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팬데믹을 딛고 점차 회복하는 듯했던 세계 경제가, 이번에는 ‘물류 대란’이라는 장벽에 부딪혔습니다.

경기 상황이 나아지며 최근 원자재와 생필품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이걸 운송하는 시스템이 사실상 멈춰버린 건데요.

이렇다 보니 상품 가격은 계속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고, 일각에선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ON 세계] 최형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기자 】
미국의 한 대형마트 진열대가 텅 비어있습니다.

지난해 봄 코로나 사태 초기 때 생필품 대란이 재연되는 듯한데요.

휴지뿐만 아니라 운동화, 세탁기, 자동차부터 반도체 부품까지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 달도 더 남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지금 구매해도 이미 늦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상품을 사겠다는 사람은 줄을 섰는데, 마트 같은 소매점까지 물건이 도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미국 수입 물류의 40%를 차지하는 LA와 롱비치 항구. 수십 척의 화물선이 입항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항만 병목현상의 원인은 코로나 사태로 화물 하역 인력이 30% 가까이 줄었기 때문인데요.

【 인서트 】존 게서트 / 미국 장난감 제조 기업 CEO (CNBC 인터뷰 중)
"제품을 시장에 유통하는 데 물류 문제가 있습니다. 물류사와 운송사가 운송하기를 기다리면서 제품들이 몇 주 동안 트럭에 계속 실려 있어요. 공급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고용입니다. 여러 번의 급여 인상 등으로 인력을 복귀시키려고 하는데 30년이 넘게 일하면서 이렇게 힘든 건 처음이네요."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8월 직장을 그만둔 노동자는 430만 명으로 미 정부가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인데요.

기업들은 치열한 구인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른바 '대퇴사(Great Resignation)'라고 불리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코로나 사태로 현장직 업무를 담당했던 이주노동자 수가 크게 줄어든 데다, 가정에서 아이를 돌봐야만 하는 사람들은 늘었기 때문입니다.

【 인서트 】필리파 던 / TLR 애널리틱스 경제연구소
"남녀 모두 퇴사가 증가하는 걸 보면 더 이상 이런 일 하기 싫어서 그만두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어쩔 수 없이 퇴사하는 거죠. 특히 코로나19가 급증하는 지역에서는 많은 여성이 자녀들을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두고 있죠."

영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데요.

최대 항만인 펠릭스토우항에 처리하지 못한 컨테이너가 쌓이면서, 결국 주변국 항구로 우회해 하역한 다음, 다시 물품을 나눠 영국에 가져오기도 합니다.

최근 원유와 석탄,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것도 이런 글로벌 물류 공급망 적체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는데요.

물류 대란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 인서트 】로드니 러니얀 / 美 퍼듀대 경영학과 교수
"연말이 다가오면서 몇 달 동안 (물류대란) 상황은 더 악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최소 6개월 이상 더 지속될 거라 예상합니다."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운송비와 상품 가격이 동시에 올라가고 다시 글로벌 생산량이 줄어드는 세계 경제의 동시다발적 악재, '퍼펙트 스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실제로 국제통화기금, IMF는 주요 선진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6%에서 5.2%로 낮췄습니다.

【 인서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 IMF 총재
"세계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다만 내년 하반기에는 공급망 병목현상이 해소되면서, 저성장과 물가 상승이 고착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까지는 가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ON 세계] 최형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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