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짧은 시간 쏟아지는 '극한호우', 동남아 스콜보다 무섭다

조주연 기자

piseek@tbs.seoul.kr

2024-07-1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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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매년 찾아오는 장마인데, 빗줄기가 더 거세진 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 특정 지역에 많은 양의 비가 퍼붓는 '극한호우'가 늘어났기 때문인데요, 동남아시아의 스콜과 비슷한 것 같지만 또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극한호우. 원인은 무엇이고, 그에 대한 대비책은 잘 되어있는지 조주연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기자 】
    지난 2022년 8월, 시간당 141.5㎜에 달하는 폭우에 서울 한강 이남 지역이 물에 잠겼습니다.

    지난 2023년 여름 장마, 남부지방에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51년 만에 가장 많은 장맛비가 내렸습니다.

    올해 7월 10일, 전북 군산에 1시간 만에 연 강수량의 10%에 달하는, 500년에 한 번 내릴 수준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기록적인', '전례 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늘어난 폭우.

    기후변화의 일환입니다.

    【 인터뷰 】정창삼 / 인덕대학교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
    "지구 온난화에 의해서 평균 기온이 1도씩 오를 때마다 대기 중에 평균 수증기의 비율이 7% 증가합니다. 이런 수증기의 증가는 결국은 너무 많은 비와 너무 적은 비를 반복적으로 발생시킵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SSP)를 보면, 오는 2041∼2060년 우리나라 연 강수량은 현재보다 6~7% 늘지만, 비가 내리는 날은 8∼1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더 많은 비가 더 짧은 시간 동안 쏟아진다는 건데, 그러다 보니 평균 강수 강도는 지금보다 16∼20% 증가할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합니다.

    '극한호우'라는 개념도 지난해 도입됐습니다.

    '강하고 좁은 지역에 많이 내리는 비', 수치상으로 보면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mm 이상, 3시간 누적 강수량 90mm 이상인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거나 1시간 누적 강수량이 72mm 이상인 경우를 뜻합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강우 형태가 바뀐 것이다 보니, 극한호우를 동남아시아의 스콜과 비교하는 경우도 있는데, 스콜과는 또 다릅니다.

    【 인터뷰 】박상훈 / 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
    "스콜은 소나기처럼 잠시 비가 내리고, 주기적으로 오후 타임에 내리고 마는 거지만, 지금 우리나라에 내리는 '극한 호우'라고 하는 집중호우의 특징은 굉장히 좁은 지역에 단시간 내에 시간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1500~1800㎜ 정도가 1년에 내려야 될 양인데 1시간에 150㎜ 내렸다고 하면…."

    오히려 매번 일정한 시간에 내리는 스콜보다 예측하기도, 대비하기도 훨씬 어렵습니다.

    【 인터뷰 】박상훈 / 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
    "일정한 주기성이 있으면, 그리고 양이 많지 않으면 저희가 예측하기 비교적 쉽습니다. 근데 시간적으로도 워낙 짧은 시간에, 공간적으로도 워낙 좁은 지역에 나타난다는 말은 관측 장비도, 수치 모델로도, 관측 분석하는 사람도 모두 예측하기 힘들어지거든요."

    강우 패턴이 변화하면, 대책도 변화해야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구조적 대책은 빗물저류배수시설, 일명 대심도 빗물 터널입니다.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아주 큰 물탱크라고 보면 되는데, 비가 오면 최대 몇십만 톤의 빗물을 모아뒀다가 하천으로 흘러가게 하기 때문에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서울에는 양천구에 '신월 대심도 빗물 터널'이 지름 10m 규모로 설치돼 운영 중이고, 도림천, 광화문, 강남역 일대, 총 3곳에 올해 말부터 빗물 터널 공사가 시작됩니다.

    【 현장음 】오세훈 / 서울시장 (KBS 일요진단 라이브 2024.07.07)
    "양천구 쪽에는 비가 그동안에 몇 번 많이 왔는데 다 무사했거든요. 그래서 검증이 된 걸로 보고 현재 강남구와 광화문, 도림천, 이 세 군데는 올해 말에 착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대심도 빗물 터널만 믿고 있을 순 없습니다.

    【 인터뷰 】정창삼 / 인덕대학교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
    "대심도 빗물 저류 터널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거기와 연결되어 있는 하수관로라든가 이런 것들을 개선 공사를 해야 되는데 굉장히 시간이 많이 걸리죠. 서울시가 특히 어려운 거는 구도심이다 보니까 일반적인 신도시의 하수관로 건설공사보다는 한 2~3배 정도 시간이 많이 걸리죠. 비용도 많이 들고."

    또 아무리 효과가 좋다고 해도, 서울 전역에 빗물 터널을 지을 수는 없고, 당장 올해 말에 공사가 들어가는 3곳도 공사 기간을 고려하면 빨라야 2029년에나 작동할 수 있습니다.

    물막이판도 대표적인 대책 중 하나입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 내 침수 우려가 있는 주택 2만 4,842채 가운데 물막이판이 설치된 곳은 1만 5,259채, 61.4% 정도입니다.

    보급률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많이 보급하는 것 이상의 세심한 기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 인터뷰 】정창삼 / 인덕대학교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
    "물막이판을 설치할 때 어떻게 설치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지표면이 다 높이가 다르잖아요. 작년에 여기가 침수했다 그러면 그 정도 물을 막을 수 있도록 침수 물막이판의 높이를 위험한 구간에 좀 더 높여줘야 되는데, 그냥 똑같은 제품을 획일적으로…."

    기후변화로 비 피해는 점점 늘고, '극한호우'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만들어지는 상황.

    빠르게 늘어나는 피해를 막기 위해선 새로운 대책을 추진함과 동시에, 해당 대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TBS 조주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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