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싸_이드] 한반도 바다 2.4배 더 뜨거운 이유

김하은 기자

hani@tbs.seoul.kr

2022-07-2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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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어난 온실가스, 지구 가열 그리고 해수온 상승

    지구 곳곳에서 바다 온도가 오르고 있습니다.

    인간이 석탄, 석유 등 화석 연료를 태우면서 늘어난 대기 중 온실가스.

    이 때문에 증가한 열에너지의 90% 이상을 바다가 흡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성현 교수 /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똑같은 열을 가해도 쉽게 온도가 바뀌지 않아 비열이 높다는 것이 바닷물의 특성인데, 그런데 이 해양에서조차 온도가 올라갈 정도로 많은 열이 흡수된 것이죠."

    ▶ 왜 유독 한반도 바다가 더 뜨거울까?

    지구 가열에 따른 기온 상승과 수온 상승은 전 세계적인 추세.

    그런데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수온 변화 속도가 심상치 않습니다.

    해역별로 살펴보면 지난 53년간 서해는 1.15도, 남해는 1.06도 그리고 동해는 무려 1.59도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표층 수온 상승 폭인 0.53도를 크게 웃도는 수칩니다.

    왜 유독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이 빠르게 오르는지, 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 해류를 알면 답이 보인다

    다만, 해류의 움직임을 확인하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해류는 크게 두 방식으로 순환합니다.

    하나는 바다 위 부는 바람에 의한 표층 순환.

    또 하나는 수온과 염분에 의한 밀도 차로 발생하는 심층 순환.

    해류는 열대 바다의 따뜻한 물을 고위도인 극지 바다로 수송하고, 다시 그곳의 차가운 물을 열대 바다로 나릅니다.

    바닷물은 따뜻한 물을 옮기며 대기를 데우기도 하고, 반대로 차가운 물을 옮기며 대기를 식히기도 합니다.

    이렇게 '기후 조절자' 역할을 했던 바다의 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수온이 높아집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위치상으로 수온 상승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구 열에너지는 대부분 저위도의 열대 해역으로 모이고, 이 열은 해류의 순환에 따라 고위도인 극지 해역으로 옮겨집니다.

    이 과정에서 고위도보다 저위도 부근의 열대 해역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중위도 한반도 해역이 더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강현우 센터장 / 해양과학기술원 해양기후예측센터
    "우리나라 주변에 영향을 주는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흐르는) 태평양의 서안 경계류인 구로시오 해류와 마찬가지로 미국 동부에 있는 멕시코 만류라고 불리는 곳 주변의 수온 상승이 훨씬 더 높게 나타나고 있거든요. 중위도 지방에 (해수온 상승이) 크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는 거죠."

    ▶ 구로시오 난류가 한반도 바다를 바꿨다?!

    특히, 과학계는 구로시오 난류의 영향에 주목합니다.

    구로시오 난류는 한반도 주변에 흐르는 저위도의 따뜻한 물을 고위도 쪽으로 옮겨주는 난류인데요.

    구로시오 난류의 지류 가운데 하나인 대마 난류는 제주도 그리고 동해를 거쳐서 동한 난류를 타고 따뜻한 물을 수송합니다.

    구로시오 난류가 어떤 상태로 흐르는지에 따라서 우리나라 바다의 수온이 결정될 수 있습니다.

    남성현 교수 /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구로시오 난류의) 수온이 올라간 채로 수송이 되거나, 아니면 수온이 일정해도 수송량 자체가 늘어나거나 할 때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수온이 올라갈 수가 있고요."

    ▶ 지구 가열로 인한 웜풀의 팽창

    그렇다면, 구로시오 난류의 수온은 왜 올랐을까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바로 웜풀의 팽창입니다.

    웜풀은 적도 부근의 인도양, 태평양에 걸쳐 있고, 수온이 28도가 넘어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바다라고 불리는데요.

    지구 가열로 웜풀의 영역이 넓어지고, 그 결과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구로시오 난류의 수온이 높아지면 한반도 해역의 수온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강현우 센터장 / 해양과학기술원 해양기후예측센터
    "웜풀의 확장 자체가 구로시오 해류의 변동 특성을 만들어 내게 되고 그 변동으로 인해서 구로시오 해류의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 주변 해역도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해수온에 따라 오르는 해수면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수온 상승은 뜻밖에도 해수면 상승에도 영향을 줍니다.

    흔히 전 지구 해수면 상승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합니다.

    첫째, 해수 질량 증가.

    지구 가열로 북극해 그린란드나 남극의 빙하가 녹으면, 육지에 갇혀 있던 얼음물이 바다로 유입되어 해수면이 상승하죠.

    둘째, 열팽창.

    해수온이 오르며 바닷물의 부피가 늘어나는 현상인데 이 열팽창이 현재의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특히 다른 곳보다 해수온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 한반도 바다는 해수면 상승 속도도 세계 평균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다 극지방의 빙하까지 녹기 시작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죠.

    실제로 해수면 상승이 가져오는 피해는 세계 곳곳에서 이미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평균 해발고도가 1m~2m로 낮은 투발루, 몰디브 같은 나라는 이미 땅의 일부가 잠기고 있습니다.

    ▶ 인천공항도 위험하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았습니다.

    국립해양조사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때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은 2100년까지 최대 73cm까지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부산 일대와 인천 등 해안 저지대는 물에 잠길 수 있고, 인천국제공항과 부산신항 같은 항만 시설 등 주요 기관 시설들은 침수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이원상 본부장 / 극지연구소 빙하환경연구본부
    "해발고도가 낮은 서해안이나 남해안 같은 경우에 큰 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저지대에 기관 시설이 많이 몰려있기 때문에 조금의 해수면 상승으로도 기관 시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을 만한 우려가 되는 상황이고…."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만든 자료를 보면 8년 후인 2030년만 돼도 우리 땅의 5% 이상이 잠기고, 332만 명이 직접적인 침수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피해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해수면이 현재 전망보다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원상 본부장 / 극지연구소 빙하환경연구본부
    "2100년만 되더라도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이 1.1m까지 상승할 거라고 예상하는데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 데이터는 극지 쪽의 얼음이 얼마나 빨리 녹을지에 대한 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자료입니다. 남극이라든지 그린란드에는 엄청나게 많은 얼음이 있는데 이 얼음들이 급격하게 녹았을 때 2100년에는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이 2m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보고까지 나와 있는 상황이라서…."

    지구 가열은 이렇게 현실이 돼 하나씩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연출 맹혜림
    취재 김하은
    촬영 김용균 허경민
    편집 김희애
    CG 김진하
    뉴스그래픽 장예은

    #한반도 #해수온 #상승 #지구가열 #해수면 #인천 #인천국제공항 #부산 #해운대 #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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