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밀착취재T] "싸게 고용" VS "소수 위한 정책"…외국인 가사도우미 실효성은?

국윤진 기자

tbsfact@tbs.seoul.kr

2023-07-27 10:46

프린트 91

  •  
    【 앵커 】
    한국인에게 300만 원을 줘야 하는 일을 외국인이 100만 원 정도만 받고 일한다면, 시청자 여러분은 어떤 분께 일을 맡기시겠습니까?

    올해 하반기부터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시범 사업이 서울에서 추진될 예정입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동력을 들여와서 육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인데,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국윤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VCR▶▶▶▶▶▶▶▶▶▶▶▶▶▶▶▶▶▶▶▶

    두 살배기 남자아이와 만 0세 영아를 키우고 있는 김현경씨.

    육아와 가사를 도와줄 도우미를 구하려고 했지만, 평균 300~400만 원 정도 하는 고용 금액에 부담이 컸습니다.

    【 인터뷰 】김현경 / 서울시 서초구
    "사실 한 사람 임금을 모두 다 이모님을 사용하는 데 사용한다고 봐도 될 정도로 굉장히 부담스러운 금액이고요. 그러느니 그냥 제가 집에서 아이들을 보는 게 훨씬 좋다고 판단해서 저는 결국에는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임금에 더해 근무 태만 등의 문제도 도우미를 고용할 때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 인터뷰 】김현경 / 서울시 서초구
    "예를 들어서 6개월 정도 지난 다음이라도 갑자기 저한테 퇴직금을 요구하신다든가, 아니면 이제 휴가를 조금 더 달라고 하신다든가, 아니면 근무 시간에 TV를 더 많이 보시든가 하는 등…."

    현경씨는 이런 이유들로 인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 제도가 시범 도입되면 적극적으로 고용할 의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 인터뷰 】김현경 / 서울시 서초구
    "동남아에서 오시는 이모님들이 언어적으로도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고 계시고 그리고 임금적인 것도 훨씬 더 조선족 이모님이나 한국인 이모님들에 비해서 부담이 적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분들이 더 많이 오시게 되면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임신 8개월 차인 하세연씨는 출산 후 잠깐의 휴식기를 갖고 다시 일할 생각입니다.

    【 인터뷰 】하세연 / 서울시 강서구
    "저는 지금 도와주실 친정 부모님이나 시댁 부모님들이 없어서 한 3개월 정도 쉬는 시간을 가진 다음에 그 다음부터는 육아도우미 또는 가사도우미를 좀 구해야 되는 상황이에요."

    비용이 비싸더라도 한국인 도우미를 고집하는 건 같은 언어와 문화적 배경에 대한 신뢰감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하세연 / 서울시 강서구
    "영유아를 돌보는 주 양육자로 외국인 도우미를 들이면 그분이 아무리 훌륭하신 분이어도 어쨌든 쓰는 모국어가 달라지잖아요. 그럼 아이한테 혼란스러운 환경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좋은 분을 모시고 싶잖아요 그래도. 그러면 그런 분들을 선별하는 데 있어서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세연씨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보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육아휴직 연장 등 기존 제도를 더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하세연 / 서울시 강서구
    "도우미를 수입해서 들여오는 게 어떤 저출산의 대책이 될 거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그리고 필리핀 도우미를 쓸 수 있는 사람들도 소수일 것 같고 그런 분을 원하시는 분들도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오히려 소수를 위한 정책이 되지 않을까…"
    ▶▶▶▶▶▶▶▶▶▶▶▶▶▶▶▶▶▶▶▶▶▶▶

      
    Q1. 해당 내용을 취재한 국윤진 기자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국 기자, 영상에서 본 것처럼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을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일단 이 제도에 대해서 좀 자세히 알아보면 좋겠는데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나온 거죠?

    A1. 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치를 갱신하며 '소멸 국가'라는 오명을 얻고 있습니다.

    그중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저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저출생 해결 대책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9월 오 시장이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가사 인력 도입을 공식적으로 제안했고, 현재 고용노동부와 협의 중에 있는데요.

