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이 버거씨병이었다고 밝혀지며 우여곡절 끝에 군을 전역했지만, 한 쪽 발이 불편한 채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58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이창수 어르신은 보상금 한 푼 받지 못했습니다.
군인사법 시행규칙의 심신장애 등급표 상 발가락을 2개 이하 절단하면 11등급을 받게 되는데, 장애보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심신장애등급 9급 이상을 받아야 합니다.
[군 인사법 심신장애 등급표 ] 이창수 어르신처럼 군에서 훈련을 받다가 다쳐 심신장애로 군 전역을 하는 경우 보훈청에 국가 유공자나 보훈대상자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와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신체검사에서 상이등급이 1~7급을 받으면 대상자로 지정합니다.
하지만 이창수 어르신은 이마저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국가유공자 상이 등급표 <CG=TBS> 상이등급표상 7급은 '한 발의 엄지발가락을 포함하여 2개 이상의 발가락 기능을 모두 잃은 사람'으로 규정하는데, 절단된 발가락이 두번째와 가운데 발가락이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이창수/부상제대군인
"상이 군인으로 인정 못 받았죠. 그래서 억울해서 여기 신청을 했죠. 그랬는데 등외. 2000년대 신청을 했는데 안 된다 그래서 이제 포기해버렸는데.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지금 법이 바뀌었으니까 한 번 더 신청을 해보시오. 그러더라고 그래서 2019년 몇 월 달인가 신청을 다시 했죠. 다시 했는데 역시 등외가 나온 거예요."
1964년 복무했던 이창수 이병이 겪은 불합리한 사례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도 인터넷 커뮤니티 글입니다.
[크레모아 격발기 폭발 절단 사고 ] 군에서 크레모아 격발기가 폭발해 검지 손가락 한마디가 잘렸는데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이 같은 사례를 방지하고자 군에서 다칠 경우 보상 기준을 더 세분화하자는 내용의 군인 재해보상법 일부 개정안이 다음해 발의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 ]
【 인터뷰 】전용기 / 더불어민주당 의원
"군대에 가서 훈련 중에 손가락이 잘린다거나 발가락이 잘린다거나 허리를 다쳐서 굉장히 큰 문제가 생긴다거나 희귀질환이 갑자기 걸리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런 측면에서는 당연히 국가에 헌신을 하다가 다쳤을 때에는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야 된다라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사실 군 재해보상법은 만들어진 지도 얼마 안 되었던 거라서 굉장히 촘촘하지 못한 상황이고 장애 등급 분류도 굉장히 세부화되어 있지 못합니다."
문턱이 높은 현행 심신장애 등급표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장해등급 기준으로 바꾸자는 내용이 골자이지만, 국방부는 예산 부담이 크다며 난색을 표시해 개정안은 3년째 소관 상임위원회에 머물러있습니다.
▶▶ 리포트 영상에 못 담은 상세한 내용, Q&A로 정리했습니다.
Q.군대에서 다치는 군인들의 수는 얼마나 되나요?
A.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2020년 병무청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6년간 군에서 의병 제대한 군인 수는 10,58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의병 제대는 군에서 질병이나 부상, 심신장애로 군 복무를 할 수 없어 제대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같은 기간 심신장애 등급이 인정돼 장애 보상금을 받은 의병 제대 군인수는 6,820명으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제대 여부를 판정하는 신체 등급에서 의병 제대 기준이 미달하면 군 복무를 마쳐야 하고, 부상이 있더라도 회복한 뒤 본인의 희망으로 계속 복무한 인원도 있어 부상 군인의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Q. 통계에서도 다친 군인의 수와 장애보상금을 받은 수가 일치하지 않는데, 보상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인가요?
A. 군 복무 중 질병이나 부상 등이 있다면 장애보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장애의 등급이 10~11등급에 해당하면 보상에서 제외됩니다.
아울러 장애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등급이라 하더라도 일반 장애의 경우 병사에게는 장애보상금이 지급되지만 병사가 아닌 부사관 이상의 간부는 일반 장애에 대한 보상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는 복무 기간 동안 군에서 치료를 받기 때문에 보상금 지급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장애 등급 요건에 미치지 못해 보상을 못받는 경우도 있지만, 해당 군부대로부터 지원이나 안내를 받지 못해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제대하는 경우 장애등급 판정을 위한 의무조사와 함께 안내가 이뤄지지만, 군 병원이 아닌 민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제대를 판정받게 되는 경우 보상 제도 안내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많았습니다.
Q. 부상 군인들은 보상 제도가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데, 도움이 되고 있나요?
A.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는데 한 해 동안 267명의 부상 제대 군인이 다녀갔습니다.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상담센터]
【 인터뷰 】이주은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센터 운영실장
"저희는 군 복무 중에 부상을 당하고 전역한 분들을 주로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고요.
첫 번째로는 그분들이 군 복무 중에 다친 부상을 제대로 보상받으실 수 있도록 법률 지원을 해드리고요.
두 번째로는 사고 혹은 군 생활로 인한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심리 지원을 해드리고 마지막으로는 이제 부상 제대 군인들이 다시 사회로 잘 복귀하실 수 있도록 취업 지원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특히 방문한 사례자들 가운데 부상 후 제대했지만, 자신이 보훈 대상에 해당하는지 아예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일부 상담자들의 경우 자신의 부상이나 질병이 훈련 등 공무상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소속 부대에서 기재한 기록과 다른 사례도 있었습니다.
Q. 청년부상제대군인센터에서 법률적인 문제나 보훈 등록과 관련된 상담 등이 주로 이뤄지지만, 센터에 방문하는 상당수는 우리 사회가 군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많은 아쉬움을 토로한다고요?
A. 이주은 운영실장은 처음 상담센터를 개소했을 때만 해도 금전적인 보상에 대한 문의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부상 군인들 대다수는 자신이 젊은 시절 청춘을 바쳐 나라를 지켰다는 명예를 인정받고 싶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미국의 경우 군인에 대한 사회적 예우나 인식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하지만 한국의 경우 부상 군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헌신보다는 배려에 머무는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주은 운영실장은 이러한 사회적 인식의 차이를 방미 행사에 참여했다가 우연히 느끼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주은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지원센터 운영실장 ] 【 인터뷰 】이주은 /서울시 청년부상제대군인센터 운영실장
"제가 지뢰를 밟고 다친 지 4년이 지났는데요. 저를 봐주시는 분들도 그랬고 제가 지금 부상 제대군인 지원 사업을 하면서 많은 복무 중 다치신 분들을 만났을 때도 그랬는데, 나라를 지켜줘서 고맙다라는 감정보다는 다쳐서 안타깝다라는 시선으로 봤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대표님이 한번 안아봐도 되겠냐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나라를 지켜줘서 고맙다라고 말씀을 해 주셨는데, 처음으로 내가 나라를 지키다 다쳤구나 굉장히 의미 있는 희생이었구나라고 그것을 이제 가슴으로 느끼고 왔던 것 같아요."
군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밑 바탕에 깔려있어야 부상 군인의 보상을 위한 법안 개정에도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가 군인 개개인에게 군 복무라는 의무를 강조한다면 국가도 복무하는 장병들의 안전을 적극적으로 책임질 의무가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