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금도 비싸"·"자취 포기각"…대학 등록금 인상만이 최선인가

국윤진 기자

tbsfact@tbs.seoul.kr

2023-03-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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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의 4년제 사립대학인 동아대는 올해 등록금을 약 4% 올리기로 했습니다.

    2010년 이후 14년째 이어져 온 정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를 전국 대학들 가운데 처음으로 깬 겁니다.

    【 인터뷰 】지방대학 관계자 (음성변조)
    "정부 지원은 전부 하드웨어 쪽만 나오고 소프트웨어 쪽은 대학 회계로 다 (감당)해야 합니다. (등록금 인상분은)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학생들이 글로벌 해외 교육 활동을 한다는 등 그에 대한 요구가 많기 때문에 거기에 투자되는 돈이지…."

    동아대와 같은 4년제 사립대를 포함해 자산 규모가 작은 교대 등 12곳이 올해 등록금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인터뷰 】대학 관계자 (음성변조)
    "인건비라든지 학생들의 실험, 실습이라든지 이런 데 비용이 들어가는데, 그 비용이 14년 동안 동결돼서 학생들이 (질 좋은) 교육을 못 받고 있는 게 대학의 현실입니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건 수도권 대학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들은 학부 등록금 대신 대학원 등록금부터 올리기로 했습니다.

    '반값 등록금'을 최초로 도입한 서울시립대도 대학원과 유학생 등록금을 4% 인상했습니다.

    서울시의 지원금이 100억 원가량 삭감된 영향인데, 당장 내년부터는 학부 등록금도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 인터뷰 】전민 / 서울시립대 학생
    "제가 지금 공학계열에 재학 중인데 (등록금이) 135만 원 수준에서 이루어져 있고, 등록금이 인상되게 된다면 어떻게 보면 시립대만의 무기를 하나 잃어버려서 이것 또한 입시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가장 큽니다."

    문제는 이게 시작이라는 겁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사립대학 총장의 절반 이상이 올해부터 2025년도 사이에 등록금을 올릴 계획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교육부는 이런 움직임에 유감을 표했지만,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대한 제재나 동결한 대학을 위한 인센티브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 현장음 】장상윤 / 교육부 차관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강조 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일부 대학에는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교통비와 난방비, 자취방 월세에 이어 등록금마저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에 학생들의 걱정이 큽니다.

    【 인터뷰 】이병규 / 연세대 학생
    "월세라든지 전기세, 수도세에 핸드폰 비용이랑 보험도 제가 내는데 그런 것까지 감안하면 지출이 너무 커서 사실 어떻게 보면 등록금이 인상되면 자취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 않을까 싶어서요."

    [TBS 우리동네라이브 방송 화면 캡처 <사진=TBS>]  


    ▶▶▶ 대학 등록금 현황과 정부 정책에 대해 Q&A로 정리했습니다.

    Q. 이미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학교도 있고 검토 중인 학교도 있는 것 같은데요.

    서울은 전국에서 대학교가 가장 많은 지역이지 않습니까, 현재 서울과 수도권 지역 상황은 어떻습니까?

    A. 네, 영상에서 보셨던 것처럼 10여 년간 등록금을 동결해왔던 대학들 가운데 12곳이 올해 등록금을 지난해보다 약 3~4% 올렸습니다.

    이번에 인상한 학교들은 다 지방대들인데, 서울 등 수도권이라고 해서 무조건 예외라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지난 1월 전국 대학 총장들을 대상으로 등록금 인상 검토 여부를 조사했더니, 응답자 114명 중 절반 이상이 올해부터 2025년도 사이에 등록금을 올릴 계획이 있다고 밝혔는데요. 앞으로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움직임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Q. 그런데 대학들이 올해부터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게 된 특별한 사정이 있나요?

    A. 네, 그동안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이 있었습니다.

    2010년 이후 본격화된 반값 등록금은 대학생들의 소득 수준에 따라 장학금 지원을 달리해서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이자는 정책입니다.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 혹은 인하하면 정부로부터 국가장학금 2유형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인데요.

    여태까지는 물가 상승률이 낮았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는 교육부의 뜻을 거스르고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보단 정부에서 국가장학금 지원을 받는 편이 더 이익이었죠.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시작된 글로벌 경제 위기가 고(高)물가로 이어지면서 지난해부터 사정이 크게 바뀐 겁니다.