    정부와 서울시는 다음 달 시범 사업 계획안을 확정하고, 10월부터 서울에서 100~200가구를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Q2. 이미 한국인 가사도우미가 활동하고 있지 않습니까,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고려하게 된 배경이 있을까요?

    A2. 현재 아이를 돌보며 살림을 돕는 가사도우미, 이른바 '시터 이모님'을 주5일 전일제로 고용할 경우 매달 300~350만 원, 입주식으로 고용하면 400만 원가량 듭니다.

    맞벌이 가구가 가사도우미를 고용한다면 과연 얼마가 필요할까요?


    30대 여성의 평균 중위소득이 270~320만 원 정도이고요. 지난해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소득이 약 761만 원이었는데, 종일 육아나 가사를 전담할 인력을 고용하려면 가구소득의 3분의 1에서 절반 가까이 든다고 볼 수 있는데요.

    결국 맞벌이를 포기하는 가구가 생기는데 일을 그만두는 쪽은 주로 여성들이죠. 2022년 여성가족부 조사를 살펴보겠습니다. 25~54세 여성 조사 대상자의 42.6%가 경력 단절을 경험했는데, 평균 연령 29세에 경력 단절이 발생했고요. 다시 일자리를 얻기까지 평균적으로 8.9년이 걸렸습니다.


    또 새로 얻은 일자리의 질은 이전보다 떨어졌는데요. 월평균 임금 격차를 살펴보면, 경력 단절 전에는 253만 7,000원을 받았지만 경력 단절 후 재취업시 214만 3,000원으로 월급이 약 40만 원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한국인이나 조선족 도우미를 쓰는 데 비용도 많이 들고 또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두는 여성 비율이 높다 보니, 서울시와 정부가 보다 적은 비용으로 쓸 수 있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통해서 양육과 가사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고요.

    나아가 사회가 고령화되고 있는 만큼 외국인 노인돌봄 서비스 인력, 외국 인재 유입 등 이민 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오세훈 시장의 발언 들어보시죠.

    【 현장음 】오세훈 / 서울시장
    "부모님들의 실질적인 양육 부담을 완화하고 아이 돌봄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입니다. 외국인 가사·육아 인력 도입 검토가 갖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는 우리가 곧 당면하게 될 이민 사회와 외국 인력 활용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를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Q3.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우리가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면 좋을 텐데요.

    실제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먼저 도입한 나라들의 상황이 궁금합니다.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나요?


    A3. 네, 홍콩의 사례를 짚어볼 수 있습니다.  

    홍콩 정부는 1970년대에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출신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했는데요.


    그 결과, 도우미를 도입한 1978년부터 2006년까지 0~5세 자녀를 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10~14%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이 높았던 90년대까지는 대졸 여성들에게 효과가 집중됐다면, 도우미의 임금이 30~40%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고졸 여성들의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있는 홍콩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유급당할 확률이 약 3~4% 감소하는 등 아이들 학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전문가 얘기 들어보시겠습니다.

    【 현장음 】김현철 /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정책학과 교수
    "(홍콩에) 처음에 많이 도입이 안 됐잖아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7만 명이었을 때는 3~4%p 노동시장 참여율이 올랐는데요. 90년대에 이르러 7%p, 12%p, 11%p, 12%p 상승했습니다. (홍콩) 대졸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45%에서 65%, 70%가 된 겁니다. 세상에 어떤 제도가 이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까. 한번 가져와 보십시오."

     
    Q4.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과 자녀들에게 미친 효과도 효과이지만, 출산율이 중요하잖아요. 출산율 증가에는 좀 영향이 있었나요?

    A4. 아마 모두가 다 궁금해하시는 부분일 텐데요.

    지난해 홍콩의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한국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출산율에는 사회 변화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순히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여부와의 인과관계가 아직 충분히 증명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증가에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들이 최근 속속 발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Q5.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출산율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국내 여건에 맞게 잘 적용되면 좋겠는데요.

