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백신 불평등 ①] 백신 공평 분배 없으면 대유행 종식도 없다

안미연 기자

meeyeon.ahn@seoul.go.kr

2021-06-14 15:47

프린트 85

  • ▶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5YBzs7T-dVo


    【 앵커멘트 】
    주요 7개 나라 G7이 세계에 10억 회분의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를 내년까지라고 밝혔는데, 전문가들은 부유국들이 더 빨리, 더 많은 백신을 저소득 국가들과 나눠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바로 지금, 백신이 절실한 국가들을 돕지 못하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말이죠.

    점점 벌어지고 있는 국가 간 백신 접종 격차, 어디서부터 잘못됐고 공평한 분배를 위한 노력은 이뤄지고 있는지 [ON 세계]에서 정리했습니다.

    【 기자 】
    ▶ 안미연 기자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20억 회분이 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어느 나라에는 넘쳐나고 어느 나라에는 지나치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죠.

    ▶ 정혜련 기자
    전파력 강한 변이 바이러스의 위협이 계속되는 가운데 하루빨리 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내기 위해서는 백신 불평등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 인서트 】안토니오 구테헤스 / UN 사무총장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의료 종사자들과 고위험군에 있는 사람들조차 백신에 대한 접근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너무나도 뚜렷하게 드러나는 (백신의) 불평등은 우리 스스로를 해하는 자기 파괴적인 상황입니다."

    ▶ 안미연 기자
    불평등한 백신 보급 문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안일하게 대응했던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피해 규모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만큼 백신에 거는 희망이 클 수밖에 없었겠죠?

    ▶ 정혜련 기자
    네. 그래서 이들 나라는 백신 개발에 거액의 금액을 투자하게 되는데요.

    문제의 시작이 바로 여기서부터입니다.

    언제, 어느 제약사가 먼저 백신 개발에 성공하고, 또 어떤 백신이 사용 가능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부유국들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여러 제약사와 거래를 진행했는데요.

    미국의 경우, 양자 거래를 통해 확보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으로 전 국민이 접종하고 남을 만큼 백신이 충분한 상황이죠.

    ▶ 안미연 기자
    아직 승인이 나지 않아 사용은 하고 있지 않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억 회분도 확보해뒀습니다.

    ▶ 정혜련 기자
    이렇게 백신을 싹쓸이해 가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들은 백신 확보 전쟁에 감히 낄 수조차 없었던 거죠.

    【 인서트 】크리슈나 우다야쿠마르 / 듀크 글로벌 보건혁신센터 박사
    "미국은 지금까지 최소 2억 4천만 회분의 백신을 확보한 반면, 세계 대부분의 빈곤국들은 다 합쳐도 2억 4천만 회분의 백신을 가지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 안미연 기자
    사실 불공평한 백신 보급 문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 현장음 】마거릿 챈 / WHO 사무총장 (2009년)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입니다. 전염성이 있어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또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쉽게 퍼집니다. 전세계는 지금 2009년 신종 플루 대유행의 시작에 있음을 알립니다."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에도 부유국들이 백신을 선점하면서 빠르게 일상을 되찾은 반면,
    개도국들은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상당한 피해를 입었는데요.

    【 현장음 】마거릿 챈 / WHO 사무총장 (2009년)
    "우리 모두는 한배를 타고 있습니다."

    ▶ 정혜련 기자
    과거의 악몽을 재연하지 않기 위해 전세계 백신 공동 구매·분배를 위한 국제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가 지난해 4월, 만들어졌습니다.

    ▶ 안미연 기자
    코로나19 발병 초기인 지난해 1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대표인 세스 버클리 박사와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대표인 리차드 해체트 박사는 다보스포럼 참석 차 스위스에 갔다가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요.

    미국의 역학자인 두 사람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고, 향후 개발될 백신에 대한 생각을 일찌감치 공유했다고 합니다.

    ▶ 정혜련 기자
    두 사람은 부유국들이 백신을 독점했던 10여 년 전의 실수가 반복될까 우려했는데요. 그래서 가난한 나라들도 공평하게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자금 모금에 착수했습니다.

    하나의 공통된 창구를 통해 백신을 구입할 회원국 모으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요.

    ▶ 안미연 기자
    그 하나의 공통된 창구가 '코백스 퍼실리티'인 것이죠.

    코백스를 통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모두가 Win Win' 하는 상황이 되는데요.

    ▶ 정혜련 기자
    각 나라들이 코백스를 통해 백신을 구매하면 개별 국가들이 했을 때보다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 안미연 기자
    제약사들이 구매력이 큰 코백스를 통해 너도나도 백신을 공급하려 할테니 가격도 자연스레 낮아질 거고요.

