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2023년 '학생 맞춤 교육 개혁' 등 4대 분야에서의 개혁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올해 교육부 예산안은 전년보다 13.8%가량 늘어난 102조 원인데요. 하지만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사업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에 TBS는 교육 취약계층을 만났습니다. 이들의 교육 실태를 알아보고, 교육 지원 사업에 대한 현주소를 짚어봤습니다.
■ 탈북학생 63% 수도권 거주…서울시교육청 '교육 지원 사업' 만족도↑
[탈북학생의 학교 유형별 재학 현황과 거주 지역 <그래픽(CG)=TBS>]
2022년 4월 기준 국내에 재학 중인 탈북학생은 모두 2,061명. 이 중 서울 20.8%, 인천 9.4%, 경기 32.3%로, 탈북학생의 약 63%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절반이 넘는 탈북학생이 살고 있는 만큼, 서울시교육청은 학기 평일과 주말, 방학을 활용해 탈북학생의 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해오고 있습니다. 그 중 방학 동안 학습 멘토링과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탈북학생 방학학교'는 4년 전부터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방학에는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서울당현초등학교와 서울신곡초등학교에서 탈북학생 44명, 교원 55명, 자원봉사자 2명 등 모두 101명이 참여합니다. TBS가 이틀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탈북학생들을 지켜봤습니다.
[서울시교육청 2022 탈북학생 겨울방학학교 진로 비전 특강 <사진=TBS>]
방학에도 아침 일찍부터 학교에 나와야 하니 귀찮을 법도 하지만, 학생들의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습니다. 멘토 선생님과 1대1로 짝을 맞춰 부족한 과목에 대한 보충 수업을 듣고, 진로 전문 상담가에게 학교 유형에 맞는 입시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소그룹으로 나뉘어 로봇공학자, 특수분장사, 푸드 스타일리스트 등 이색 직업군을 체험해볼 수 있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학생들의 얼굴에는 그 어느 때보다 호기심과 진중함이 교차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2022 탈북학생 겨울방학학교 특수분장 진로 체험 활동 <사진=TBS>]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의 만족도는 컸습니다. 방학 동안 본가인 경남 창원에 내려가 지낸다는 A군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KTX를 타고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올해 고1이 된 B양, 중학생 때는 전 과목 평균 점수가 중하위권이었지만 이번 고등학교 모의고사에서 상위 10% 안에 들 정도로 성적이 올랐습니다.
"멘토 선생님이랑 너무 친해서 실제로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선생님들과 좀 어색할 정도예요. 여기서 배우면 수업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고 이해가 더 잘 된다고 할까. 작년에는 멘토 선생님과 제 얘기를 글로 썼는데 민간 기업에서 주는 상도 받았어요."(B양/D고등학교 1학년)
유년 시절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온 C군은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로 학업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멘토 선생님을 만나 경찰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고, 알파벳밖에 모르던 영어 최하위권에서 토익 점수 700점을 넘기며 지방대 경찰행정학과에 입학했습니다.
4년간 C군을 지도한 선유고 김명진 선생님은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던 친구들이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대학 입학, 취업까지 하는 순간들을 보며 감동 받는다"며 "아이들이 하나하나 변하는 모습에 보람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 탈북학생 학업 중단율↑…"학습 지원 받고파"
[탈북학생과 일반학생의 학업 중단율 <그래픽(CG)=TBS>]
멘토 선생님들은 탈북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사회에 무사히 자리 잡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탈북학생이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비율이 일반학생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한국교육개발원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의 자료 등을 보면, 최근 5년간 탈북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2018년 2.5%, 2019년 3.0%, 2020년 2.9%, 2021년 1.2%, 2022년 1.6%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2018년 0.9%, 2019년 0.9%, 2020년 1.0%, 2021년 0.6%, 2022년 0.8%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탈북학생 수도 줄어 이들의 학업 중단율도 낮아지는 추세이지만, 일반학생과 비교하면 최소 2배 차이가 납니다.
[탈북학생이 받고 싶은 지원 상위 3순위 <그래픽(CG)=TBS>]
학교급별 학업 중단율은 2022년 기준 초등학교 0.3%, 중학교 1.8%, 고등학교가 2.6%였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과목 수가 많아지고 수업 내용이 어려워지면서 기초학력이 부족한 탈북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남북하나재단이 실시한 2020 탈북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탈북학생의 23.7%가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호소했고, '학습·학업 지원'(57.2%)을 가장 받고 싶은 지원 1순위로 선택했습니다.
■ 탈북학생 10명 중 7명 제3국 출생…"맞춤형·선순환형 교육 지원 필요"
탈북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는 배경에는 질병, 장기 결석, 가사, 부적응, 해외 출국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학생들이 입국 후에 겪는 언어 장벽이 원활한 교육 기회를 박탈하고 정체성 혼란 등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으로 보입니다. 최근 5년간 출생국별 재학 현황을 보면, 북한에서 태어난 학생들의 비율은 계속 감소해 역대 최저인 30.8%로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중국 등 제3국에서 태어난 비율은 점점 늘어 2022년 기준 70%에 육박했습니다.
[출생국별 탈북학생 수 변화 <그래픽(CG)=TBS>]
탈북민의 상당수는 국내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곧장 남한으로 오지 못하고 중국이나 동남아 같은 제3국을 거칩니다. 수년간 타국에서 은신해 살다가 입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탈북학생들에게 중국어가 한국어보다 더 편한 이유입니다.
TBS가 만난 전문가들은 탈북학생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려면 학교생활을 버텨야 한다며, 원만한 학교생활을 하기 위해 기초학력 함양과 맞춤형 진로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초중등남북교육연구회장이자 서울신곡초등학교장을 맡고 있는 김기순 선생님은 "최근에는 순수 탈북보다 제3국을 경유해 들어오는 학생들이 많아 자기들끼리 대화할 때 중국어를 쓰는 친구들이 많다"면서 "언어 문제는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과 가치관의 차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접근해 언어 교육과 학습 의욕을 일깨우고, 정서적 안정을 바탕으로 한 진로 방향성, 인생 가치를 잡아주는 선순환형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은 "탈북학생들은 교육 공백 기간, 개인 특성, 가정환경 등에 따라 학습 수준과 적응 양상이 천양지차"라며 "탈북학생의 특수성을 고려한 학습·학업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전국 시도 중에 탈북학생 수가 많은 서울시가 관련 교육 지원 제도를 비교적 잘 마련하고 있다"면서도 "청소년과 탈북학생의 인정 연령과 학교 밖 청소년의 인정 범위 확대, 서울형 대안학교에 대한 유연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취재기자: 국윤진
그래픽(CG): 강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