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정당·후보 정보 없는 점자 투표용지…시각장애인이 투표하는 법

양아람 기자

tbayar@tbs.seoul.kr

2024-04-0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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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외‧거소투표 점자보조용구에는
    기호도, 정당 이름도, 후보 이름도 없어


    시각장애인 최선호 씨는 지난 5일 사전투표를 했습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점자보조용구가 제공되는데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용지에는 기호, 정당 이름, 후보 이름 그 어떤 표시도 없었습니다.

    최 씨는 이날 직장이 있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투표소에서 '관외 투표'를 했는데 원래대로라면 투표용지에 점자 표기된 번호 스티커가 붙어야 합니다.

    '동작 갑' 선거구에 거주하는 최 씨에게 선거관리원은 신분증을 확인한 후 현장에서 해당 지역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들의 정당 기호인 1번, 2번, 7번 스티커를 점자보조용구에 붙이고 나머지 칸은 막아 지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선거관리원에게 이런 지침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는지 최 씨는 번호 스티커가 붙지 않은 투표용지를 받았고 각각의 칸에 해당하는 후보자가 누구이고 어떤 식으로 투표해야 하는지 말로만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관내 투표를 하는 경우는 정당 기호와 이름, 후보 이름이 표기된 점자보조용구가 제공됨]  

    [관외 투표에서는 정당과 후보 정보가 표기되지 않은 투표보조용구에 기호 스티커를 부착해서 유권자에게 제공함. 기호 1번, 2번, 3번 세 명의 후보가 출마한 선거구에 사는 사람이 관외 투표를 한다면 두 번째 사진과 같은 투표용지를 받게 됨. 스티커를 붙인 뒤 남은 구멍에는 막음용 스티커를 부착해야 함]  



    선거구만 254개, 인쇄 비용‧시간 한계
    비례대표 점자 투표지에는 정당 약칭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지역구마다 후보자가 다 다르고 변수도 많아 점자보조용구를 제작하는 데 비용과 시간 면에서 제약이 있다"며 "관외‧거소 점자보조용구에 한해서는 해당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 번호만 부착해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거소투표용지는 선거일 전 10일까지 우편으로 발송해야 하는데 중앙선관위에서 구‧시‧군 선관위로 배부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254개나 되는 지역구 투표용지를 인쇄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없다는 겁니다.

    만약 최 씨가 동작 갑에서 '관내 투표'를 했다면 기호, 정당 이름과 후보 이름이 점자로 인쇄된 국회의원 투표용지로 투표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다르게 비례대표를 뽑는 점자보조용구에는 관내‧관외‧거소투표 상관없이 정당 번호와 이름이 표기돼 있습니다. 비례대표 투표에 쓰이는 점자보조용구는 지역별로 다르지 않고 다 똑같아 일괄적으로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례대표 투표 점자보조용구,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하지만 비례대표 점자보조용구에도 정당 이름은 온전히 표기되지 않았습니다.

    정당 이름이 길어 한정된 투표용지에 점자를 다 표기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선관위 관계자는 "한글을 점역(말이나 일반 글자를 점자로 고침)하는 과정에서 점자 표기가 길어져 사전에 각 정당에 투표용지에 인쇄할 정당 약칭을 통보받아 이를 반영해 인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 씨는 "선관위에서는 충분히 노력하고 있고 현실적인 어려움이 무엇인지도 이해하지만 장애인 당사자들의 참정권을 위해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투표장에 가기 어려운 발달장애인에게는 이런 시스템이 더더욱 필요하다"며 "보안 문제만 해결된다면 투표 접근성을 높이고 선거비용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선관위에서 사회적 약자의 투표 편의 정책 개발과 연구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한정된 사회기반시설과 예산 내에서 선거를 치르다 보니 애로사항이 많다"고 토로했는데요. "장애인들의 투표 편의가 개선되면 비장애인도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조성돼야 한다"면서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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