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국제대회에 나갈 선수를 뽑는 평가전을 시합 장소와 시간도 알리지 않고 강행한 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인데요.
선수가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협회는 강제로 도복을 입히고 경기를 치르게 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양아람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초 전북 익산에서 2022년 장애인태권도 국가대표 선발대회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한 달여 뒤 모집 요강에는 없던 국가대표 최종 평가전이 치러집니다.
김현 선수를 포함해 단 두 선수가 시합을 했는데, 김 선수는 사전에 그 어떤 공지도 받지 못했습니다.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는 당시 충북의 한 대학에서 국가대표 훈련 중이던 선수들을 경기장에서 나가게 한 뒤 두 선수만 남겨두고 시합을 치르게 합니다.
김 선수는 거부했지만, 협회는 선수에게 맞지도 않는 도복을 강제로 입혔습니다.
【인터뷰】 김현 선수 / 2022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자
"훈련을 하러 내려왔는데 저한테 맞지도 않는 학생들 도복을 가져와서 입히고 (소속팀이 아닌 훈련 장소였던) 학교 마크가 있는 도복을 테이핑으로 다 가리고 보호대 같은 것도 지도자나 학생들이 막 억지로 착용시키고."
더 이해가 안 갔던 건 10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했는데, 최종 평가전을 또 치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심판은 최소 3심제로 구성돼야 하지만 경기에 들어온 심판은 둘 뿐이고, 영상판독관도 경기부 요원도, 기록원도 없었습니다.
모두 규정 위반입니다.
협회는 경기장에 함께 들어가야 하는 소속팀 지도자에게조차 평가전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현 선수 소속 협회 지도자
"저는 선수한테 들었습니다. 경기 다 끝나고. '어처구니없는 경기를 했다.' 자기는 너무 억울해서…. 오심으로 인한 것도 지도자가 소청이나 영상 판독을 실시해야 하는데 지도자가 없고… 이건 경기 성립이 안 되는 거죠."
협회는 이 같은 지적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이상한 건 경기장에는 2022년 국가대표 최종 평가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는데 협회는 이 경기가 장애 등급 통합에 따라 터키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일부 선수를 탈락시키기 위한 자체 평가전이라고 설명한 점입니다.
그리고 경기를 거부했던 김 선수는 결국 터키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선수에서 제외됐습니다.
대회 출전 여부를 가를 수 있는 장애 등급 통합 지침은 세계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 할 정보입니다.
하지만 협회는 이를 제대로 공지하지도 않았습니다.
세계태권도연맹이 지난 6월 새로운 체급 변경 지침을 보내왔지만, 협회는 9월 중순이 돼서야 이를 알렸습니다.
10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불과 20여 일 남겨놓은 시점이었습니다.
【인터뷰】 김현 선수 / 2022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자
"빨리 선수들에게 공지를 했어야지, 저희가 체중을 빼든 늘리든 준비를 했을텐데 20일을 남겨놓고 그렇게 한다면 선수들이 준비하기가 기간이 너무 짧잖아요."
협회는 뒤늦게서야 세계연맹이 보낸 공문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김태갑 전무이사 / 대한장애인태권도협회
"(세계연맹이 보낸 공문이) 영문이고 하다 보니 몰랐어요. 영어 하는 직원들도 별로 없고. (협회에서는 체급이 새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언제 아셨던 거에요?) 8월 말쯤 돼서 인지를 했죠."
장애인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보면, 국가대표를 선발하기 위한 공고는 최소한 선발일 2개월 이전에는 올라와야 합니다.
그러나 협회는 2022년도, 2021년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각각 한 달, 열흘 남겨놓고 안내했습니다.
규정은 있으나 마나, 행정은 주먹구구식,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TBS 양아람입니다.
첫 세계대회 꿈꿨는데…석연치 않은 대표선수 선발
http://tbs.seoul.kr/news/newsView.do?typ_800=6&idx_800=3460219&seq_800=20452846
'불공정 국가대표 선발전' TBS 보도 이후
…"선발전 다시 치르기로"
http://tbs.seoul.kr/news/newsView.do?seq_800=204571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