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신길10구역 남서울아파트 <사진=TBS>
재건축 사업을 위해 입주민 퇴거가 이뤄진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 남서울아파트의 철거 조치가 지연돼, 내년까지 장기간 '유령아파트' 상태로 방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아파트 상가 점포에서 영업을 이어온 세입자 상인 가운데 일부가 '손실 보상'을 요구하며 퇴거를 거부하고 있고, 소송전까지 이어져 철거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입니다.
이 아파트 재건축 조합인 '신길10재정비촉진구역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23일 TBS와의 통화에서 "이주가 완료되지 않으면 철거를 할 수 없고, 착공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면서 "상가 세입자들이 계속 이주를 하지 않을 경우 아파트 철거가 내년으로 넘어간다고 봐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974년 준공된 남서울아파트는 재건축 사업을 위해 신길10구역으로 지정된 뒤 지난해 11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올 4월 입주민과 상가 세입자를 상대로 '이주 공고'가 내려졌습니다.
조합 측에 따르면 아파트 13개동, 518세대 입주민이 모두 퇴거를 마쳤지만, 전체 40여 개 상가 점포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점포에 영업 집기를 그대로 두거나 계속 영업을 이어가며 퇴거를 미루고 있습니다.
이들 점포에는 '임차인 손실 보상을 즉각 실시해 생존권을 보장하라', '세입자 손실 보상 없는 관리처분계획은 무효다' 등의 문구가 적힌 붉은색 현수막이 일제히 내걸린 상태입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10구역 남서울아파트 상가 <사진=TBS>
기자가 만난 한 상점 주인은 "지난 18년간 세입자 신분으로 상점을 운영해왔는데 조금의 손실 보상도 없이 나가라고 해, 다른 세입자들과 함께 법원을 상대로 이 구역 관리처분인가 무효소송을 냈고, 오는 27일 재판이 열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업자 측에서는 내년 3월에 펜스를 치고 철거를 시작할 계획이라는데, 만약 재판이 2심, 3심까지 갈 경우 내년 말까지 시간이 더 지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TBS와의 통화에서 "상가 세입자들의 요구와 달리 재건축 사업은 법적으로 세입자에 대한 손실 보상 의무가 없다"면서 "수십 억원 규모의 보상을 조합이 임의로 결정할 수 없고, 총회를 통해 조합원 결의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 그럴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건축물 철거 관련 인허가 기간이 예전보다 길어졌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철거가 내년으로 넘어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구역 재건축 사업시행사인 한국토지신탁은 현재 퇴거를 거부하는 세입자들을 강제로 내보낼 수 있는 효력의 '명도소송'을 낸 상태입니다.
또, 세입자들이 상가 점포를 무단 점유하고 영업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보고,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도 냈습니다.
영등포구청 민간재정비팀 관계자는 23일 TBS와의 통화에서 "구청에서 현 상황을 직접 챙기기 보다는 재건축 사업주체가 세입자들을 빨리 이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올해 안으로 이주가 완료되면 좋겠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