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밀착취재T] 탈시설 공방, 깊게 들여다봤습니다

정유림 기자

rim12@tbs.seoul.kr

2023-04-1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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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기자 】

    곱게 커플룩을 맞춰 입고 게임을 하는 부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지 이제 두 달 차.

    마주하는 두 눈에 애정이 가득합니다.

    시설에서 나와 보금자리가 생겼다는 게 꿈만 같습니다.

    【 인터뷰 】안태훈 / 탈시설 당사자
    “저는 시설에서 가출을 너무 많이 했어요. 근데 혼났어요. 집이 생겼네요. 가출 이제 없어요.”

    보육원을 거쳐 시설에서 산 세월만 20여 년.

    집단생활에서 벗어나 하루라도 빨리 자유를 찾고 싶었습니다.

    【 인터뷰 】 안태훈/ 탈시설 당사자
    “진짜 진심 감옥이었어요. 단체 생활은 너무 싫어요.”

    【 인터뷰 】 공선진/ 탈시설 당사자
    “누워 있는 친구들이 한 방에 두 명씩 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운동을 안 하면 그날 간식은 없고요. 그리고 밥을 안 주기도 한 적도 있고요. 그걸 보면서 그건 학대라고 생각했고….“

    하지만 시설을 나와 자립하기까지 현실의 벽은 너무나 높았습니다.

    중증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시설 측에 번번이 가로막히기 일쑤였습니다.

    【 인터뷰 】 공선진 / 탈시설 당사자
    "일단 나가고 싶다고 얘기를 했고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일단 침상에 누워있는 와상 환자는 시설에서 나가는 것이 배제되고 와상인데 말은 할 수 있는 사람은 나중에 조금 있다가, 경증 장애인부터 나갑니다.

    【 인터뷰 】 공선진/ 탈시설 당사자
    (시설 측에서 못 나가게 막는 건가요?) 막아요. 막아요.

    【 인터뷰 】 공선진/ 탈시설 당사자
    "그리고 자립생활 주택이 2016년에 됐는데 다른 사람한테 양보하라는 것도 납득이 안 갔고요.”

    시설 생활이 지옥이었던 부부와 달리, 시설을 나오는 게 걱정인 이들도 있습니다.

    중증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을 30년째 시설에 맡기고 있는 변현숙 씨.

    【 현장음 】 변현숙 / 발달장애인 부모
    "아들아, 잘 있었어? 예뻐졌네. 머리도 예쁘게 잘랐고."

    최근 부각되고 있는 탈시설 이슈에 행여라도 아들이 강제 퇴소를 당할까 두려움이 앞섭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탈시설이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 변현숙 / 발달장애인 부모
    "우리 아들은 너무나 중증이라 표현도 못 하고요. 소변, 대변 처리도 못 하고, 자해도 해요. 쉬면서도 늘 여기를 깨물어서 여기가 너덜너덜해요. 무조건적인 탈시설을 하려니까 우리가 거부하고 안 된다고 하는 거죠. 우리는 자기 의사가 분명한 사람에 대해서는 반대 안 합니다."

    시설에 들어가고 싶지만, 갈 곳이 부족해 대기 중인 부모들의 마음은 타들어 가기만 합니다.

    【 인터뷰 】 변현숙 / 발달장애인 부모
    "(시설) 대기자들은 지금 2만 명 이상이 기다리고 있어요. 대기자들 부모님 중에 서울시 장애인정책과에 가서 토로한 분이 있는데 아이를 이렇게 받아줄 곳이 없고 아이는 힘이 세니까 아휴 ."

    특히 중증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의 부담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무겁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변현숙 / 발달장애인 부모
    "저도 이제 나이가 70이 가까우니까 이제 몸도 관절도 아프고. 그냥 거기 있던 곳에서 편안하게 살다가 그냥 부모가 죽더라도 그냥 거기서 편안히 있다가 여생을 마치도록 해주는 게 부모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탈시설을) 반대하는 겁니다.

    ▶▶ 리포트 영상에 못 담은 상세한 내용, Q&A로 정리했습니다.

