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ON 세계] 세계를 움직인 '젤렌스키 리더십'의 진실

안미연 기자

meeyeon.ahn@seoul.go.kr

2022-04-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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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취재] 안미연, 정혜련, 최형주 기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됐던 우크라이나 전쟁.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우크라이나는 뜻밖의 선전을 하며 전 세계의 응원까지 받고 있다.

    부정부패를 뿌리뽑는 대통령을 '연기한' TV 스타에서 '현실' 대통령, 전시 지도자로.

    【 인서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 우크라이나 대통령
    "월요일은 힘든 날이라고들 하죠. 우리나라에 전쟁이 벌어져서 매일이 월요일입니다."

    【 인서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 우크라이나 대통령
    "나는 여기에 있고, 우리는 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겁니다. 우리의 국가를 지킬 겁니다."

    젤렌스키는 어떻게 코미디언에서 우크라이나의 희망이 되었나?


    안미연 기자:
    러시아의 손쉬운 승리로 끝날 것 같았던 전쟁이 예상과 다르게 장기전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양측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군사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첨단 기술과 전술로 러시아군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눈에 띄는데요.

    정혜련 기자: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보편화한 현 시대에 발발한 대규모 전쟁에서 군사적 대결 못지않게 첨단 '정보 전쟁'의 형태가 두드러진 탓입니다.

    개인이나 조직도 소셜 미디어, 인터넷을 통해 전쟁의 참상이나 정보를 알리는 등 무력을 쓰는 것이 아닌 다른 형태로 '참전'을 하고 있는 셈이죠.

    안미연 기자:
    우크라이나가 정보 전쟁에서는 이미 승리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 '정보 전쟁'에서 빼놓은 수 없는 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활약이겠죠.

    【 인서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 우크라이나 대통령 (2월 25일 러시아 침공 이틀째)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국민의종 당대표가 여기 있습니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여기, 슈미할 총리가 여기, 포돌랴크 대통령 고문이 여기, 대통령은 여기 있습니다."

    【 인서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 우크라이나 대통령 (2월 26일 러시아 침공 3일째)
    "우크라이나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인터넷에는 내가 무기를 내려놓고 대피하라고 했다는 가짜 뉴스가 떠돌고 있습니다. 가짜라는 증거입니다. 저 여기 있습니다."

    안미연 기자:
    충혈된 눈과 면도를 못해 수북해진 턱수염, 카키색 티셔츠 차림의 젤렌스키 대통령이죠.

    정혜련 기자:
    네, 그렇습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 활용은 물론 화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국제 여론을 우크라이나 편으로 이끌고 있죠.

    러시아의 암살 시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또 수만 러시아군이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수도 키이우에 남아 전쟁을 진두지휘하며 '전시 지도자'의 상징이 됐습니다.

    안미연 기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 우크라이나인과 전 세계를 결집시킨 그의 리더십 또한 재평가 받는 계기가 됐죠.

    【 인서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 미국 의회 연설
    "진주만을 기억하십시오. 우리는 매일 진주만과 9·11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 인서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 독일 연방하원 연설
    "숄츠 총리, 저 벽을 허물어 주십시오!"

    【 인서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 영국 하원 연설
    "숲에서, 들판에서, 거리에서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계속 싸울 것입니다."

    【 인서트 】로리 피닌 / 케임브리지대 우크라이나학 교수
    "젤렌스키 대통령만의 리더십 기술이 분명히 보입니다. 이는 다른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던 것이죠. 특별함이 있습니다. 그만이 가진 카리스마가 있는데, 꾸며내거나 억지스러운 것이 아니죠. 진실된 애국심도 갖고 있고요."



    <출처=프랑스 대통령 전속 사진작가 SNS>

    정혜련 기자:
    이건 여담인데요. 얼마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복장으로 집무실에 있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어요.

    안미연 기자:
    갑자기?

    정혜련 기자:
    네, 정말 갑자기요. 평소 정장을 즐겨 입는데 뜬금없이 이런 모습이 공개되면서 '젤렌스키 코스프레'라는 말이 나왔죠.



