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채수근 상병 안장식 <사진=연합뉴스>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고를 조사하다가 보직해임된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사건 발생 초기 윤석열 대통령께서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셨고, 저는 대통령의 지시를 적극 수명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대령은 오늘(9일) 변호인 김경호 변호사를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수사 결과 사단장 등 혐의자 8명의 업무상 과실을 확인했고,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내용을 해병대 사령관·해군참모총장·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또 "국방부 장관 보고 이후 경찰에 사건을 이첩할 때까지 저는 그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 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며 "다만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개인 의견과 (국방부) 차관의 문자 내용만 전달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고를 수사함에 있어 법과 양심에 따라 수사하고, 그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는 유가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지난 30년 가까운 해병대 생활을 하면서 군인으로서 명예를 목숨처럼 생각하고 항상 정정당당하게 처신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현재 저는 국방부 검찰단에 '집단항명의 수괴'로 형사 입건돼 있고, 해병대 수사단장에서는 보직해임됐다"며 "앞으로 제게 발생되는 일들에 대해 시종일관 정정당당하게 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 대령은 오는 11일 국방부 검찰단의 2차 조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앞서 김 변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박 대령이 "해병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지휘부에 고개 숙이지 않았다. 법과 원칙에 따라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박 대령은 "경찰에 이첩할 자료를 수정해버리면 유족부터 반발할 것"이라며 "그러면 모든 비난이 해병대를 향할 텐데, 그런 해병대를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고 김 변호사는 덧붙였습니다.
군은 지난 2일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넘기지 말라는 명령을 어기고 사건을 이첩한 박 대령을 보직해임하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박 대령에게 사건 이첩 보류 명령을 통보한 사람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라고 김 변호사는 전했습니다.
유 법무관리관은 박 대령과 5차례 이상 통화하면서 '최초 보고서에서 죄명을 빼라, 혐의자 및 혐의사실을 빼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자료에는 채 상병이 소속된 해병대 1사단 임성근 사단장 등 8명에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습니다.
김 변호사는 박 대령이 유 법무관리관에게 "수사 결과 사단장 등에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것을 유가족에게 이미 설명했는데, 이제 와서 사단장 등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는 것이 문제 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고 전했습니다.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 대령을 수사하는 국방부 검찰단은 직권남용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 언론은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임성근) 사단장은 빼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국방부는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신 차관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고와 관련한 문자를 보낸 적이 없음은 물론이고, 특정인을 언급한 바 없다"며 정정보도 요청과 함께 법적 절차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했다는 논란이 커지자 해병대 수사담당자와 언론에 법적 대응을 통해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