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우.동.라.썰] 익충에도 살충제를? 이러다 다 죽어!

최양지 기자

y570@tbs.seoul.kr

2022-08-0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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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동.라.썰] 기후 위기, 곤충의 습격

    ◆ 곤충의 도심 습격

    벌레가 도심을 습격했습니다.

    이달 초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 덕양구 등 수도권 서북부 일대를 까만 벌레떼가 뒤덮었습니다.

    벌레의 정체는 이른바 '러브버그'.

    수많은 벌레는 순식간에 주민들의 일상을 파고들었고, 방역을 요청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습니다.

    은평구에는 6월 27일부터 7월 4일까지 러브 버그 관련 민원이 1,479건이나 접수됐습니다.

    털파리가 처음 나왔을 때는 미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국립생물자원관의 유전자 분석 결과 국내종 털파리로 밝혀졌습니다.

    벌레와의 한바탕 전쟁을 치른 주민들은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난해에도 러브버그가 장마철에 있었는데, 올해는 작년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심각한 거예요.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로 창 문틈으로 많이 들어오니까 뭔가 잘못됐구나 했죠.”(은평구 갈현동 김연재씨)

    “날씨가 더운데 문도 못 열었어요. 문을 열기가 겁이 날 정도로 벌레가 많아서 모기약을 한 통을 다 썼어요. 집안에 벌레들이 날아다녀서 소름이 끼쳤어요. 이런 경우가 지금껏 살면서 없었다니까요.”(덕양구 지축동 김현숙씨)

    “러브버그 때문에 손님들이 가게에 잘 안 있으려고 해서 영업하기 너무 불편했죠. 종일 빗자루를 들고 벌레들을 쓸어야 해요. 이 동네 20년 살았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에요.”(은평구 갈현동 윤유자씨)

    ◆ 예견된 대발생

    지역 사회에서 곤충이 대발생할 때마다 지자체가 가장 우선 하는 일은 살충제를 통한 방역입니다.

    그렇다면 지자체는 어떤 방침에 따라 방역을 진행하는 것일까요?

    서울시는 나뭇잎을 갉아 먹고 나무를 고사시키는 산림 해충에 대해 정기적으로 방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브버그처럼 환경 정화에 도움이 되는 익충에 대해서는 방역 매뉴얼이 없습니다.방역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러브버그와 같은 털파리 생존 기간은 3~5일로 짧아 이 기간만 잘 참으면 자연스럽게 소멸합니다.

    방역을 진행하는 지자체도 무분별한 방역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습니다.

    다만 환경 보호와 주민 민원 사이에서 고심은 여전히 깊습니다.

    “민원이 발생하면 도외시할 수 없어 방역을 진행하지만, 살충제 사용으로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수도 있다는 점에서 방역을 하면서도 안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번 러브버그 사태처럼 기후, 환경과 관련된 일은 기초 자치단체에서는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관련 중앙부처 차원에서 연구와 논의가 함께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은평구 보건소 보건의료과 박재근 과장)

    해충은 생존력과 번식력이 강해서 해충입니다. 살충제를 뿌리면 해충보다 천척이 더 많이 죽습니다. 그래서 살충제는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살충제는 생물 다양성 위축에 결정적인 요인입니다.

    “러브버그만 죽이는 약제는 없습니다. 약을 뿌리면 해충이 아닌 곤충들까지 함께 죽습니다. 이런 식으로 곤충의 다양성이 부족해지면 그 곤충을 먹고 사는 양서 파충류나 새들도 먹이가 없어서 제대로 서식할 수 없는 환경이 됩니다. 이렇게 생물 다양성이 위축되면 결국 생태 환경이 나빠지는 결과로 돌아옵니다.”(곤충생태교육연구소 한영식 대표)

    ◆ 박멸이 아닌 공존

    곤충의 대발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09년 미국선녀벌레, 2011년 동양하루살이, 2017년 하늘소, 2019년 매미나방, 2020년 깔따구 유충과 대벌레 그리고 올해 러브버그까지 그동안 곤충의 대발생은 수도 없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곤충의 대발생이 계속된다는 것은 생태계가 망가졌다는 증거입니다.

    “하나의 곤충이 급증하는 것은 생태계 평형이 깨졌다는 의미입니다. 하나의 종이 급증했을 때 그 종을 먹어 치우는 천적들이 많이 있다면 급증 못 하고 줄었겠지만 생태계 자체가 건강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먹고 먹히는 먹이 사슬 자체가 무너져 있는 상황입니다”

    곤충의 대발생은 기후 위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앞으로 대발생은 더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변하는 기후에 맞춰 생태를 면밀하게 검토해 다양성을 회복할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취재기자: 최양지)

    ≫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유튜브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서울시 노인 일자리 사업 이대로 괜찮나 [변상욱의 우리동네 라이브 7/21(목)]
    https://youtu.be/-MSUxcz-G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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