 없고 또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어서 시장의 정보들을 상호 공유하거나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고 전세 제도 자체가 우리 시장에서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사용된 제도이긴 하지만 익명성이 있는 사회에서 신뢰를 담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제도 자체의 존속 가능성 이런 부분도 사실 고민해야 하는…."Q. 세입자들이 집을 구할 때 어떤 점들을 유의하면 좋을까요?A. 우선 이 집이 안전한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주택을 계약할 때 등기부 등본과 건축물대장, 체납 여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거죠. 사실 혼자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인데요. 앞서 얘기 드린 서울시 전월세 지원센터에서 관련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정부에서 제공하고 있는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를 사용하고 보증보험에 가입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게 좋겠습니다.취재 기자 : 지혜롬
영상 취재 : 류지현, 손승익
영상 편집 : 이아름
그래픽·CG : 김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