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너무 먼 쉼터", "에어컨 틀기도 겁나"…폭염이 두려운 사람들

지혜롬 기자

hyerom@tbs.seoul.kr

2023-07-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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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양산으로 햇빛을 가리고
    부채질을 해봐도 더위를 피할 수 없는 날씨.

    근처에 있는 무더위 쉼터를 찾아가 봤습니다.

    어렵게 안내판을 찾았지만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입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 기자 스탠딩 】
    "지도를 보고 찾아왔지만 이곳엔 무더위쉼터가 아예 없습니다."

    문이 잠겨 들어갈 수 없는 곳도 상당수였습니다.

    【 기자 스탠딩 】
    "힘들게 무더위 쉼터를 찾아왔지만 이렇게 운영을 하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서울시는 폭염을 피해 쉬어갈 수 있는 무더위 쉼터 4,200곳을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무작위로 가본 무더위 쉼터 11곳 중 문이 열린 곳은 3곳에 불과했습니다.







    ▶▶ 서울 폭염 대책 등에 Q&A로 정리했습니다.

    Q.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서울시가 내놓은 폭염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우선 서울시는 9월 30일까지를 폭염 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폭염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면 대응 1단계를, 폭염경보가 내려지면 대응 2단계를 내려 대비하고요. 폭염특보가 지속되는 심각 단계가 되면 대응 3단계를 내려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게 됩니다. 서울시는 또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횡단보도 그늘막과 물안개가 분사되는 쿨링 포그 등 폭염 저감시설 4천여 개를 설치했고요. 더위에 쉬어갈 수 있는 무더위 쉼터 4,200곳을 지정했습니다.


    Q. 문 닫힌 무더위 쉼터도 있었다고요?

    A. 네. 무작위로 서울 시내 무더위 쉼터를 방문해봤습니다. 이날 기온이 31도까지 올랐거든요. 습도도 높아서 굉장히 더웠습니다. 무더위 쉼터에 가면 좀 시원하게 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지도를 보면서 열심히 찾아갔는데요. 분명히 지도엔 나와 있는데 가보니 무더위 쉼터가 없었고요. 건물 밖에는 무더위 쉼터라고 적혀 있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아무런 안내가 없는 곳도 있었습니다. 지하도 내려가 보고 위층도 올라가 봤는데 결국 한참을 헤맨 후에 3층이 무더위 쉼터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또 문이 열리지 않아서 들어갈 수 없는 곳도 상당수였습니다.


    Q. 정작 필요할 때 이용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A. 네. 서울시 관계자에게 이유를 물었는데요. 자치구와 함께 무더위 쉼터를 수시로 점검해서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곳들은 시정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없어지거나 주소가 바뀐 곳들은 지도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4천여 곳에 달하는 곳들을 일일이 확인하다 보니 늦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만큼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가 지도를 보고 찾아갔지만 없었던 무더위 쉼터의 경우 근처로 이전했는데, 주소는 수정했지만 시스템상의 오류 등으로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서울시 관계자는 무더위 쉼터가 시민들의 안전과 관련된 부분인 만큼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지속해서 점검하고 보완해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Q. 여름나기가 힘겨운 취약계층이 또 있죠. 쪽방촌 주민들이나 이동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은 어떤게 있나요?

    A. 서울시는 쪽방촌 주민들에게 지난해에 이어 에어컨 설치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노숙인 밀집 지역에는 응급구호반을 운영하고 있고요. 건설 현장 등에서 일하는 야외 근로자는 하루에 2번 이상 온열질환 자가진단표 등을 작성하게 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도록 했습니다. 택배 노동자 등 이동 노동자를 위해선 쉼터를 마련하고 생수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Q.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었나요?

    A. 현장 곳곳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쪽방촌 주민과 택배 노동자,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만나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1평 남짓한 쪽방에서 7년째 여름을 보낸 조문돌 할머니는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 인터뷰 】 조문돌 (81) / 쪽방촌 주민
    "여름에는 수건 하나 적셔서 깔고 적셔서 덮고 이렇게 앉았다 누웠다 이거로 날을 새는 거야."

    지난해 서울시가 건물 복도에 에어컨을 설치해줬지만 사용하는 날은 손에 꼽습니다.

    월세에 전기세가 포함돼있어 집주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조문돌 (81) / 쪽방촌 주민
    "에어컨도 한 번도 안 틀었어. 집에 다 에어컨 틀고 선풍기 틀고 다 하잖아. 우리도 사람이다…."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쉼터도 마련됐지만





    【 인터뷰 】 천기석 (62)/ 쪽방촌 주민
    "거의 열에 한두 명 정도 그 정도밖에 이용을 안 해요. (몸이 불편한) 어르신은 거동을 못 하니까 24시간 누워 계세요. 이동하는 데도 불편하죠."

    가는 길도 힘들고 가서도 불편하긴 마찬가집니다.

    【 인터뷰 】 천기석 (62)/ 쪽방촌 주민
    "(밤더위 대피소는) 엊그제 한번 갔다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앉을 공간이 안되는 거예요. 불편하죠. 시끄럽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결국 쪽방촌 주민들은 좁고 더운 집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역시 여름이 두렵습니다.

