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는 1970년대에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출신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했는데요.
그 결과, 도우미를 도입한 1978년부터 2006년까지 0~5세 자녀를 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10~14%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이 높았던 90년대까지는 대졸 여성들에게 효과가 집중됐다면, 도우미의 임금이 30~40%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고졸 여성들의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있는 홍콩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유급당할 확률이 약 3~4% 감소하는 등 아이들 학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전문가 얘기 들어보시겠습니다.
【 현장음 】김현철 /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정책학과 교수
"(홍콩에) 처음에 많이 도입이 안 됐잖아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7만 명이었을 때는 3~4%p 노동시장 참여율이 올랐는데요. 90년대에 이르러 7%p, 12%p, 11%p, 12%p 상승했습니다. (홍콩) 대졸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45%에서 65%, 70%가 된 겁니다. 세상에 어떤 제도가 이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까. 한번 가져와 보십시오."
Q4.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과 자녀들에게 미친 효과도 효과이지만, 출산율이 중요하잖아요. 출산율 증가에는 좀 영향이 있었나요?
A4. 아마 모두가 다 궁금해하시는 부분일 텐데요.
지난해 홍콩의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한국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출산율에는 사회 변화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순히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여부와의 인과관계가 아직 충분히 증명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증가에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들이 최근 속속 발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Q5.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출산율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국내 여건에 맞게 잘 적용되면 좋겠는데요.
가장 중요한 게 비용일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30대 여성의 평균 중위소득이 270~320만 원 정도라면, 적어도 100만 원 정도는 돼야 고려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A5. 그렇습니다.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월급이 100만 원대로 책정돼야 중위소득층도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홍콩에서는 가사도우미가 가정에 입주하는 형태로 월 60~80만 원 수준의 순수입을 받고 있는데요.
국제적으로 형성돼 있는 소위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장, 즉 송출 국가라고 하죠. 필리핀이나 미얀마, 스리랑카 등에서는 순수 임금으로 70~100만 원 선이면 한국에 와서 가사도우미를 하려는 노동자들이 충분히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Q6. 가격이 낮아지면 물론 고용하는, 즉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어쨌든 외국인 노동자도 노동자 아닙니까.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A6. 네,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현재 큰 쟁점입니다.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외국인 가사도우미 월급이 약 230~240만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결국 고소득층이나 일부 맞벌이 부부만 쓸 수 있는, 이른바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3월 가사근로자법 개정안도 발의됐습니다.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최저임금 적용이 제외되는 '가사사용인'으로 보는 게 골자인데요.
한국에서 가사도우미라고 불리는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가사근로자'와 '가사사용인'으로 나뉘는데요.
가사근로자는 최저임금법 등 노동법 적용을 받지만, 가사사용인은 최저임금법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개정안은 이런 부분에 착안해서 제안된 건데요. 하지만 '외국인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 국제법에 저촉될 소지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Q7. 또한 가사 노동 현장이 사적 공간이다 보니,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 현대판 노예제다'라는 우려의 시선도 있는데요.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할 장치 마련도 동시에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요?
A7. 네, 실제로 지난해 초 홍콩에서는 부부가 공모해 가사도우미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사업주나 사업장 내에서의 폭력, 불법촬영 피해, 임금체불 문제 등에 노출돼 있는데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운영 중인 해외 국가의 경우 고용주에 대한 교육이나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계약규정을 마련하고, 비상신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는, 민간기관이 외국 인력과 고용계약을 맺고 가정은 이 기관과 도급계약을 맺음으로써 민간이 외국 인력 보호와 관리를 책임지는 방식을 도입했는데요.
고용노동부도 가구에서 직접 고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서 고용해 가정으로 보내는 방식이 부당한 대우를 막는 데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8.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저출생을 해결할 궁극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앞서 살펴본 영상에서도 국공립어린이집이나 육아휴직을 더 잘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A8. 네, 그렇습니다. 관계 전문가들도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효과를 보려면, 근로 시간 단축 등의 정책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하는데요.
다양한 수요에 맞는 서비스를 다각화해 현재 공공돌봄서비스 영역에서 커버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민간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관계 전문가들의 얘기 들어보시죠.
【 현장음 】김아름 /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누군가 아이를 봐줄 테니까 아이를 그냥 낳으라고 한다면 그게 받아들여질까요. 가장 중요한 점은 부모의 역할을 강조하는 만큼 아이를 낳았을 때 내가 일도 굉장히 잘할 수 있고 아이와도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제도가 마련되는 것이 가장 시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현장음 】이봉재 / (주)홈스토리생활 부대표
"실제 국내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인 가사·육아도우미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전체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 이 기회에 도입이 됐으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도 앞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출산율 향상의 만능 해법은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장에서 민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앵커 】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이 제도를 통한 긍정적 효과는 무엇일지, 또 부작용이나 사회적으로 초래될 문제들은 없을지 면밀히 따져보고 신중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겠고요.
더불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보다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일지도 함께 고민해야 겠습니다.
오늘 밀착취재T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국윤진 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