    현재 고등교육법상 대학은 직전 3개년 물가 상승률 평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게 돼 있는데, 올해 법정 상한선이 4.05%입니다.

    결국 재정적 한계에 도달한 일부 대학들이 정부 지원을 포기하고서라도 등록금을 올리는 편이 훨씬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고요.

    실제로 서울시립대는 올해 시 지원금이 100억 원 삭감돼 법정 상한까지 등록금을 인상하려 했지만 무산됐고요. 동아대의 경우 정부에서 받는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이 지난해 기준 24억 원이었던 데 반해, 등록금 인상에 따른 수익은 약 50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Q. 서울시립대는 그동안 전국에서 연간 전체 평균 등록금이 가장 싼 국·공립대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었는데요, 그런 학교마저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나선 상황이고, 정부 지원을 포기하고서라도 등록금을 올리겠다는 대학도 있는 겁니다. 현재 대학 재정난이 어느 정도인가요?


    [올 1월 대학별 전기·가스요금 상승률 및 재정난 사례 <사진=TBS>]

    A. 네, 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일반대 16곳의 올해 1월 전기·가스요금은 지난해보다 평균 52.2%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많게는 141.1% 오른 대학도 있었는데요. 이런 식이라면 전기·가스요금으로 추가 부담해야 할 금액만 수십억 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사례를 살펴보면, 서울의 A 대는 30% 가까이 치솟은 공과금을 낼 여윳돈이 없어서 지난달 급하게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고, B 대는 비용 절감을 위해 교수들에게 강의실과 연구실 온도를 낮춰달라고 공지했다고 합니다. 돈이 없어서 완공된 지 40~50년이 된 낡은 건물을 한 차례도 리모델링하지 못한 대학들도 많은 상황입니다.

    등록금 동결 이후 교수들의 연봉 인상률도 제자리걸음이다 보니까, 강의와 연구 대신 부수입을 올리는 데 열중인 교수들이 많아서 수업의 질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관계 전문가 얘기 들어보시죠.

    【 인터뷰 】황홍규 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서울과기대 초빙교수)
    "적지 않은 대학에서 (교직원들이) 급여를 몇 달 치를 받지 못하는 상황들도 있고요. 또 10%, 20% 또는 심지어 30~40%까지 삭감, 그것을 감내하고 있는 학교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대학의 설립 운영자·이사장 입장에서는 임금 체불의 문제가 내년, 내후년에 바로 닥칠 거다, 그러면 임금 미지급 문제로 인해서 형사고발 당하게 될 것을 굉장히 염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이런 상황은 지방대만 해당되는 건 줄 알았는데, 서울 등 수도권 대학 사정도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

    근데 서울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생활비가 많이 드는 지역이잖아요. 특히 혼자서 학비와 생활비를 모두 부담해야 하는 학생들에겐 지금 수준의 등록금도 굉장한 부담이거든요. 현재 서울에 있는 대학들 등록금 수준은 어느 정도죠?

    A. 지난해 4년제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수도권이 761만 9,000원, 비수도권이 622만 6,000원으로, 140만 원가량 차이가 납니다.

    문제는 최근 수도권 대학가 월세도 크게 올라서 최소 70~80만 원, 관리비나 전기세까지 더하면 거의 100만 원이 필요한 거죠.

    전국에서 평균 등록금이 높은 상위 5개 대학도 대부분 수도권 대학이었는데요. 학생들에게 등록금이 얼마나 부담이 될지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영상 보고 오시죠.

    ▶▶▶
    지난해 4년제 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은 676만 3,000원.

    가구당 월평균 소득 483만 원에서 매달 11.7%를 저축해야 자녀 1명분의 등록금을 낼 수 있습니다.

    【 인터뷰 】대학생 학부모
    "진짜 너무 버거워요. 아들이 지금 아르바이트를 하는데도 '엄마 이거 휴학을 해야 되나, 나 졸업을 해야 돼'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애들은 어떻게 공부를 할 것이며 부모들이 어떻게 지원할 것이며…."

