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최고 30년' 장기방치 공사중단 건축물, 왜 철거 못 할까? [여긴 왜!]

이강훈 기자

ygh83@tbs.seoul.kr

2023-05-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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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건물을 짓다 중단된 상태로 20년 이상 장기 방치된 공사장이 전국에 무려 100곳이나 됩니다.

    수도권에도 20곳이 넘는데, 자칫 붕괴될 위험이 있고 범죄 장소로 활용될 우려도 있는데, 철거가 추진되는 곳은 거의 찾기 어렵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강훈 기자의 '여긴 왜'입니다.

    【 기자 】

    이곳은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의 한 건물 공사장입니다. 


    사실 공사장이라고 표현하기도 좀 그런 게, 공사가 중단된 지 무려 29년이나 됐습니다. 


    풍광이 아름다운 북한강변의 상업시설이 될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공포감 마저 자아내는 흉물로 오랜 세월 방치돼 있습니다.

    마치 폭격을 맞은 듯한 건물 상태.

    벽체는 무너져 내렸고, 녹슨 철근이 날카롭게 노출돼 있습니다.

    버려진 건축 자재는 곳곳에 나뒹굽니다.

    공사장은 이렇게 펜스를 치고 자물쇠도 채워 외부인의 출입을 막아놓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건물 안쪽을 들여다보면 벽면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 이미 외부인들의 출입에 노출돼온 걸로 보입니다.”

    주민들 입장에선 지역의 경관이 훼손되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 인터뷰 】 지역주민 / 남양주시 화도읍
    “지나가는 분들이 보면 흉가 같이 돼있어서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찌됐건 정리가 되는 게 좋죠.”

    이곳은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의 한 아파트 공사장.

    짓다 만 아파트 9개동이 한낮에도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뿜어냅니다.

    어두컴컴한 건물내부, 벗겨진 외벽도색이 마치 '유령 건물'을 연상케 합니다.

    공사는 지난 2000년 시작됐는데 45% 가량 진행된 뒤 시공사 부도로 멈췄습니다.

    용인시는 결국 지난 2010년 이 아파트에 대해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고, 13년이 지나도록 이러한 상태로 방치돼 있습니다.”

    【 인터뷰 】 지역주민 / 용인시 고림동
    “입주해서 사람이 살면 좋죠. 건물도 아깝고요. 흉물이죠, 흉물. 누가 들어와서 살면 얼마나 좋겠어요.”

    이처럼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2년 이상 방치된 건축물 공사장은 수도권에 모두 57곳.

    지난해 12월 집계 기준 서울에 12곳, 경기에 34곳, 인천 11곳이 있습니다.

    공사 중단 기간은 서울이 평균 12년 6개월, 경기도가 평균 17년 10개월에 이릅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20년 이상 방치된 건물이 20곳, 안전등급이 D・E 등급 상태로 사실상 철거가 필요한 곳도 5곳이나 됩니다.

    공사 중단 사유는 '시공사 부도'를 포함해 85%가 '자금 부족'으로 파악됐습니다.

    정부는 이런 현장들에 대해 3년 단위로 실태조사를 벌여 정비계획을 세우고, 특히 안전우려나 도시미관 훼손이 심각한 곳은 시장・ 군수가 철거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로 철거 명령을 내린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24년 방치된 경기 안양역 앞 대형빌딩, 14년 방치된 서울 신림역 앞 상업빌딩이 최근 철거된 사례가 있지만, 이는 민간사업자가 사업계획을 변경해 철거에 나선 경우로, 매우 드문 일입니다.

    【 인터뷰 】 경기도 건축디자인과 관계자
    “재산 자체가 민간시설이기 때문에 이것을 행정기관에서 강제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하는 것은 좀 조심스러운 거죠. 법적인 근거도 명확하게 없는 것이고, 사유재산인데 재산자치권이 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더욱이 상당수 현장은 건축주와 토지주・시행사・시공사 간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합의된 해결책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용인시 공사중단 아파트의 경우에도 9개동 모두 건축주와 토지주가 제각각입니다.

    【 인터뷰 】경기도 건축디자인과 관계자
    “이해관계자가 여러 명이고 채권관계가 복잡하게 되어있어요. 건축주가 돈을 벌어서 다시 공사를 하려해도 채권관계가 복잡하고 소송도 있어서 여러 가지 제한 요인이 있죠.”

    때문에 지자체들이 방치공사장에 대해 취하는 조치는 주로 안전펜스나 안내문 설치를 명령하는 정도에 머무는 현실.

    이런 상황을 주목한 국회는 건물 철거명령 대상의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한 법개정안을 지난달 송기헌 의원 주도로 발의했는데, 향후 효과가 주목됩니다.

    ‘20년 이상’ 공사중단 건물을 ‘붕괴위험건축물’로 규정하고, 시장・ 군수가 우선해 철거를 명하도록 규정한 건데, 과연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에 근거법으로서 힘을 발휘해 줄 수 있을까요?

    TBS 이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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