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ON 세계] 양궁 안산에 쏟아진 비난, 페미니즘 '백래시'인가?

정혜련 기자

hchung02@tbs.seoul.kr

2021-08-0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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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에 오른 안산 선수에게 페미니즘 논란과 함께, 온라인 공간에서 도 넘은 공격이 가해지면서 외신들까지 이 사건을 조명하고 나섰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건데요.

    [ON 세계] 정혜련 기자가 미국 여성운동 분야의 저명한 학자, 클레어 모제스 교수에게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의견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 기자 】
    한국 하계올림픽 역사상 최초 3관왕을 기록하며 도쿄올림픽 최고의 스타가 된 안산 선수.

    하지만 이같은 성취와 상관없이 온라인 공간에서는 무분별한 공격을 받았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짧은 머리와 과거 SNS에 남긴 일부 단어를 문제 삼아 안산 선수를, 남성 혐오자가 아니냐며 근거 없는 댓글들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각국 언론과 기자들이 주목하고 비중있게 다룬 건, 이런 논란이 일어나는 한국 사회의 현상입니다.

    BBC는 "안산 선수가 온라인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서울 주재 특파원 로라 비커는 "한국에서 페미니즘은 금기어(dirty word)가 돼 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페미니스트라는 말은 한국에서 더 급진적인 의미로, 일부는 이를 남성 혐오와 연관 짓는다"고 꼬집었습니다.

    어쩌다 여성 인권 운동인 페미니즘이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부정적인 단어가 됐을까요?

    먼저 '백래시(backlash)' 현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백래시란 사회·정치적 진보적인 변화에 대해, 반발하는 심리나 집단행동을 말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과거 소수자, 흑인, 여성 등 약자가 사회적 평등을 추구하고 정치, 경제적 권리를 행사하려 할 때면 기득권자들은 '역차별'을 거론하며 반발해왔는데요.

    미국에서는 흑인 인권 운동이 확대되자 이에 대한 반발한, 백인들의 '화이트 백래시'가 대표적입니다.

    2017년, #MeToo 운동에는 '미투 백래시'가 일며 젠더 갈등으로 번졌는데요.

    이런 백래시 현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 인터뷰 】클레어 G.모제스 / 미 메릴랜드대학 여성학과 명예교수
    "때로 페미니즘 백래시는 여성들의 지위가 향상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여성학자 모제스 교수는 TBS와의 인터뷰에서 1970년 미국에서 페미니즘이 성과를 올리던 당시를 예로 들며 설명했습니다.

    【 인터뷰 】클레어 G.모제스 / 미 메릴랜드대학 여성학과 명예교수
    "1970년대 미국에서 페미니즘이 큰 인기를 끌었을 때 많은 젊은이들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이라는 슬로건이 나올 정도였죠."

    이후 페미니즘보다 오히려 페미니즘 백래시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고 미국에서 페미니즘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을 넘어 혐오와 폭력으로 변질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꼬집습니다.

    【 인터뷰 】클레어 G.모제스 / 미 메릴랜드대학 여성학과 명예교수
    "반페미니즘, 반인종주의 등 무엇인가에 반대하는 어떤 단어도 그 뜻에 대한 논의 없이 사용된다면 악랄하고 수치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단어의 의미에 대해 정확히 인식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모제스 교수는 미국이 페미니즘 백래시를 극복하고 발전한 데에는 이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을 남겼는데요.

    훌륭한 결과를 안고 귀국한 안산 선수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 또 반복될 수 있는 일 앞에서, 우리 사회는 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ON 세계] 정혜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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