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우.동.라.썰]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시민의 이동권

정진명 기자

jeans202@tbs.seoul.kr

2022-07-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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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 서울. E-나라지표에서 보면, 서울시의 인구는 2021년 기준으로 약 960만 명이며 경기도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습니다. 서울시는 사람도 많지만, 정치·경제·교육 등 각 분야 주요 기관이 몰려 있어 사회 인프라가 풍부합니다. 특히 교통의 경우, 10개 이상 도시철도와 600개 이상 버스 노선이 집중돼 있고, 대중교통 이용률도 타 시도보다 높은 편입니다.


    [버스 운영현황 ]  

    [서울연구원 <사진 =TBS>]  

    하지만 서울에도 대중교통 사각지대가 있었습니다. 2021년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 대중교통 서비스의 지역 형평성 평가' 정책리포트에서도 서대문구, 종로구 북측 지역 등에서 대중교통 사각지대가 발견됐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대부분 시민들은 저소득층이 몰려있는 동네가 자원과 인프라가 부족하니 교통 접근성이 떨어질 거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서울에 남아있는 달동네 뿐만 아니라 사회 활동이 활발한 상권도 포함돼있기 때문입니다.

    TBS는 지난 7일에 서울시내 교통 사각지대의 실태를 전하고 전문가와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등 공론화하는 데에 힘썼습니다. 하지만 시간 제약으로 인해, 방송에서는 미처 다 못 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 교통 사각지대의 기준은 시간·공간적 접근성

    교통 사각지대는 버스가 없거나 버스의 배차간격이 긴 지역을 말합니다. 대중교통법 제 16조에 따라서, 해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에서 대중교통서비스평가를 실시하는데 이 때 대중교통현황을 조사하면서 취약지역도 파악합니다.

    우선 대중교통 최소서비스 수준 조사에서 시간적, 공간적 접근성을 기준으로 삼아 교통 사각지대를 정의했습니다. 시간적 접근성은 개별 정류소별 운행 횟수, 기준 만족 여부 항목으로 평가합니다. 예를 들면 ㎢당 인구밀도와 시간당 운행 횟수로 교통 서비스의 만족도를 평가합니다. 또 공간적 접근성은 집에서 버스정류장이나 역까지 도보로 얼마나 걸리는지를 보며 도시 주거,상업, 공업지역은 버스정류소에서 400m, 지하철역에서 800m 이상이면 취약지역으로 봅니다.

    ◆ 10분 내 한 번에 가는 길을 '버스 3대'를 타고 간다

    취재진은 서울시내에 있는 대중 교통 사각지대를 자료 조사한 뒤 현장에 가서 확인했습니다. 사각지대 중 한 곳을 선정해 지역 주민들을 인터뷰하면서 자차와 대중 교통을 비교하는 체험도 했습니다.

    [개미마을 주민 동행취재<사진=변상욱의 우리동네라이브>]  
     
    동행 취재했던 개미마을 주민 백금순씨는 일주일에 3번, 월수금마다 개미마을에서부터 평창동 청련사 입구까지 버스 3대를 갈아타고 다닙니다. 백 씨는 자차로는 10분 밖에 걸리지 않는 3.5km의 짧은 거리를 최소 35분 이상 걸려서 이동합니다.

    촬영 당시, 백 씨는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눈이 오는 날은 지팡이를 챙긴다"고 집을 나서며 말했습니다. 개미마을 정류장을 가는 길이 미끄럽기 때문입니다. 개미마을은 인왕산 입구에 위치해있어, 경사도가 심했습니다. 맑은 날도 문제였습니다. 요즘 같은 더운 여름철 날씨에는 온열질환에 걸려 쓰러지는 주민의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이고 집에서 지하철 역까지 느린 걸음으로 걸으면 30분 정도 걸리는 게 보통입니다. 김팔선씨는 인터뷰에서 "마을버스를 놓쳐 예약되어 있는 병원 치료를 못받은 적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가파른 언덕 <사진=TBS>]  

    [좁고 가파른 개미마을 언덕길]  

    가장 큰 문제점은 교통 시설이 부족하고 길도 위험하다는 점입니다. 버스정류장 쉼터와 실시간 버스도착 정보 단말기는 찾아 볼 수도 없었습니다. 또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은 1차선 도로는 25인승 소형버스가 지나기도 쉽지 않았고, 혹시나 사람이 지나갈 때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기도 합니다.