    이뿐 아니라 훨씬 다양한 백신을 확보할 수도 있는 거죠.

    ▶ 정혜련 기자
    또 코백스를 통한 다자간 계약은 특정 개별 국가가 제약사와 직접 거래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손해 위험성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 안미연 기자
    A 제약사의 백신이 성공적이지 못하더라도 성공하는 B나 C 제약사의 백신을 확보하면 되니까요.

    ▶ 정혜련 기자
    제약사와 논의조차 하기 어려운 저소득 국가에는 백신을 지원할 수도 있는데요.

    북한을 포함한 92개의 개도국이 코백스의 백신 지원 대상입니다.

    백신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부유국들과 자선기관 등에서 기부받아 마련됩니다.

    ▶ 안미연 기자
    이렇게 국제적인 공조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백신 보급 격차가 커진 이유는 뭘까요?

    ▶ 정혜련 기자
    쉽게 말하면, 부유국들이 코백스에 기부는 했지만 정작 코백스를 통해서 백신은 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부자 나라들이 코백스에 가입은 했습니다.

    하지만 자국에 더 빨리, 더 많은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 자금력을 앞세워 제약사와 직접 거래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결국 백신이 일부 부유국에만 몰리면서 코백스가 구입할 수 있는 백신이 부족하게 된 거죠. 개도국이 제공받을 수 있는 백신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요.

    【 인서트 】세스 버클리 /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대표
    "만약 백신이 공평하게 분배되었다면 지금쯤 전 세계 성인 인구의 상당 부분이 적어도 1회차 접종을 했었을 겁니다. 이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인도의 비극적인 상황을 막았을 것이고 전염성이 더 강하고 더 치명적인 새로운 변이의 출현을 막는데도 도움이 됐을 겁니다."

    ▶ 안미연 기자
    우리나라는 어땠을까요?

    코백스에 제·대·로· 참여한 나라였을까요?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충실했던 걸로 보입니다.

    ▶ 정혜련 기자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한 강연에서
    우리나라의 백신 확보가 늦어졌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정부가 처음부터 다른 나라와 경쟁하기보다 코백스 논의에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협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 안미연 기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코백스에 협조한 몇 안 되는 부유국입니다.

    대부분의 부유국들이 코백스에 돈만 기부하고 제약사들과 직접적인 양자 거래로 백신을 확보한 것과는 대조적이죠.

    ▶ 정혜련 기자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정부의 결정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가난한 나라를 지원하는 백신을 공급받는다', 'GDP가 얼마인데 개도국에 가야 할 백신을 받냐'며 국제적인 망신이라고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 안미연 기자
    그러나 이런 비판은 코백스의 취지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코백스를 공동으로 이끌고 있는 곳 중 하나인 가비(GAVI)는 코백스의 기능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코백스는 부유국들이 기부를 하는 것과 더불어 자국 인구의 최소 10%를 접종할 백신 물량을 코백스를 통해 구매하길 기대했습니다.

    이를 통해 저소득 국가에도 백신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길 원했지만, 부유국들이 개별 거래를 하면서 백신 물량을 선점하는 바람에 백신을 확보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죠.

    ▶ 정혜련 기자
    그렇다고 코백스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은 아닙니다.

    각 나라들의 비협조에도 불구하고 코백스는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130여 개 나라에 8천만 회분의 백신을 공급했고,

    코백스가 아니었다면 백신 접종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저소득 국가 35곳 이상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했습니다.

    ▶ 안미연 기자
    열악한 상황에도 이런 결과를 냈는데,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공조했다면 그 성과는 훨씬 컸을 겁니다.

    #백신 #코백스 #백신불평등 #코로나19 #백신기부 #COVAX




    [ 백신 불평등 ] 관련기사


    '백신 외교', 다 좋은데 조건을 거는 건 좀 그렇지 않니?

        ▶ https://youtu.be/_oKogBz0myU


    ③ 돕겠다면서...부자 나라들, 또 '백신 싹쓸이'

        ▶ https://youtu.be/8YAh7ofl8w8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제공 tbs3@naver.com / copyrightⓒ tbs.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85 카카오톡 페이스북 링크

더 많은 기사 보기

개인정보처리방침  l  영상정보처리기기방침  l  사이버 감사실  l  저작권 정책  l  광고 • 협찬단가표  l  시청자 위원회  l  정보공개

03909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 31 S-PLEX CENTER | 문의전화 : 02-311-5114(ARS)
Copyright © Since 2020 Seoul Media Foundation TB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