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유럽발 정책실험' 월 1만 원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우리는 어려울까? [모빌런들]

이강훈 기자

ygh83@tbs.seoul.kr

2022-09-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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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독일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판매된 '월 1만 원대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독일 정부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9유로(한화 약 1만 2천 원)만 지불하면 한 달간 독일 전역의 버스와 지하철, 트램, 일반열차(고속열차 제외) 등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판매했습니다.


    독일교통기업연합(VDV)에 따르면 3개월 간 이 티켓의 총 판매량은 약 5,200만 장으로, 이는 독일 전체 인구 8,388만 명중 62%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독일 정부는 이 티켓 판매로 대중교통 이용률이 10~15% 증가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김광일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보통 정부가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운다면 5~10년 동안 3~5% 상승하는 목표를 잡고 정책을 추진한다"면서 "9유로 티켓 하나로 독일 내 승용차 이용률이 5% 감소하고 대중교통 이용률이 10% 이상 증가한 것은 엄청난 효과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독일의 이 같은 사례가 알려지자, 우리나라도 월 1만 원 수준의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을 도입하자는 제안이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올라왔습니다.


    지난 7월 24일 국민제안 홈페이지에는 9,900원에 한달 간 버스․지하철을 무제한 탈 수 있는 이용권, 가칭 ‘K-교통패스’를 시범 운영하자는 제안이 올라왔습니다.


    이 제안은 오늘(16일) 오전 기준 57만6천7백여 명이 ‘좋아요’를 눌러, ‘좋아요’건수 상위 10개 제안 중 2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이같은 기대와는 달리 정부는 막대한 예산 부담 등을 이유로 일찌감치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4일 이 제도를 두고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은 데 이어, 지난 14일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은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독일 정부가 9유로 티켓 판매를 위해 수조 원의 예산을 쓴 점을 강조했습니다.


    어 차관은 "독일의 사례를 보면 3개월간 9유로 패스를 운영하면서 3조 4천억 원 정도를 쓴 것으로 나온다"면서 "우리나라는 이미 대중교통 요금이 다른 주요국 대비 1/2 내지 1/4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독일 정부는 내년에 9유로 티켓 '시즌2'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주변 국가인 스페인 정부도 이달부터 보증금 10유로(한화 약 1만 3천원)만 내면 공공철도네트워크 '렌페' 소속 일부 열차를 무제한 탑승하고 사후 보증금을 환급 받는 사실상의 무료 티켓을 판매 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중교통 활성화와 기후위기 대처, 고물가시대 대응을 위해 이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재정 부담을 이유로 한 정부의 방어적 태도에 향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됩니다.


    '거대도시 서울철도' 저자인 전현우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은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 정부가 국내 연간 대중교통 운임(요금) 수입인 17조 원 상당의 재정을 지원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면서 "서울·수도권은 상대적으로 급하지 않고, 비수도권의 광역시나 소도시 등에서 먼저 시행을 시작해보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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