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최연소, 첫 여성총리, 첫 동독출신 총리'
최초라는 이름으로 역사를 새로 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오는 26일 퇴임을 앞두고 있습니다.
16년간 집권했지만, 메르켈 총리는 아직도 독일 국민들에게 높은 지지와 신뢰를 얻고 있는데요.
이를 가능하게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요?
메르켈 총리의 평전을 쓴 작가이자 독일 최대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의 외교정치보도국 국장인 슈테판 코르넬리우스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ON 세계] 최형주 기자입니다.
【 현장음 】리아 (9살) / 독일 주민
"(총리가 되고 싶나요?) 네!"
【 현장음 】맥스 / 독일 주민
"메르켈 총리는 신뢰할 수 있고, 침착함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 현장음 】마리아 루이자 쉴 / 독일 주민
"메르켈 총리 덕분에 독일이 풍요를 누릴 수 있었어요. 그녀는 폭풍 속에서 믿을 수 있는 정신적 지주 같아요. 잘 해왔다고 생각해요."
【 기자 】
2005년부터 독일과 유럽을 이끈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퇴임을 앞두고 있지만, 인기는 식지 않고 있는데요.
지난달 영국 여론조사기관인 'YouGov'의 설문조사에서 메르켈 총리는 세계에서 존경받는 리더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독일 국민이 메르켈 리더십의 핵심으로 꼽는 건 바로 신뢰와 침착함입니다.
1989년 메르켈이 정치에 입문했을 때부터 취재해온 언론인 슈테판 코르넬리우스는 동독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그녀의 신중함의 배경이라고 말합니다.
【 인터뷰 】슈테판 코르넬리우스 / <위기의 시대 메르켈의 시대> 저자,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 외교정치보도국 국장
"앙겔라 메르켈은 독일이 통일되기 전까지 인생의 절반을 철의 장막 뒤 동독에서 보냈죠. 동독에서 목사의 딸로 자라면서 조용히 비밀을 지키고 언제 말하고, 말하지 않아야 하는 지를 배웠죠."
메르켈의 과묵함을 비꼬며 만들어진 '메르켈하다(merkeln)'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졌는데요.
하지만 이런 신중함이 끊임없는 토론, 타협과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메르켈의 힘의 원천입니다.
2006년 유럽연합 예산 분담금 협상, 2010년 유럽 금융위기 때 유로존 붕괴 저지, 2015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공격 중단 등 여러 난제에서 협상을 주도하면서 독일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했다는 평가인데요.
【 인터뷰 】슈테판 코르넬리우스 / <위기의 시대 메르켈의 시대> 저자,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 외교정치보도국 국장
"지난 16년 동안 독일은 유럽연합이 견고해질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했습니다. 메르켈의 가장 큰 업적으로 독일이 모든 유럽 이웃 국가들에 신뢰받고…"
특히 지난 2015년 메르켈 총리는 단기간에 100만 명이 넘는 시리아 등 분쟁 지역의 난민들을 받아들이면서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줍니다.
【 현장음 】앙겔라 메르켈 / 독일 총리 (2015년 8월 기자회견)
"우리는 많은 것을 이뤘고, 할 수 있고, 장애물을 극복해낼 수 있습니다."
난민 정책에 대한 논란은 독일 내부에서 아직 이어지고 있는데요.
【 인터뷰 】슈테판 코르넬리우스 / <위기의 시대 메르켈의 시대> 작가,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의 외교정치보도국 국장
"많은 사람이 메르켈의 가장 큰 실수가 난민 유입을 더 강력하게 반대하지 못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과 유럽 전체에 우익세력이 커지는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앞으로 몇 년 동안 난민 정책에 대해서는 열띤 논쟁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메르켈의 인도주의적 결단은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줬다는 평가입니다.
【 현장음 】렙봐르 아리 / 독일 주민
"외국인들에게는 엄마 같은 존재죠."
그 해, 타임지는 메르켈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고 외신들은 메르켈을 '국제질서의 수호자'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