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ON 세계] 민주주의 훼손한 '대선 불복'…패자는 결국 미국?

안미연 기자

meeyeon.ahn@seoul.go.kr

2020-11-1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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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선거 결과 불복, 역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이런 적은 없었습니다.

    새 대통령의 공식 취임까지 갈 길이 험난한데요.

    그 때까지 남은 일정들과 현재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는 우려들을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 기자 】
    ▶ 안미연 기자 :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미 대선, 궁금증 역시 끝나지 않습니다. <ON 세계>로 보는 미 대선 'Why'.

    이번 시간에는 투표 결과와 상원 주도권의 운명을 가를 조지아주 상황을 살펴봅니다.

    11월 3일 선거 후 CNN을 시작으로 AP통신, NBC, ABC 등 유력 매체들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를 확신한 건 지난 7일이었습니다. 약 2주 전이었죠.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불복 중이고 애리조나,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등의 투표 결과는 최근에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 정혜련 기자 :
    후보 간 표차가 너무 적어 재검표를 해야 했거나
    또는 충분한 개표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선거인단을 추가로 확보하긴 했지만 상황을 뒤바꿀 순 없었는데요.

    이미 펜실베이니아에서 바이든이 승리하면서
    당선을 위한 매직넘버 270을 확보했기 때문이죠.

    ▶ 안미연 기자 :
    아직도 개표가 완료되진 않은 상황이다 보니 정확한 총 투표수는 집계되지 않았는데요.

    120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이 예상되는 이번 미 대선, 투표율 외에도 놀라운 기록들이 많죠?

    ▷ 정혜련 기자 :
    일단, 역대 최고령 대통령 바이든, 최초 여성 흑인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 공화당의 텃밭인 애리조나와 조지아주에서 20여년 만에 일어난 민주당 물결, 그리고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득표수를 기록하고도 1992년 조지 H.W. 부시 대통령 이후 28년 만에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 된 트럼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트럼프는 패배를 쉽게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요. 앞서 일부 지역에서 재검표나 개표 중단 소송을 냈고 "결국 연방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통령 공식 취임까진 이제 두 달 정도 남았는데요.

    소송이 승자 확정을 늦출 순 있겠지만, 결과를 바꾸진 못할 것이라고 언론과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 안미연 기자 :
    그렇다면, 남아있는 미 대선의 주요 일정을 좀 살펴볼까요?

    먼저 12월 8일, 'Safe Harbor Date'로 불리는 일종의 데드라인입니다. 이 때까지 모든 주는 개표 관련 분쟁을 끝내고 선거인단을 확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12월 14일이 또 중요한데요. 각 주의 선거인단이 모여 투표를 하는 날로 여기서 과반수인 270 이상을 득표하면 대통령으로 공식 선출되는 것입니다.

    불복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1차 목표는 어떻게든 이 선거인단을 확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 정혜련 기자 :
    CNN은 트럼프 측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소송을 제기한 이유로 주 정부가 선거인단을 발표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주 의회가 선거인단을 발표하게 하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선거인단 임명권이 주 의회로 넘어가는 경우,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등에서 주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트럼프에게 선거인단을 몰아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 안미연 기자 :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 또한 해당 주에서 조직적인 사기가 있었거나 또는 대량의 불법 표가 나왔다든지 하는 그런 구체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법률 전문가들은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죠.

    ▷ 정혜련 기자 :
    바이든은 현재 총 유권자 투표 수에서도 트럼프를 5백만 표 이상 앞서고 있는데요. 총 유권자 투표수 비율 50.9%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932년 대선에서 전체 투표자의 57.4% 득표를 기록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지금까지 6개 주 판사들은 트럼프 측이 제기한 최소 13건의 소송을 줄기각시켰습니다.

    누구도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바이든은 1월 20일 46대 대통령 취임이 유력한 상황이죠.

    ▶ 안미연 기자 :
    그런데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트럼프의 장·단기 전략과 공화당 인사들의 언행이 심상치 않아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2기 트럼프 행정부로의 순조로운 전환이 있을 것"이라며
    바이든의 당선 자체를 부인했고요.

    선거 결과 부정으로 민주주의 교과서라는 미국 민주주의의 명예가 흔들리는 상황입니다.

    현 상황에 대해 영국 가디언지는 미국의 강경 정치, 냉소적 모금방식, '트럼피언'들의 오기가 위험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베스트셀러 '폭정'의 저자 티머시 스나이더 예일대 역사학 교수는 SNS에 "트럼프가 하려는 것엔 쿠데타라는 이름이 있다"며 "반드시 실패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라고 썼습니다.

    지난 9일 경질된 마크 에스퍼 전 미 국방장관도 경고를 하고 나섰죠.

    자신은 진짜 '예스맨'이 아니고 후임자가 진짜 트럼프의 예스맨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후임자가 진짜 예스맨이라면 신의 가호가 필요하다"고 우려했습니다.

    피 터지는 싸움이 끝난 뒤 깨끗하게 승복 연설을 하는 것은 미국 정치의 오랜 전통이었습니다.

    【 인터뷰 】에릭 스치클러 / 미국 UC 버클리 정치학 교수
    "대선 후보는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그 결과를 공개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은 미국 민주주의의 중심이 되어 왔습니다. "

    법률로 강제되는 부분은 아니지만 민주적 제도의 안정성이나 국민 통합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으로 인식돼 왔고, 그동안은 이를 통해 평화롭게 정권이 이양돼 왔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으로 이 124년 승복 연설 전통이 깨지면서, 품격있게 승복 연설을 한 사례도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 정혜련 기자 :
    트럼프의 불복은 미국 민주주의를 시험대에 올렸을 뿐만 아니라 바이든 당선인이 국가정보국(DNI)에서 기밀 브리핑도 받지 못하게 만들면서, 미 국가안보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는데요.

    【 인서트 】쟈넷 나폴리타노 / (오바마 행정부) 전 미 국토안보장관, 전 애리조나 주지사
    "미국의 국가 정보 태세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가(조 바이든) 정통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빈틈이 없으려면 그가 알아야 할 지난 4년간 새로 만들어진 정보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 인서트 】마이클 처토프 / (부시 행정부) 전 미 국토안보부 장관
    "결론적으로 적들은 정권 이양 시기를 잠재적인 약점의 순간으로 본다는 것이죠. 북한은 이 때 환영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겠죠. 또 중국은 어쩌면 대만에 대해 좀 더 공격적인 자세를 취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두 배로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할 수도 있는 것이죠.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매끄러운 전환이 필요한데, 이는 퇴임하는 정권이 새 정권의 이양 노력에 온전히 협력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날이 갈수록 심각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비협조로 바이든 당선인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바이든은 정권 인수 작업이 늦어질 경우 더 많은 미국인이 사망할 수 있다며 트럼프의 협력을 촉구하고 있죠.

    【 인서트 】조 바이든 / 대통령 당선인
    "백신 개발뿐만 아니라 백신 보급도 '초고속 작전'아래 진행된다고 그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 계획을 실행하려고 1월 20일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그것은 우리를 한 달 반 이상 뒤쳐지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조율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아니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가능한 빨리 해야지요."

    ▶ 안미연 기자 :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미국 대선.

    오랜 전통은 깨지고 민주주의 근간까지 흔들리면서 미국 사회는 지금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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