    하루에도 수백 개에 달하는 택배를 배달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다보면 금세 온몸이 땀으로 젖습니다.

    서울시는 택배 기사나 배달 기사와 같은 이동노동자를 위한 쉼터 5곳을 마련하고

    서울 시내 24개 노동자 지원시설에서 생수를 나눠주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이용할수 있는 이동노동자는 거의 없습니다.





    【 인터뷰 】 홍성호 (46) / 택배 기사
    "솔직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이용하는지도 모르고 배송하다가 도중에 배송지를 떠나서 다른 곳을 갈 수도 없고…. 배송을 하다가 목마르다고 거기 가서 쉬어야지 할 틈이 없어요. 굳이 갔다 오면 퇴근 시간이 되지 않을까요?"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온열질환 자가진단표를 작성하도록 했는데

    대상은 서울시가 발주한 현장에 그치고 있습니다.

    대부분 일용직인 근로 특성상 덥고 힘들어도 참고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이호 (39) / 건설 노동자
    "자가진단표를 작성한다거나 이런 건 따로 없고요. 공사 기간내에 공사를 완료해야 하기때문에 노동자들을 압박할 수밖에 없어요.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이 있다고 하는데 그걸 제대로 쓸 수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저희가 일용직근로자다 보니까 잘리거든요."

    서울시가 폭염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Q. 쪽방촌에 에어컨을 지원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용하기에는 불편함이 있어 보이는데요.

    A. 좁은 방이 빽빽하게 들어선 쪽방의 특성상 서울시가 지원해준 에어컨은 방이 아닌 건물 복도나 공용공간에 설치돼 있었습니다. 쪽방은 대부분 월세에 전기세가 포함돼 있는데요. 집주인이 전기세를 이유로 에어컨을 틀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고요. 에어컨을 켜더라도 방에 에어컨이 있는게 아니니 바람을 쐬려면 방문을 열고 있어야 했습니다. 결국 에어컨을 틀 때면 옆집, 앞집 모두의 방문이 열린 채 서로의 집을 훤히 들여다보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Q.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마련된 무더위 쉼터 상황은 어떤가요?

    A. 쪽방촌에 마련된 무더위 쉼터에 가봤는데요. 여성 공간은 의자와 테이블이 있었고 남성 공간은 누워 있을 수 있도록 매트가 깔려있었습니다. 두 곳 모두 아무도 없었는데요. 이용 명부를 보니 전날 오후 1시 이후 쉼터를 이용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쪽방촌에 고령의 어르신이 많아 이동이 쉽지 않은 점도 있었고요. 힘들게 가도 쉼터에 TV가 없어서 멀뚱멀뚱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Q.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밤더위 대피소도 운영되고 있다고요?

    A. 서울시는 쪽방촌 동행 목욕탕의 수면실과 휴게실 등을 활용해 다음 달까지 밤더위 대피소를 운영합니다. 종로권역, 서울역 남대문권역, 영등포권역 이렇게 세 곳입니다. 밤 9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목욕도 하고 잠도 잘 수 있습니다. 쪽방촌 주민 2,400명 중 240명을 우선 선정해 지원하는데요. 한정된 장소에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인터뷰에서 얘기 들으신 것처럼 편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는 겁니다.


    Q. 택배 노동자나 배달 노동자 등 이동 노동자를 위한 쉼터 상황은 어떤가요?

    A. 서울에 이동 노동자 쉼터는 5곳이 있습니다. 서초, 북창, 합정, 상암, 녹번에 있는데요. 제가 만난 택배 노동자는 강서구 개화동이 근무지였는데 가장 가까운 상암 쉼터에 가려면 차로 이동해도 20분 정도가 걸립니다. 물을 마시고 잠시 쉬기 위해 왕복 40분 거리를 다녀올 순 없다고 말했는데요. 이동 노동자 쉼터를 방문해 이용자 명단을 살펴봤는데 다른 직종이 대부분이었고 이동 노동자는 찾기 힘들었습니다.


    Q. 건설 현장의 야외 노동자를 위한 온열질환 자가진단표 작성 등의 대책도 서울시 발주 현장에 그친다고요?

    A. 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 사업장까지 강제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는데요. 다만 공공·민간 건설 현장을 수시로 방문해 폭염 대비 준비 사항과 안전 조치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Q. 지금까지 마련한 폭염 대책들이 실효성이 있는지 점검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A.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시설의 수를 늘리는 것에 그칠 게 아니라 실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잘 이용하고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이병훈 교수 / 중앙대 사회학과
    "그냥 몇 개 지어놓고 지정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있는 것도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 이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불편이 없는 것인지 현장 밀착형 행정이 돼야 한다는 얘기죠. 민간 분야에서 공사하는 게 더 많을 텐데 서울시가 민간 대표자, 기업들이 호응할 수 있도록 대화를 하고 또 필요성에 공감하고 움직이도록 만드는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취재기자 : 지혜롬
    영상취재 : 김용균, 고광현, 허경민, 손승익
    영상편집 : 한송희
    CG·자막 : 김지현, 박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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