    【 CG 】올렉시 소로킨 / 키이우 인디펜던트 편집장(트위터)

    "한달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대통령인 에마뉘엘 마크롱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따라할 일이 있을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안미연 기자:
    카키색 티셔츠 하나면 모두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게 된 젤렌스키가 부러웠던 것은 아닐까요?

    정혜련 기자:
    그런데 지금의 '전시 지도자'로 떠오른 젤렌스키는 사실 2019년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까진 정치 이력이 전무한 정치신인이었습니다.

    안미연 기자:
    우크라이나에서 손꼽히는 인기 코미디언이자 배우, 예능인이었던 그의 인생을 바꾼 건 2015년 방송된 '국민의 종'이라는 TV 드라마였죠.

    '국민의 종(Servant of the People)'
    2015년 젤렌스키 제작 / 주연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젤렌스키)이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동영상으로 큰 인기를 얻어 하루아침에 대통령이 되고 나라의 부패를 뿌리 뽑는다는 내용의 정치 풍자극.

    【 '국민의 종' 장면 중 】
    "우리는 두 개자식(bastard) 사이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어! 이 짓을 25년 동안이나 해왔거든. 재밌는 게 뭔지 알아? 이번엔 아무 것도 안 바뀔거야. 너 우리 아빠, 나 전부 다 그놈한테 투표할 거니까! 어차피 그렇게 말할 거잖아. 그 놈이 나쁜 놈이긴 해도 다른 놈보다는 덜 나쁘니까."

    안미연 기자:
    이 드라마는 만연한 부정부패에 염증을 느껴온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는데요.

    정혜련 기자:
    드라마 방영 이후 젤렌스키는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르며 2018년 정계에 진출했고, 이듬해 73%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제6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당시 만든 정당의 이름도 드라마 이름과 같은 '국민의 종'이었죠.

    【 인서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 우크라이나 대통령
    "모든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여러분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모든 옛 소련 국가들에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를 보세요.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안미연 기자:
    당선 당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러시아와의 분쟁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시대적 과제인 '전쟁'과 '부패' 해결은 녹록치 않은 현실이었죠.

    정혜련 기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인 돈바스를 놓고 8년째 분쟁 중에 있는데요.

    젤렌스키 취임 초기 양국이 전쟁 포로를 교환하는 등 진전도 있는듯 했지만 오랜시간 평행선을 달려온 양국의 입장차는 끝내 좁혀지지 않았죠.

    안미연 기자:
    젤렌스키의 거듭된 휴전 요구에도 불구하고 작년(2021년) 초부터 우크라이나 국경에 군사를 모으며 위기감을 고조시켜오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결국 (지난 2월) 침공을 강행했고요.

    전쟁 발발을 두고 젤렌스키의 외교 정책을 문제삼은 일각의 시각도 있었지만, 저희가 이야기를 나눠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계를 오랜시간 지켜봐온 전문가들의 의견은 좀 달랐는데요.

    정혜련 기자:
    우크라이나가 친서방 정책을 추진하고 나토(NATO) 가입의 의지를 구체화하면서 푸틴에게 침공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젤렌스키를 비판하는 것은 그의 앞에 놓여진 외교의 난이도를 볼 때 지나친 감이 있다는 것이죠.


    【 인터뷰 】오리시아 루체비치 / 영국 채텀하우스 우크라이나 포럼 대표
    "(러시아와의) 전쟁은 2014년부터 준비되어온 것입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이후 시작된 전쟁의 연속인데 러시아는 목표 달성에 그간 실패해 왔죠. 러시아는 지속적인 압력을 통해 그들의 목표가 무엇인지 말해왔습니다. 그리고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폭격과 전쟁을 선택한 것이고요."

    정혜련 기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돈바스 지역 분쟁 해결이 최우선 과제였던만큼 위험하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수없이 여러번 해당지역을 찾았다고 젤렌스키를 가까이서 보좌했던 전 대변인은 기억했는데요.


    【 인터뷰 】율리아 멘델 /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대변인

    "대통령은 자신과 병사들과의 연대를 보여주기를 원했습니다. 생명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도 국가의 지도자로서 그들과 함께 할 것임을 몸소 보여주기를 원했죠. 적으로부터 불과 50~80미터 떨어진 최전방까지 들어갔는데 대통령이 자리에서 벗어나자 포격이 시작되기도 했었습니다. 대통령은 병사들이 아닌 이들과 함께 조금 물러났지만 현장을 떠나지는 않았죠."


