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월뉴공] 한국은 가짜 선진국…'K-행복'을 찾아라!

월드뉴스공장

worldnews@tbs.seoul.kr

2022-09-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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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동 취재] 최형주, Rosyn Park 기자



    【 인서트 】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입니다."
    "고립되고 소외된 노인, 압박에 시달리며 우울한 청년들.. 한국인의 자살률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왜 한국인은 행복하지 않은가?



    최형주 기자:
    박로진 기자는 행복하신가요?

    Rosyn Park 기자:
    네, 저는 행복한 것 같습니다.

    최형주 기자:
    행복을 점수로 매기면 10점 만점에 몇 점을 주시겠어요?

    Rosyn Park 기자:
    음.. 7점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최형주 기자는 어떠신가요?

    최형주 기자:
    저는 8~9점 정도 될 것 같습니다.

    Rosyn Park 기자:
    저보다 더 행복하시네요.

    최형주 기자:
    이처럼 사람마다 다른 행복지수.
    국가마다, 국민마다도 다르겠죠?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5.935점(10점 만점 기준)으로 보고됐는데요.

    올해(2022년) 유엔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59위로 나타났습니다.

    전쟁을 겪은 개발도상국에서 세계 최초로 국제기구가 인정하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한국.

    그런데 왜 행복 수준은 경제 성장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Rosyn Park 기자:
    이건 정말 쉽지 않은 문제죠.

    이와 같은 질문으로 최근 책까지 발간한 외신 기자 2명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헬조선'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데 행복을 찾아 한국행을 선택한 이들은 우리나라가 "많은 개발도상국이 꿈꾸는 롤모델"이자 천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요.

    <월드 뉴스 공장>에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 Rosyn Park 기자 】
    "많은 한국인들로부터 같은 질문을 받을 것 같은데요. 왜 한국행을 선택했나요?"

    【 인터뷰 】안톤 숄츠 /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저자
    "한국은 매력적인 곳이죠. 사람들은 '헬조선'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한국이 정말 헬조선인지 반문합니다. 한국은 매우 안전하고 훌륭한 의료 시스템도 있어요. 길거리에 거지나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은 볼 수 없어요. 천국과 지옥은 같은 곳입니다. 어떤 관점으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겁니다."

    【 최형주 기자 】
    "한국인의 행복, 어떤 점이 가장 안타까운가요?"

    【 인터뷰 】안톤 숄츠 /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저자
    "한국은 경쟁과 금전적, 사회적 성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유행과 사회적 지위를 쫓으면서 사람들은 삶의 행복을 잊어버린 거죠."

    【 Rosyn Park 기자 】
    세계 행복 지수가 발표되면 한국의 순위는 항상 관심의 집중 대상이 됩니다. 한국이 이렇게 순위에 주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인터뷰 】안톤 숄츠 /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저자
    "한국인들은 랭킹에 다소 집착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류 대학, 일류 기업, 제일 비싼 아파트 등 많죠. 이런 순위 목록은 끝이 없을 정도죠. 랭킹 시스템을 만들면 자동으로 일종의 피라미드가 만들어지고 모든 사람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형주 기자: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 또 어떤 점들이 있을까요?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에 상주하면서 우리 사회에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져온 영국 기자 라파엘 라시드는 한국인들에게 특이한 점이 있다고 합니다.

    【 인터뷰 】라파엘 라시드 /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 저자
    "편의점에 간단한 간식을 사러 나갈 때도 어떤 사람들은 그냥 나가지 못합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준비되어야지 우유를 사러 나갈 수 있죠. 자신에 대한 남의 평가를 매우 두려워하는 건데요. 겉모습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소유하는 것과 소유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매우 신경을 쓰죠."

    【 최형주 기자 】
    "한국인은 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다고 생각하나요?"

    【 인터뷰 】라파엘 라시드 /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 저자
    "(한국인은) 너무 어렸을 때부터 많은 기대에 부응해야 합니다. 좋은 학교에 가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야 하고,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고 좋은 직장을 가져야 하죠. 이 모든 것이 매우 경쟁적인데
    또 이것 이후에는 좋은 배우자를 찾아야 하고, 결혼과 2세까지 이어집니다. (경쟁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결국, 사회에서 요구하는 특정한 역할을 해야만 하는 순응과 사회적 압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Rosyn Park 기자: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자크 라캉의 말을 빌려 라시드 기자는 한국 사회를 표현하는데요.