    가장 중요한 게 비용일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30대 여성의 평균 중위소득이 270~320만 원 정도라면, 적어도 100만 원 정도는 돼야 고려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A5. 그렇습니다.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월급이 100만 원대로 책정돼야 중위소득층도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홍콩에서는 가사도우미가 가정에 입주하는 형태로 월 60~80만 원 수준의 순수입을 받고 있는데요.

    국제적으로 형성돼 있는 소위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장, 즉 송출 국가라고 하죠. 필리핀이나 미얀마, 스리랑카 등에서는 순수 임금으로 70~100만 원 선이면 한국에 와서 가사도우미를 하려는 노동자들이 충분히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Q6. 가격이 낮아지면 물론 고용하는, 즉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어쨌든 외국인 노동자도 노동자 아닙니까.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A6. 네,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현재 큰 쟁점입니다.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외국인 가사도우미 월급이 약 230~240만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결국 고소득층이나 일부 맞벌이 부부만 쓸 수 있는, 이른바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3월 가사근로자법 개정안도 발의됐습니다.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최저임금 적용이 제외되는 '가사사용인'으로 보는 게 골자인데요.

    한국에서 가사도우미라고 불리는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가사근로자'와 '가사사용인'으로 나뉘는데요.

    가사근로자는 최저임금법 등 노동법 적용을 받지만, 가사사용인은 최저임금법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개정안은 이런 부분에 착안해서 제안된 건데요. 하지만 '외국인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 국제법에 저촉될 소지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Q7. 또한 가사 노동 현장이 사적 공간이다 보니,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 현대판 노예제다'라는 우려의 시선도 있는데요.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할 장치 마련도 동시에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요?

    A7. 네, 실제로 지난해 초 홍콩에서는 부부가 공모해 가사도우미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사업주나 사업장 내에서의 폭력, 불법촬영 피해, 임금체불 문제 등에 노출돼 있는데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운영 중인 해외 국가의 경우 고용주에 대한 교육이나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계약규정을 마련하고, 비상신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는, 민간기관이 외국 인력과 고용계약을 맺고 가정은 이 기관과 도급계약을 맺음으로써 민간이 외국 인력 보호와 관리를 책임지는 방식을 도입했는데요.

    고용노동부도 가구에서 직접 고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서 고용해 가정으로 보내는 방식이 부당한 대우를 막는 데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8.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저출생을 해결할 궁극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앞서 살펴본 영상에서도 국공립어린이집이나 육아휴직을 더 잘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A8. 네, 그렇습니다. 관계 전문가들도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효과를 보려면, 근로 시간 단축 등의 정책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하는데요.

    다양한 수요에 맞는 서비스를 다각화해 현재 공공돌봄서비스 영역에서 커버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민간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관계 전문가들의 얘기 들어보시죠.

    【 현장음 】김아름 /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누군가 아이를 봐줄 테니까 아이를 그냥 낳으라고 한다면 그게 받아들여질까요. 가장 중요한 점은 부모의 역할을 강조하는 만큼 아이를 낳았을 때 내가 일도 굉장히 잘할 수 있고 아이와도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제도가 마련되는 것이 가장 시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현장음 】이봉재 / (주)홈스토리생활 부대표
    "실제 국내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인 가사·육아도우미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전체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 이 기회에 도입이 됐으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도 앞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출산율 향상의 만능 해법은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장에서 민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앵커 】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이 제도를 통한 긍정적 효과는 무엇일지, 또 부작용이나 사회적으로 초래될 문제들은 없을지 면밀히 따져보고 신중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겠고요.

    더불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보다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일지도 함께 고민해야 겠습니다.

    오늘 밀착취재T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국윤진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제공 tbs3@naver.com / copyrightⓒ tbs.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91 카카오톡 페이스북 링크

더 많은 기사 보기

개인정보처리방침  l  영상정보처리기기방침  l  사이버 감사실  l  저작권 정책  l  광고 • 협찬단가표  l  시청자 위원회  l  정보공개

03909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 31 S-PLEX CENTER | 문의전화 : 02-311-5114(ARS)
Copyright © Since 2020 Seoul Media Foundation TB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