    우리나라에서 평균 등록금이 높은 상위 5개 대학 가운데 수도권 대학 3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가톨릭대 메디컬 캠퍼스, 이른바 명문대로 불리는 'SKY' 중 한 곳인 연세대, 그리고 경기도 북부에 있는 신한대 등 3곳 모두 지난해 등록금이 900만 원을 넘었습니다.

    1,000만 원에 육박할 정도의 가치 있는 교육이었는지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 인터뷰 】이도헌 / 신한대 학생
    "다른 학교의 경우에는 산업디자인학과에 필요한 어도비 프로그램이나 이런 게 지원이 되는데 저희는 아직 지원이 안 되고 학생들이 구입해야 되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등록금에 비해 시설이나 서비스 같은 게 막 그렇게 크다고 와닿진 않습니다."

    【 인터뷰 】이병규 / 연세대 학생
    "우선 제가 듣는 수업들이라든지 이용하는 시설들을 감안하면 사실 제가 내는 등록금 자체는 딱 합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거기서 조금만 더 인상이 되면 사실 조금 금전적으로 좀 많이 부담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은 정말 비싼 편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과 비교해봤습니다.

    국공립대학은 조사된 27개국 가운데 한국이 8번째로 높았고, 사립대학의 경우 14개국 중 6번째로 높았습니다.

    등록금 순위는 상위권에 속한 반면,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와 정부 재원 비율은 OECD 평균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입니다.

    【 인터뷰 】임은희 /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많은 국가들은 정부가 대학을 직접 설립 운영하는 국공립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립대학이 80%가 넘습니다. 비용도 역시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사립대학 중심의 또는 등록금 중심의 재정 구조가 더욱 심화되거나 고착화되는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Q. 각 나라들의 등록금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OECD 지표로만 본다면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 수준은 상위권에 속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사립대학이 많고 학교 재원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유독 다른 점인 것 같아요?

    A. 그렇습니다. 지난해 기준 한국 대학의 86.3%가 사립대학이었습니다. 사립대의 평균 등록금 의존율은 53.5%로, 미국 주요 사립대(33.3%), 주립대(18.9%)에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세입의 50∼80%가 정부 재정인 국공립대도 교직원 등의 인건비와 시설비를 제외한 대부분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운영되는데요.

    문제는 이 등록금을 내는 만 18세 학령 인구가 이미 2년 전부터 대학 입학 정원보다도 적어졌고요. 2040년엔 현재 정원의 42%가량도 채우지 못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에 비해 국가의 지원은 턱없이 적습니다.

    정부나 민간에서 교육기관에 투입하는 재원을 뜻하는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원 규모는 OECD 평균의 64%, 38개 회원국 중 30위에 그쳤고요.

    고등교육 공교육비 중 정부 지출 비율은 38.3%로 OECD 정부 평균 부담률의 절반 수준인데, 이 정부 지원금도 공공요금 등에는 못 쓰게 막혀 있습니다.

    결국 재정은 점점 줄어드는데, 들어온 돈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죠.

    Q. 이대로라면 대학 재정난의 여파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가 겪게 되는 겁니다. 정부가 나서서 대학 재정 문제를 좀 들여다볼 필요는 없을까요?

    A. 네, 교육부는 올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서 대학에 투입하는 일반재정지원 금액을 지난해보다 약 1.4배 늘어난 1조 8,000억 원가량으로 확대했습니다. 또 대학이 보다 자유롭게 사업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돈의 용처 제한도 완화하기로 했는데요.

    하지만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에 따른 결손액이 이번에 늘어난 대학 재정 지원 예산보다 훨씬 많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특별회계 같은 단기적인 대안보다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의 얘기 들어보시죠.

    【 인터뷰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특별회계 문제는 우선 3년간 한시법이라는 게 있고 두 번째로는 안정적인 재원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이라는 보다 안정적인 법률이 만들어져서 거기에서 고등교육에 얼마만큼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예산 규모와 지원 방식을 결정해야 된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Q. 학교 스스로도 재원을 마련할 방안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보면 어떨까요?

    A. 네, 교육부는 국토부령을 개정해 대학 안에 다양한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인데요. 개정이 현실화되면 대학 안에 대형 식당이나 카페, 골프 등의 스포츠 시설도 들어설 전망입니다.

    또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기부제도가 활성화돼 있지 않은 편인데, 학교 기부금을 세액 공제하는 방안 등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런 위기를 돌파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윤진 기자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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