    모두가 비슷한 목표를 향해 무한 경쟁을 펼치는 한국 같은 나라는 드물다고 꼬집습니다.

    최형주 기자:
    네, '행복의 주체인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비친 자신'에 집중하는 문화 속에 항상 평가하고, 평가당하는 한국인은 무한 경쟁 속에서 불만족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 인터뷰 】김성아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행복 연구에서는 비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고 내가 갖고 있지 못한데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걸 보면서 내가 가지지 못해서 불행한 거죠.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내가 가진 것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면서 행복 수준을 동시에 누리지 못하는 그런 역설적인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 인터뷰 】제프리 삭스 / 2022 세계 행복 보고서 공동 저자
    "한국의 경제는 엄청난 발전을 이뤘지만,
    스트레스도 많습니다. 특히 고소득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많은 사람은 엄청난 양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죠. 특히 동아시아 국가 국민은 정부에 대해 부정적이고요. 한국에 많은 스캔들이 있었죠. 뇌물, 부정부패와 일과 삶의 균형 등이 한국인의 행복도를 저하하고 있습니다."

    최형주 기자:
    그렇다면 한국인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Rosyn Park 기자:
    "소득은 행복과 비례하지 않는다"라는 '이스털린 역설'로 학계를 뒤흔든 '행복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리처드 이스털린('지적 행복론' 저자)은 소득이 늘어도 더 행복해지지 않는 이유를 '사회적 비교'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저희 <월드 뉴스 공장>에서 이스털린교수와 직접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그와의 인터뷰 핵심은 '부유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한국'에 필요한 건 '행복 혁명'이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인류가 산업 혁명, 인구 혁명을 거쳐 이전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하게 되었다면, 이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부자가 되면 행복해진다'라는 편견을 버린 행복 혁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최형주 기자:
    여기서 말한 '행복 혁명'이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건데요.


    이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선 지난해(2021년)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에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7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행복 연구 결과를 눈여겨볼 만합니다.

    삶의 만족도가 높은 북유럽 국가는 행복을 '사회적 관계'에서 찾았던 반면, 우리나라는 행복을 '물질적 부'에서 찾은 유일한 선진국이었습니다.

    【 인터뷰 】김성아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특히 북유럽 같은 경우에 경제 성장 수준도 높고 국민의 행복 수준도 높은 곳인데 거기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이야기하는 돈이라든지 직업적인 성취라든지 좋은 학교라든지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보다 좋은 사람들하고 만남이라든지 사회적인 관계라든지 아니면 내가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가…"

    Rosyn Park 기자:
    실제로 행복에 대한 관점이 다르면 행복지수도 달라집니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소득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행복도는 높은 중남미 국가의 예에서도 드러나는 부분이죠.

    전문가들이 꼽는 그들이 가진 행복의 비결은 바로 '사회적 연대'입니다.

    【 인터뷰 】션 왕 / 2022 세계 행복 보고서 공동 저자
    "여러 중남미 나라는 대가족을 중시합니다. 서로 돕고 친사회적 활동과 사회관계가 행복도를 증가시킵니다. 하지만 한국처럼 동아시아 국가는 비물질적인 면에서는 잘하지 못하고 있죠."

    최형주 기자:
    우리나라 국민이 느끼는 사회적 고립감은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도 높게 나타났는데요.


    실제 지난해(2021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0%를 넘었고, 노인, 중장년, 청년 세대 내 고독사가 증가했습니다.

    【 인터뷰 】션 왕 / 2022 세계 행복 보고서 공동 저자
    "한국의 사회 안전망이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노년층이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해 힘겹게 살고 있죠."

    우리나라에서 공동체를 통한 지원이나 변화하는 사회환경에 맞춰진 제도적 완충 장치들이 갖춰지지 않은 것을 보여주는 셈인데요.

    【 인터뷰 】김성아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덜 행복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찾아서 그 사람들이 어떤 삶의 여건에서 살고 있길래 그렇게 충분한 수준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는 사회 안전망 혹은 사회보장 제도를 재구조화하고 정교화하는 게 정부 정책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형주 기자:
    삶의 질과 행복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에 실제 일부 국가들은 '행복 예산제'를 도입했죠?