    Q. '탈시설'은 무엇을 의미하나?

    A. '탈시설'은 장애인들이 시설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생활 방식을 전환하는 걸 의미합니다. 지자체나 지역사회가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입니다.

    이런 움직임이 나온 배경에는 장애인들이 인권침해를 당하는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한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정에서 돌보기 힘든 중증·발달장애인 등 누군가에게는 시설이 꼭 필요한데 탈시설이라는 말 자체가 시설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Q.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장연은 탈시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유엔 탈시설 가이드라인'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A. 유엔 탈시설가이드라인에는 시설을 폐지하고 시설 신규 입소나 예산 지원을 중단하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에는 '장애인이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거주지와 주거 형태에 대한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전장연은 이 내용을 바탕으로 시설이 아닌 다른 주거 형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장애인이 원하는 선택지 중에는 시설도 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Q. 전문가들 의견은 어떤 차이가 있나?
    A. 먼저, 무조건적인 '탈시설'은 안 된다는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인프라나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탈시설화만 주장해선 안 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완전한 자립을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활동지원사가 필요한데, 이 인력들을 가정보다는 시설에서 관리하는 게 사회적 비용을 합리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합니다.

    【 인터뷰 】 김종인 /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장
    "이제 미국이나 유럽 같은 데는 저비용으로 운영하는 자립생활센터가 있어요.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 이해해야 하니까 활동지원사가 있어야 합니다. 집에 한 명씩 두는 우리나라의 (활동보조인) 제도 자체는 고비용이 들어가는 거예요."

    하지만 '탈시설'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장애인 거주시설이 장애인의 인권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지역사회가 장애인의 자립 지원을 충분히 준비할 때만 기다렸다가는 "탈시설은 먼 나라 얘기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 김기룡 / 중부대 특수교육학과 교수
    "지역사회에서 대안을 만들어놓지 않았기 때문에 (탈시설에)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그것이 장애인의 탈시설을, 탈시설에 대한 우려를 정당화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국가가 이것을 실천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인 체계와 또 예산 확보와 또 관련 정책들이 또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Q. 논쟁은 뜨거운데, 도입은 간단치 않은 것 같다. 탈시설 어떻게 지원해야 하나?

    A. 먼저, 활동지원 인력 확충과 시간 확대가 시급합니다.

    또 주거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요.

    현재 서울시의 탈시설 관련 주거 지원책으로는 ▲장애인 지원주택 장애인 자립생활주택 장애인 전세자금 지원 기타 주거지원 정책(영구임대 등)이 있는데, 그 중 '지원주택'은 탈시설 관련 주거 지원책 중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주거지원과 생활지원서비스가 함께 제공되는 주거 모델로 장애인 당사자 명의로 계약할 수도 있고, 주거 코디네이터가 배치돼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설을 나와 지원주택에 입소할 수 있는 인원은 전체의 30%에 불과합니다.

    주거 환경 확충이 시급하다는 이야기입니다.

    【 인터뷰 】 김기룡 / 중부대 특수교육학과 교수
    "구체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이나 아주 저렴한 주택, 주택 보조금과 같이 주택을 구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지원 대책이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 특별교통수단을 확충해서 지원하는 것은 물론, 활동지원 서비스를 24시간 보장하는 것을 비롯해 공적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등 구체적인 지역사회 기반의 서비스를 이제는 제도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시설이 꼭 필요하다고 외치는 발달장애인 부모님들을 설득하고 의견을 헤아리는 작업이 시급한데요. 이 작업은 개인이나 민간이 아닌 국가가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김치환 / 사회복지사
    "국가가 시설에 있는 최중증·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을 한 자리에 모셔놓고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 이 한마디만 하면 부모님들은 걱정, 근심 다 내려놓는 것이죠. 정부가 나서서 장애가 있는 자녀들을 위한 시스템이 무엇이 있는지 소개하고요. 스웨덴 활동지원 최대 지원 시간이 일 48시간인데, 왜 이런 사례는 주목하지 않는지도 묻고 싶습니다. 얼마든지 탈시설 가능합니다."

    '시설에서 나와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국가와 지자체가 제도와 인프라를 만드는 노력을 보여줘야 결국 장애인 당사자나 가족들도 안심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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