    ◆ 고지대와 좁은 골목길, 충분치 않은 교통 수단

    홍제동 개미마을, 금천구 시흥동과 독산동 부근, 상도동 사자암. 이들은 시민들도 인정한 교통 취약지역입니다. 경사가 가파른 고지대고, 수익성이 떨어져 버스 노선이 감축되거나 처음부터 없었던 곳입니다. 실제로 개미마을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서대문07번 마을버스는 15~20분마다 다닙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승객이 줄어들면서, 출근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에는 차 1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금천구 마을버스 노선]  
    [금천구 시흥동]  


    금천구 시흥동과 독산동에는 금천 01, 02, 04, 06, 08번 등 모두 5개 노선 마을버스가 다니는데, 이들의 평균 배차 간격은 12분입니다. 또 좁은 골목 길이라서 일부 주민은 먼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불편함을 겪고 있었습니다. 


    [상도동 사자암 마을버스 정류장 종점 ]  

    상도동 사자암도 동작02번과 11번이 운영됐지만, 배차간격이 최소 19분에 달했습니다. 특이점은 단방향으로만 가는 버스라는 점입니다. 상도교통운수 관계자는 "이 지역은 버스 회차 구간이 마땅치 않아 버스가 한 방향으로밖에 운행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승객들이 버스 종점지에서도 내리지 못하는 기이한 풍경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작19번 버스가 신설됐지만, 지리적 특성과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 등으로 버스가 3대에서 2대로 줄었습니다.


    ◆ 교통의 최후 수단인 마을버스, 증차하면 해결 안 될까


    시내 버스와 지하철이 먼 곳에 사는 주민들의 교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마을버스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버스 요금은 동결되고, 승객은 줄고, 일할 인력은 줄어드는 상황이 계속 되면서 서울시에 재정지원을 받는 마을버스 업체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9년에 139개 마을 버스 중 59개 버스가 지원금 192억 원을 받았는데, 2021년에는 53개 늘어난 112개 업체, 지원금 43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 시민의 발이 되어주는 수요응답형 교통 수단(DRT) 도입, 과연 적절한가

    [세종시 셔클버스]  
    [세종시 셔클]  

    이 같은 상황에서 마을버스의 대체재로 수요응답형 교통수단, DRT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DRT는 교통 오지나 농어촌 지역에 사는 승객이 원하는 곳에서 타고 내릴 수 있는 교통 수단입니다. 쉽게 말해 '콜택시'. 2014년부터 '100원','1000원' 택시가 시범 운영됐습니다. 현재는 지자체와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택시와 버스가 있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이나 전화로 예약해 시내버스 요금만 내고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행복택시 <사진=TBS>]  

    [행복택시 이용하는 설진옥씨< 사진=TBS>]  

    "너무 좋아요. 한 달에 20회 정도 이용해요. 행복택시가 있기 전에는 집에서 15분 이상 걸리는 동네 입구 근처에 있는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갔어요." (경기도 시흥7동 설진옥씨)

    [셔클 시민인터뷰<사진=TBS>]  

    "시내버스를 타고 다녔었는데 버스비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기도 하고 버스 노선에 없는 곳까지 갈 수 있으니까 (초창기에) 셔클버스를 이용하게 됐다. 시내 버스비와 비교해보면 셔클이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세종 도담동 이한솔씨)

    이런 점만 놓고 보면 DRT가 대중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할 최고의 대안처럼 보이지만, 해결해야할 숙제가 남아있습니다. 현행 여객운수법상 DRT는 농어촌 지역 등 대중교통 취약지역에서만 가능하고, 특별시와 광역시에서는 운영할 수 없습니다. 경기도 파주, 세종시 등에서 운행 중인 DRT도 말 그대로 '시범' 운행 중입니다. 시흥시는 버스 노선이 적고 지하철 역도 신천역 한 곳만 있어 2019년부터 계수동, 방산동 등 10개 지역이 대중교통 부족지역으로 선정됐습니다. 세종시도 대전에만 지하철이 다니고, 시내버스는 생활권 도심에, 마을버스는 면 단위별로 운행돼 시민이 이동하기에 불편해보였습니다.


    [김상철 위원장 <사진=TBS>]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마을버스 노선의 신설이나 확대와 연결된 현행 민간사업자 구조를 지자체가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경제적 수익성 확보 문제는 공공 노선을 확대시키면 된다 "고 답했습니다. 또 "DRT는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이용하면 된다. 기존 교통수단을 없애고 DRT로 대체 운영하면 외부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마을 주민이 외부 지역사회와 단절될 수 있는 위험성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취재기자 : 강경지, 정진명)

    ≫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유튜브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핫플레이스'인데 교통은 사각지대?
    [변상욱의 우리동네 라이브 7/7(목)]
    https://youtu.be/8l9YtQzxt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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