    안미연 기자:
    또 역대급으로 높은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던만큼 국민들의 기대감이 그만큼 정말 높았다는 말이니 시간이 지나면서 지지율이 하락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수순으로 보이는데, 비판할 여지가 더 큰 것은 젤렌스키의 외교 정책이 아닌 내정이라는 거죠.

    【 인터뷰 】로리 피닌 / 케임브리지대 우크라이나학 교수
    "국가 권력의 지렛대를 움직여야 하는 사람으로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때론 휘청이기도 했습니다. 경솔할 때도 있었고요. 자신에게 충성할 측근과 지인들을 임명하기도 했죠. 내각에 전문성이 부족한 이들인데도 말입니다."

    정혜련 기자:
    또 주목할 점은 젤렌스키가 러시아의 압박과 분쟁을 풀어내는 지도자로서의 역량은 부족했을지 모르지만, 실제 전쟁이 난 후 현재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인데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90%를 넘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응답도 93%에 달했고요.

    【 인터뷰 】오리시아 루체비치 / 영국 채텀하우스 우크라이나 포럼 대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처럼 지도자를 받드는 사인주의 독재 정권이 아닙니다. 훨씬 더 수평적인 사회이고 역피라미드 형태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정치에 있어서 주도층은 소수의 최고위층이 아닌 국민과 사회입니다. 젤렌스키의 행동은 러시아라는 적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수백만 명 우크라이나인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그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고요."

    안미연 기자:
    같은 맥락에서 우크라이나 역사 전문가인 티머시 스나이더 미국 예일대 역사학 교수도 나토 확장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 인서트 】티머시 스나이더 / 미국 예일대 역사학 교수
    "세계는 미국과 러시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그 외에 존재하는 다른 주권국가들과 자신들의 원하는 바를 표현할 권리가 있는 그 국가의 국민들이 있고, 또 그들이 가진 그들만의 외교 정책도 세계의 일부죠."

    정혜련 기자:
    벨라루스처럼 러시아의 꼭두각시가 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서 국민 정서상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는데요.

    국민이 원하는 방향의 정책이나 전쟁이기 때문에 이렇게 전폭적인 지지와 희생도 얻어낼 수 있는 것이겠죠.

    【 인터뷰 】율리아 멘델 /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대변인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는 겁니다.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조국을 사랑합니다. 30년의 역사를 가진 독립 국가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선택이며, 우리는 민주주의를 선택하고 그 안에서 안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지키려는 겁니다. 러시아는 민주주의를 지난 수십 년간 알지도 못하고 있죠."

    안미연 기자:
    타국의 침공으로 전쟁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고통이 어떨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데요.

    기적을 바라며 어두운 시간을 지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용기와 소통의 기술이야말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CG 】티머시 스나이더 / 미국 예일대 역사학 교수(트위터)
    "향후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역사는 끔찍한 침공 상황에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도에 국민과 함께 남는 용기를 보였다는 점을 기억할 겁니다."

    【 인서트 】루크 하딩 / 가디언 선임 국제기자, 우크라이나 특파원
    "이 전쟁의 끝이 무엇이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물리치든혹은 거래 협상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빼앗는 것을 막든젤렌스키의 승리로 끝나든아니면 교착상태로 끝나든, 심지어 그가 적에게 체포되거나 살해당하는 것으로 끝나든젤렌스키는 자신이 국가적 영웅임을 이미 증명해냈습니다."


    【 인서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 유럽연합 의회 연설 (빅토르 셰브첸코 / 통역사)
    "우리는 싸우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우리의 영토와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모든 도시가 외부로부터 단절됐지만 그 누구도 우리의 자유와 국가를 침범해 해를 가할 수 없을 겁니다. 두고보세요. 그 누구도 우리를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우리는 강한 우크라이나인 입니다."

    【 인서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 우크라이나 대통령
    "Life will win over death, light will win over darkness."
    "삶이 죽음을 이길 것이며, 빛이 어둠을 이길 것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TBS #국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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