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누구를 위한 'HUG 특별매각조건'? 투자자-빌라왕만 배불려 [시티톡]

정유림 기자

rim12@tbs.seoul.kr

2021-11-1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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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멘트 】
    깡통전세에 대한 피해를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 HUG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소식 앞서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한 발짝 더 들어가보겠습니다.

    공사가 보증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특별매각조건'이라는 제도가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공사가 집을 경매에 넘길 때 전세보증금보다 싸게 낙찰되도 차액을 받지 않겠단 건데요, 전세금을 떼어먹은 '빌라왕'들과 투자자들만 좋은 일 시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시티톡, 정유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강서구의 한 다세대주택.

    이 빌라 4세대가 경매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건 지난해 10월.

    집주인인 임대사업자 이 모 씨가 전세금을 갖고 잠적하자, 주택도시보증공사 HUG가 세입자에게 돈을 대신 갚아주고 이 집을 경매에 넘긴 겁니다.

    이 모 씨는 갭투기로 한때 5백 채 가량의 빌라를 사들인 일명 '빌라왕'으로 통합니다.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대신 내준 돈만 수백여억 원에 이르는데요.

    방금 보여드린 빌라도, 이 씨가 같은 수법으로 산 후 보증금을 갖고 잠적해 버린 겁니다.

    【 녹취 】
    "이 빌라 네 집 정도가 경매로 넘어간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나 알고 계셨는지? (몰랐어요)"

    【 인터뷰 】 세입자
    "(집주인이) 바지사장 느낌인 건 알고 있긴 하거든요."

    이 모 씨 명의로 돼있는 인근의 다른 빌라도 찾아가 봤습니다.

    경매에 올라있는 집의 벨을 기자가 수차례 눌러봤지만,

    【 녹취 】
    "응답이 없습니다" 

    돌아오는 건 무응답 뿐.

    대신 쌓여진 우편물들만 덩그러니 방치돼 있었습니다.

    올해 8월 말 기준, 전세보증금을 갚지 못해 HUG에 채무를 넘긴 임대인은 425명.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무려 65% 증가했습니다. 이들이 연체한 보증금은 5천700억 원이 넘습니다.

    HUG가 이렇게 채무를 떠안으면, 집을 경매로 넘겨 전세금을 회수하고 원래 집주인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는데요.

    그런데 집을 경매에 넘겼을 때 HUG의 대처법, 어딘가 의문이 듭니다.

    바로 '특별매각조건'이라는 걸 걸었다는 점입니다.

    통상 경매에 들어가면, 낙찰받은 사람이 전세보증금을 전 집주인 대신 갚아야 합니다.

    낙찰가가 전세금보다 높아야 HUG가 추가로 부담해야하는 전세금이 없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HUG는 전세금보다 싸게 낙찰가가 결정돼도, 그냥 받아들이겠다는 조건을 내 건 겁니다.

    HUG는 왜 이런 제도를 도입한 걸까요.

    【 전화인터뷰 】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관계자
    "경매를 입찰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시세에 육박하는 전세금이 있는 물건 같은 경우에는 인수조건이 붙어있으면 아예 응찰을 안하게 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경매가 전혀 진행이 안되는 그런 문제가 있거든요. 현재로선 문제는 없지만 저희가 좀 더 제도개선을 할 것이고..."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는 전혀 다릅니다.

    집값 상승세가 장기화하면서 주택 수요가 경매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

    전국 빌라 낙찰률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경매시장이 말 그대로 '불장'이 된 상황에서,
    낙찰이 빨리 안 될까봐 미리 HUG가 대항력을 포기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입니다.

    【 인터뷰 】 장석호 / 공인중개사
    "부동산가격이 하락해서 경매가 진행이 안될 경우 선순위임차인도 채권을 다 회수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때는 (특별)매각조건을 부여해서 대항력을 포기한 다음에 채권을 빨리 (회수)하기 위해서 매각조건을 부여할 수는 있겠죠.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부동산가격 상승기에는 절대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면, 실제 사례를 한번 볼까요.

    감정가 1억8천3백만 원에 나온 이 빌라. '특별매각조건'이 달린 이 물건은 한 차례 유찰을 거쳐 1억4천6백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최초 매각기일에서 낙찰일까지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는데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특별매각조건'이 걸려 있어 전세금을 모두 변제할 의무가 없어지다보니 이보다 좋은 물건이 있을 수 없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회다"라는 조롱까지 나오는 상황.

    부동산 카페 등에는 '특별매각조건'이 걸린 경매는 "낙찰자가 아무것도 떠안을 게 없으니 '꿀템'이라며, 빨리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말들이 돌아다닙니다.

    실제로 제도 시행 후 HUG가 '특별매각조건'을 설정한 경매물건 288건 가운데 한 번도 유찰되지 않고 바로 낙찰된 건들은 절반 가까이인, 143건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심각한 건 '빌라왕'들이 전세금을 떼먹은 물건이 이중 70%나 차지했다는 겁니다.

    【 인터뷰 】 장석호 / 공인중개사
    "임대인 재산을 조회해서 재산이 있으면 구상권 청구하겠다는 건데, 그 임대인이 돈을 스스로 줄까요? 기존에 선순위임차인이 가지고 있는 권리를 그대로 경매신청한다면 아마 1년 이내면 채권이 완벽하게 회수될 수 있을 거에요. 1년이면 100% 다 회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HUG에서 미리 포기해 버린 겁니다. 그래서 어려운 길로 가는 건데..."

    나랏돈은 새고 있지만, HUG가 채권회수율이라는 지표를 높이기 위해 투자자와 빌라왕들의 배만 불려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윱니다.

    【 인터뷰 】 신동근 의원/ 더불어민주당(국회 국토위)
    "저도 국감에서 이미 이 문제에 대해 지적을 했고 한번도 유찰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까지 특별매각조건 설정하는 문제는 분명히 수정을 해야 할 것이고요. 그 다음에 현저하게 낮게 책정돼 있는 낙찰가 추정금액, 현실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보고요."

    【 스탠딩 】 정유림 기자/ rim12@tbs.seoul.kr
    줄줄 새는 혈세를 메우기 위한 돈도 결국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HUG의 제도 정비가 시급해 보입니다.

    시티톡 정유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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