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ON 세계] 전 세계 강타한 '인플레 쇼크'…채무 폭탄이 터진다

최형주 기자

hjchoi20@tbs.seoul.kr

2022-05-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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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세계 곳곳 물가 급등…제2의 '아랍의 봄' 오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촉발된 공급망 대란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전 세계 물가가 폭등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은행이 50년 만의 최대 물가 충격을 경고할 정도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악화하고 있는데요.

    【 현장음 】미국 CBS News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습니다."

    【 현장음 】호주 ABC News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식량과 에너지 등 기본 생활비가 급등하자 세계 곳곳에서는 성난 민심이 들끓고 있습니다.

    【 현장음 】팬테리스 이올다누 / 그리스 시위 참가자
    "모든 것이 다 올랐어요. 전기료, 가스비, 생필품 모두 다 올랐죠. 혼란스럽습니다. 수입은 그만큼 빨리 오르지 않는데…"

    【 현장음 】알레한드로 보다르트 / 아르헨티나 시위 참가자
    "이 나라에서 노동자는 거지나 마찬가지예요. 인플레이션은 월급을 더 많이 갉아먹고 있죠."

    개발도상국의 상황은 더 안 좋습니다.

    개도국 절반 이상의 지난 3, 4월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7%를 넘었고, 베네수엘라와 레바논 경우, 무려 200%를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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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개발도상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3~4월 기준, 전년동월대비 (단위:%)
    베네수엘라 284
    레바논 208
    에티오피아 33.6
    스리랑카 29.8
    가나 15.7
    파키스탄 11.9
    이집트 8.8
    튀니지 7.2
    페루 6.8

    자료:스리랑카 통계청,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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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동남아, 중남미 개도국은 분노한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인도양 섬나라 스리랑카에서는 유혈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주 수익원인 관광 산업에 직격탄을 맞은 스리랑카는 부족해진 외화로 해외 물자 구매에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요.

    이는 식량과 의약품, 에너지 부족 등 최악의 경제난으로 이어졌고, 결국 분노가 폭발한 시민들은 연일 정권 퇴진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 현장음 】스리랑카 시위 참가자
    "고타 (대통령) 퇴진! 고타 (대통령) 퇴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며 스리랑카 정부는 일시적 국가 부도를 선언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는데요.

    스리랑카를 시작으로 파키스탄, 레바논, 이집트, 튀니지, 아르헨티나 등 외채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 줄줄이 디폴트(채무 상환 불이행)를 선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 인서트 】비토르 가스파르 / IMF 재정 담당 국장
    "물가는 이미 작년 말부터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물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죠. 세계 저소득 국가의 60%가 부채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거나 이미 위험 상태에 빠졌습니다."

    자칫 2010년 에너지와 식량 가격 급등에서 촉발됐던 '아랍의 봄'*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아랍의 봄 (Arab Spring)

    2010년 말 튀니지의 한 20대 노점상이 생계난을 호소하며 분신자살한 사건으로 촉발된 북아프리카, 중동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정부 시위


    ▶ 개도국에 더 잔인한 인플레…왜?


    인플레이션은 왜 개도국에 더 혹독한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샨타 데바라잔 박사는 제도와 정책의 차이가 그 이유라고 설명합니다.

    △ 샨타 데바라잔 (Shanta Devarajan)
    - 1954년생 (스리랑카 태생)
    - 前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 조지타운대 국제개발학 교수
    - 스리랑카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

    前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샨타 데바라잔 박사 <사진=TBS>

    【 인터뷰 】샨타 데바라잔 / 前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문제는 물가 상승에 대한 대책입니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19개월 만에 4조 2,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는데요.

    이로 인해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2021년) 동월보다 8.5% 상승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초유의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오늘(4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평소 인상 폭의 2배인 0.5% 포인트로 올릴 전망입니다.

    【 인서트 】제롬 파월 /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목표는 우리가 가진 도구를 사용해 수요와 공급을 다시 동기화하여 경기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억누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나선 미국의 긴축정책이 개도국의 경제에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인데요.

    미국이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잡을 때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로 인해 개도국들이 연쇄적으로 금융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 인터뷰 】샨타 데바라잔 / 前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자본은 신흥국에서 이자율이 높은 미국과 유럽으로 흘러갑니다. 이로 인해 이미 부채 문제를 겪는 국가들은 연준과 유럽중앙은행 조치의 결과로 자본을 잃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죠."

    인플레이션에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10여 년간 저금리로 부채를 늘려온 개도국이 외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건데요.

    영국 더타임스는 "외국 자본과 달러 부채 의존도가 높은 개도국은 금리 인상이 치명적이라며 이들은 미 연준과 인플레이션 간 싸움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인터뷰 】샨타 데바라잔 / 前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페루, 터키, 이집트 등 개도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은 자체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자국 내 이자율을 높이고 투자를 위축시킴으로써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과도하게 풀린 돈이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그 피해는 약소국, 그중에도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 개도국 채무 문제, 세계가 나서야…

    특히나 개발도상국에 가혹한 인플레이션에 따른 부작용.

    이를 분담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먼저 세계은행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마련했던 1,600억 달러를 뛰어넘는 수준의 기금 마련으로 위기 대응 채비에 나섰습니다.

    【 인서트 】데이비드 맬패스 / 세계은행 총재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 여파로 개도국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에너지, 비료, 식량 가격 상승에 직면하면서 반정부 시위에 나서고 있습니다. 앞으로 15개월간 1,700억 달러(약 210조 원)에 상당하는 세계은행이 실행한 최대 규모의 위기 대응 기금을 운용할 방침입니다."

    채무 리스크 해결을 위해 신흥국을 포함한 다국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인터뷰 】샨타 데바라잔 / 前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이제는 스리랑카와 같은 신흥국을 포함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유럽, 미국, 일본을 포함한 '파리 클럽'*을 통해 부채 상환을 돕기 위한 공동의 해결 방안을 모색했는데 중국과 인도 같은 국가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파리 클럽 (Paris Club)

    국가 간 채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ECD회원국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채권국 협의체


    지금까지 [ON 세계] 최형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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