    Rosyn Park 기자:
    네, 지난 2019년 세계 최초로 행복 예산제(Wellbeing budget)을 도입한 뉴질랜드는 국가 총예산의 3.4%, 약 3조 원을 취약계층의 행복 증진을 위해 중장기적 배정하고 있는데요.

    국가 정책과 예산 편성의 중심을 '국민총생산(GNP)'이 아닌 '국민총행복(GNH)'에 둔 겁니다.

    【 현장음 】저신다 아던 / 뉴질랜드 총리 (지난 2019년 세계경제포럼)
    "행복 예산제는 장관마다 예산을 집행하려면 어떻게 세대 간의 행복을 증진할 수 있는지 증명해야 합니다. 경제적 행복이 아닌 국가의 사회적 행복을 위해 시민이 요구하는 것을 실제 정책에 반영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국민의 정신 건강, 자살률, 노숙인 문제, 가정폭력, 아동 빈곤 등 61가지 구체적인 척도를 만들어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를 목표로 예산이 집행되는 거죠.

    최형주 기자:
    '사회적 지원' 뿐만 아니라 '사회적 신뢰'도 높아져야 합니다.

    아시아에서 행복 지수 1위인 대만의 예에서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할 때, 대만은 높은 청년 실업률로 인해 자국민으로부터 "귀신에 들린 저주받은 섬, 귀도"로 불렸습니다.

    대만 청년들은 집값이 비싸 독립을 꿈꿀 수 없던, 사회 공정, 폐쇄적인 정치에 불만이 컸었죠.


    하지만 최근 5~6년 사이 한국과 대만의 행복 지수는 크게 벌어졌는데요.

    역사, 경제, 사회 발전에서 비슷한 대만이 최근 2년 연속 아시아에서 행복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집니다.

    Rosyn Park 기자:
    최근 코로나19 방역으로 정부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올라간 것도 사실이지만, 그 배경에는 최저임금, 육아 수당 인상 등 사회 안전망의 강화와 근로시간 단축, 부동산 안정화, 일자리 창출과 같은 정책을 통한 대만 정부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 상승이 국민 총행복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예이죠.

    【 인터뷰 】제프리 삭스 / 2022 세계 행복 보고서 공동 저자
    "(정부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평가하는지를 반영합니다. 우리의 삶은 우리 사회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경제적 요인, 건강, 사회관계와 정부에 대한 신뢰 또는 믿음, 이 모든 요소가 중요합니다."

    최형주 기자:
    역동적인 힘과 잠재력을 지닌 나라, 대한민국.

    어떻게 하면 진정으로 행복한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걸까요?

    저희와 이야기를 나눈 전문가들은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가치를 넘은 사회적 가치를 목표로 재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하는데요.

    단순히 복지국가의 정책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겁니다.

    【 인터뷰 】안톤 숄츠 /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저자
    "지금 한국은 위기에 있습니다. 저는 위기는 곧 기회라고 봅니다. 이 위기를 통해 사회의 기본적인 가치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전략을 재정비할 수 있는 거죠."

    【 인터뷰 】라파엘 라시드 /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 저자
    "물론 하루아침에 변화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죠.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인터뷰]


    △ 안톤 숄츠 (Anton Scholz)
    -국적 독일 / 20년 한국 거주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독일 함부르크대 한국학 전공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저자
    -코리아 컨설트 대표
    -前 독일 공영방송 ARD 프로듀서
    -前 조선대 독일어 교육과 전임강사

    △ 라파엘 라시드 (Raphael Rashid)
    -국적 영국, 프랑스 / 11년 한국 거주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런던대 SOAS 한국 일본학 전공
    -고려대 국제대학원 한국학 석사
    -'코리아 엑스포제' 공동설립자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 저자
    -엘르 '라파엘의 한국살이' 칼럼 연재

    △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한국인의 행복과 삶의 질에 관한 종합 연구 - 국제 비교를 중심으로' 저자


    △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
    -유엔 지속발전해법네트워크의 대표
    -2022 세계 행복 보고서 공동 저자

    △ 션 왕 (Shun Wang)
    -경제학자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22 세계 행복 보고서 공동 저자

    △ 리처드 이스털린 (Richard Easterlin)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행복 경제학' 창시자
    -'지적 행복론'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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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협조: 데저트리(Deser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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